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추이·반도체값 하락 등 IMF당시와 비슷 … 상장사 재무상태 등 내부여건 비교 우위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97년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주 반등에도 불구하고 9월29일 현재 6백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97년 초에 653.79였다. 97년 말 외환 위기가 현실화되고 IMF 구제금융체제에 돌입하면서, 1년 뒤인 98년 초에는 358.49로 추락했다. 때문에 ‘현재 상황이 경제위기 때와 여러 모로 닮았다. ‘그때처럼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이같은 경제위기론은 이미 2/4분기 때부터 시작된 경기경착륙논쟁에 국제 유가 급등을 비롯한 악재들이 잇따르면서 더욱 거세게 불거져 나오고 있다. 위기론의 기반은 첫째, 경상수지의 불안한 움직임이다. 고유가와 반도체 가격 급락등에 따라 경상수지 흑자가 대폭 축소되거나 자칫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난으로 인한 폭락장’ 가능성 줄어들어과소비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것도 97년과 비슷한 현상으로 지적된다. 관세청은 8월중 해외 여행객이 56만4천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97년 경제위기의 결정적인 변수는 94년부터 97년까지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 폭의 확대였는데, 97년 8백16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재벌기업의 과잉투자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불균형 산업구조를 가진 상태에서 반도체 가격의 하락 때문이었다. 국제 반도체 가격의 동향은 현재도 여전히 강력한 불안요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항목이 경상수지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그러나 2000년8월 현재 경상수지는 52억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유가가 내년에 배럴당 30달러면 10억달러, 35달러면 50억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개입으로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는 상황을 감안, 전문가들은 당분간 큰 상승이 없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외환보유액이 각각 8백만달러(97년)와 9백16억달러(2000년 8월)임을 감안하면 ‘환난으로 인한 폭락장’의 가능성은 낮다. (표1, 2 참조)물론 GM의 대우자동차 인수작업 중단 및 기약없는 매각 지연을 비롯, 금융 기업구조조정의 진행이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은 증시에 큰 부담이다. 또 대우차 충격으로 인해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이고 시중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기업 자금시장이 얼어 붙은 상태에서 연말까지 20조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이 예고돼 있는 점 등은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그러나 거시경제 지표와 증시주변환경, 상장법인의 재무현황 등 기본적인 자료들을 경제 위기 당시와 비교해 보면 이같은 불안감이 과장된 측면이 있음을 찾을 수 있다. 지난 7월 대신경제연구소가 펴낸 <금융위기 재연가능성 진단과 주가 designtimesp=20236> 보고서 역시 이와 비슷한 분석을 하고 있다.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반적인 여건은 외환위기 당시보다 크게 개선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당분간 금융 불안심리 지속이 보고서는 97년 금융위기를 각종 지표 중심으로 해석하면서 거주자 외화예금 급증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순유출 증가 등을 경제위기의 중요한 신호로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97년7월 기아 부도사태 이후 거주자 외화예금 21억달러가 4개월 후인 11월에는 53억달러로 크게 늘었고, 98년10월에는 1백30억달러까지 늘었다. 투기자들의 원화 공격 외에도 수출기업의 수출대금 송금 지연, 개인과 기업의 달러 사재기가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외화예금의 증가는 9월 현재에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다. 99년말 68억달러에 머물렀던 은행권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올 5월말 1백8억달러, 8월말에는 1백36억달러까지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해 왔던 외국인이 올해 9월 들어서 1조1천3백96억원을 순매도한 것도 주식시장의 위기감을 한층 자극했다. 그러나 9월 24일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반전되자 외국인 순매수도 늘어나는 등 일단 안정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표3 참조)국제 금리 상승도 고려해야 할 항목 중 하나다. 국제 고금리가 형성되면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은 자국에서의 달러화 이탈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받는 변수는 아니다. 미국은 경기연착륙을 위해 1년여에 걸쳐 꾸준히 금리를 올렸다. 인상정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이에 반해 기업들의 재무현황은 97, 98년에 비해 훨씬 우량한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당기순이익 규모가 클수록 높아지는 주당순이익(EPS)은 97년초 5백45원, 98년초 마이너스 1백13원을 각각 기록했던데 반해 2000년9월27일 현재 2천8백38원이다. 또한 97년초 2.9, 98년 마이너스 0.5였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0년9월27일 현재 17.2를 나타내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9월26일 현재 3.9배로 90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PER가 낮다는 것은 현재 주가가 매우 저평가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표4 참조)요컨대 국내 경제는 경기 상승세가 현저히 둔화될 조짐이 보이고,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며 단기외채가 늘어나는 등 금융 불안 심리가 지속되고 있는 등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거시경제 지표나 상장사들의 재무 상태 등 기본적인 지표를 IMF 경제위기 때와 비교해 보면 증시주변여건은 훨씬 호전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제2위기’나 ‘종합주가지수 3백대 폭락’은 ‘아니땐 굴뚝에 나는 연기’는 아니라 할지라도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