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이 아키라 지음 / 고단샤 / 254쪽 /1999년 / 1,500엔

몇개월 전에 끝난 <허준 designtimesp=20210>은 국민드라마라고 할 만큼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다. 돌풍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주인공의 연기가 특히 여자 주인공의 단아한 모습 때문에 이 프로가 국민드라마가 된 것일까.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 허준의 너무나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술을 펼치려는 노력이야말로 시공을 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준 것은 아닐까.이는 현재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의료업계의 한심한 작태에 대한 반발심리의 반영일 수도 있다. 자신들만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죽어가는 환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양식을 두고 죽은 허준이나 히포크라테스는 어떻게 생각할까.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마침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저자는 동경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뒤 내과의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의학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에서 <내가 의료상식를 믿지 않는 이유 designtimesp=20217>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현업에 종사한 경험을 토대로 현재 일본 의료계의 병리현상에 대한 근본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아끼지 않는다. 아울러 일반 국민들의 빗나간 의료맹신도 지적한다.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의료상식과 현대의학의 문제점을 제시한다. 가령, 맥주의 이뇨작용은 병의 증상에 따라 달리 사용해야 한다. 항균이란 이름의 이미지가 팔리는 현상을 사회정신병리 현상으로 진단되고 있다.2장은 일본 병원의 의료사정을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개선방향을 검토하며 3장은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4장에서는 쾌적한 삶을 살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에게 병원생활을 즐기는 방법을 말해준다.저자의 균형잡힌 시각이 부러운 한편, 우리의 수렁같은 의료계의 현실을 겸허하게 반성하는 책은 왜 안나올까 하는 의문도 든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얘기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