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의 성장성에서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국내 GDP(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은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수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펴낸 ‘제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섬유,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 기여도가 소프트웨어, 컴퓨터, 생명공학 등 지식기반의 신산업이 차지하는 기여도보다 클 것으로 분석됐다.외국의 사례에서도 일본이나 독일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무역 흑자를 보고 있지만 미국 등 비중이 낮은 나라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비즈니스 접목, 원가절감·비용절감하지만 제조업체들이 그간 보여준 주주와 직원들을 중시하지 않는 경영행태와 디지털 혁명이라는 큰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이 최근 주가 하락과 인력 이탈이라는 두가지 악재를 만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최근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다.첫째, 기존의 사업에 e-비즈니스를 접목시켜 원가절감이나 비용절감에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식품업체인 풀무원의 경우 물류시스템에 IT기술을 도입, 재고나 자재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또 인터넷을 통한 주문시스템을 도입해 매출을 증대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여 생산성도 늘리고 사내 비용도 줄여 두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공업용 열량계를 생산하는 삼에스코리아는 컴맹인 사장이 직접 나서서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직원들이 “하던 일이나 잘 하자”며 사장의 디지털 변신을 뜯어말리기도 했지만 결국 2년여만에 회사의 홈페이지도 구축했고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뒤 일본의 한 업체가 삼에스코리아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물품 주문을 했고, 이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사장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둘째는 기존의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새로운 e-비즈니스 사업에 진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는 기업들이 있다.SK는 직물제조업에서 에너지 기업으로, 다시 최근엔 적극적으로 닷컴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인터넷 기업에 투자는 물론 전자상거래 등 신규 온라인 사업으로 수익창출에 전력하고 있다.◆ 신규 온라인 사업으로 수익창출설탕제조업체였던 제일제당도 영화산업, 음악채널, 드림라인 등 새로운 e-비즈니스에 열심이다. SK와 제일제당을 두고 굴뚝기업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텐트제조업체인 진웅도 ‘지누스’로 사명을 바꾸고 섬유전문 전자상거래 등에 진출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마지막으로 굴뚝산업의 외길을 가면서도 꾸준히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프레스 금형업체인 동인엔지니어링은 이 분야의 기술개발에만 몰두한 결과 올해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성실한 기업으로 알려진 덕에 안정적인 거래선 또한 확보하고 있다.올해초 닷컴기업들이 시장에서 엄청나게 돈을 끌어모으는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단에서 묵묵히 한 분야만 파 성공한 것이다.정밀 금형업체인 삼진기연은 어려운 시기에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그동안 기술개발에 꾸준히 투자한 덕에 TFT-LCD에 들어가는 고급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했고, 매출증대뿐 아니라 9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도 유치할 수 있었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 자신있는 분야에 진력한 결과다.삼성경제연구소 이웅희 연구원은 “전통기업이 갖고 있는 브랜드, 자금, 신용, 종업원의 충성도 등 장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변화를 수용한다면 얼마든지 성장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