축구·야구 등 만성적자 불구 ‘이미지’ 위해 운영 … ‘세리효과’ 이후 골프 등 개인스포츠 지원 붐

‘프로는 프로가 알아본다’. 프로스포츠에 기업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팀창단이나 인수를 통한 프로리그 참여는 물론 개인선수지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스포츠마케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프로스포츠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82년. 70년대 고교야구의 열기를 등에 업고 6개구단으로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다. 물론 이전에도 세계챔피언을 수십명이나 배출했던 프로권투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스포츠전문가들은 개인경기인 권투대신 단체경기인 프로야구의 출범을 국내 프로스포츠의 시작으로 꼽고 있다. 야구에 이어 이듬해에 축구·씨름이, 지난 97년과 98년에는 대표적인 실내경기인 남녀 농구가 각각 프로경기를 출범시켰다.일반인들의 프로경기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야구 축구 농구 등 인기종목들이 모두 지역연고제를 택해 연고지 주민들에게 해당기업의 제품판매나 기업이미지에 있어 플러스로 작용하곤 했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프로스포츠팀 창단도 줄을 이었다. 문화관광부의 자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프로단체가 구성돼 경기가 진행되는 종목은 야구 축구 농구(남녀) 권투 골프 씨름 볼링 등 7개 종목. 종목별 구단수를 보면 △축구 10 △씨름 4 △야구 8 △농구 남녀 각각 10개와 6개 등 모두 38개팀이 운영되고 있다.(표 참조)이 가운데 관중수가 많은 인기종목인 야구 축구 농구(남녀) 등 3개 종목의 그룹별 프로팀 보유현황을 보면 현대그룹이 가장 많은 7개팀(현대자동차그룹 및 현대산업개발 포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그룹이 4개팀으로 뒤를 잇고 있다. LG·SK그룹 등이 각각 3개팀을 운영중이며, 일화 포철(축구) 한화 두산 롯데 해태(야구) 동양 삼보 금호(농구) 등도 각각 1개팀을 갖고 있다.이처럼 기업들이 프로스포츠에 잇달아 참여하는 것에 대해 스포츠전문가들은 ‘무형의 이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전적으로 기업이미지 때문에 (프로스포츠팀을)운영한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명지대 체육학부의 김정명교수도 “기업들이 적자가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프로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적자보다 큰 이익 즉 이미지제고 등과 같은 홍보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스포츠전문가들이 프로구단을 무형의 이익을 기대하고 운영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역으로 해석하면 아직 미국 일본 유럽 등 프로스포츠 선진국처럼 구단운영이 경제성이 있는 수익사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실제로 대부분의 스포츠 전문가들은 기존의 프로스포츠팀이 ‘만성적자’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의 축구팀 블루윙스가 연속우승의 기록을 세우면서 관중수입 TV중계권 홍보효과 등을 모두 합쳐 1백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고 알려졌지만, 실질적인 운영결과를 보면 다른 구단처럼 몇십억원의 적자를 보았다는 것이 스포츠 관계자들의 말이다.스포츠평론가 기영노씨는 “우리나라의 프로구단 운영비의 대부분을 인건비 즉 연봉이 차지하는데, 연간 구단운영비 가운데 연봉만큼의 적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중수입이나 TV중계권수입은 많아야 연간 구단운영비의 40% 선이며, 그 나머지는 적자라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구단이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의 야구단인 라이온스만 해도 “연간 70∼8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다른 구단 대부분도 비슷한 처지”라는 것이 삼성스포츠단 조동우부장의 말이다.◆ “홍보효과 돈으로 못따진다“ 진출 앞다퉈이같은 프로스포츠구단의 적자에 대해 조동우부장은 “(프로팀 운영을 통한)스포츠마케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말로 그 원인을 설명했다. 턱없이 적은 TV 방송중계권료, 관중수의 한계와 적은 관중수입, 관중들의 인식부족으로 인한 머천다이징의 실패 등이 구단운영의 적자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학교체육의 실패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명지대 김정명교수는 “메달이나 결과에만 집착하는 학교체육으로 결국 스포츠의 인프라가 부실해졌으며 이로 인해 프로스포츠의 활성화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중수용의 한계와 관중수의 감소도 지적된다. 기영노씨는 “5만명 정도를 수용하는 일본 자이언츠구장의 경우 경기마다 관중이 꽉 차는데 반해, 1만5천명을 수용하는 대전구장은 한화 이글스 관계자가 1년에 3번만 차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수용능력이나 관중수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프로구단 운영이 적자사업으로 공들인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은데 반해 골프 등 개인경기에서 기업들의 프로스포츠마케팅은 요즘 제철을 만난 분위기다. 스포츠스타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박세리 김미현 등 미국 LPGA에서 큰 활약을 보인 선수들로 인한 영향이 크다. 기영노씨는 “개인스포츠의 경우 한 선수만 집중 지원하면 되므로 투자부담이 적은데 반해, 잘만 하면 세계를 상대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기업들이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실례로 박세리를 지원해온 삼성은 박세리의 우승으로 약 1천8백억원대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으며 삼성로고의 인지도가 6%가량 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한별텔레콤도 김미현의 우승으로 약 8백억원대의 광고효과와 6배 이상의 인지도 상승효과를 얻었다는 조사보고서를 내놓았었다. 특히 박세리를 후원하는 제일모직의 경우 박세리의 우승으로 아스트라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진데 힘입어 국내브랜드 최초로 미국 노드스트롬백화점에 입성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벤처기업들도 뒤질세라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홍보가 관건인 벤처특성상 이름알리기에 스포츠처럼 유용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프로스포츠나 카레이싱팀 창단, 골프선수 후원 등을 통해 기업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7년에 (주)좋은사람들에서 카레이싱팀을 창단한데 이어 벤처기업인 카맨파크에서도 올 초에 MBC미디어텍과 손잡고 카레이싱팀을 창단했다. 골드뱅크는 나산그룹 소속의 프로농구팀을 인수해 프로리그에 뛰어들었다. 골프선수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관련기업인 칩트론이 서아람과 스폰서십을 맺었으며, 한솔CSN은 정일미와 후원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