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자동차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 모두가 마찬가지다.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에 따른 사회적 손실은 일본 정부당국의 큰 고민 중 하나가 된지 오래고 수도 도쿄의 도심은 온종일 자동차로 넘쳐 난다. 가뜩이나 주택사정이 열악한 지역에 자동차가 몰리다 보니 도쿄에서는 차 세울 공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고 고속도로 상황을 알리는 교통정보도 서울처럼 ‘정체’라는 소리를 반복하기 일쑤다.이같은 상황에서 일본 산업계에서는 첨단 IT(정보기술)를 주차장 현대화에 접목, 운전자들의 불필요한 금전적, 시간적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를 들면 주차장 입출고를 논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요금징수 시스템 및 입체 주차장의 빈 공간으로 차량을 자동 유도하는 장치가 실험단계 중이거나 보급 확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휴대전화 활용 주차상황 등 알려줘최근에는 카-나비(차량운행 항법장치)와 휴대전화 등을 활용해 리얼 타임으로 만차·공차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또 이벤트 정보와 각종 편의시설까지 안내해 주는 곳들도 생겨나 일본의 주차장들은 이제 단순히 자동차를 세워만 두는 곳이 아니라 IT시대의 새로운 하이테크 정보스페이스로 면모를 일신해 가고 있다.유료도로의 자동요금징수시스템(ETC)을 설계, 납품하는 NEC사는 이같은 기술을 주차장 첨단화에 응용한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이 회사는 지난 8월부터 요코하마의 공장에 있는 사원 주차장에 DSRC(소지역통신)주차장 관리시스템을 도입,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고속도로의 톨 게이트 등에 설치된 ETC와 기본 원리가 흡사한 이 시스템 적용을 위해 NEC는 주차장 출입구에 차량감지기, DSRC 안테나, 차단기 및 차량번호판 촬영용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다. 그리고 약 3백대의 계약자 차량에는 담배갑 크기만한 특수장치를 내부에 장착시켰다.이 시스템에서는 입구에 차량이 다가가면 우선 감지기가 반응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차량 내부에 장착된 특수장치로부터 안테나에 계약자의 정보가 보내지고 카메라는 번호판 정보를 자동으로 판독한다. 장착된 특수장치에 담긴 정보와 번호판 정보가 일치하면 차단기가 올라간다. 출구 역시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작동하도록 돼 있어 나가는 차량의 개별정보는 자동적으로 관리단말기에 보내진다.DSRC 시스템에는 주차요금 결제 외에도 다른 기능을 첨가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카-나비에 접목시켜 주차장 입구에서 차량을 빈 공간까지 유도하거나 쇼핑센터 및 테마파크등에서 이벤트 정보를 차내의 운전자에게 알려 주는 것 등이다.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은 오키전기와 공동으로 DSRC 시스템을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주차장 무인관리시스템을 개발, 자사 건물 내에서 실험 중이다.올해4월부터 도쿄일대에서 시험운용에 들어간 자동요금 징수시스템 설치 톨게이트. 센서등 관련기기를 내부에 탑재한 차향이 통과하고 있다.이 자동유도시스템은 차량이 건물 입구의 게이트를 통과하면 어느 공간에 차를 둘 것인가를 DSRC 안테나가 카-나비 화면에 표시해 주도록 돼 있다. 음성으로도 동시에 안내해 준다. 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안테나는 주변의 공간이 만차이거나 비어 있는지를 자동감지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리얼타임으로 관리단말기에 정보를 보내 운전자가 입구에서부터 어디에 차를 세울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주차차량 빈 공간 유도 서비스이 회사는 DSRC가 한정된 지역에서만 통하는 통신인 점을 응용해 대용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보내는 서비스도 실험중이다. 백화점의 주차장을 가정해 표시화면의 메뉴를 선택하면 층별 안내와 행사 내용, 그리고 그날의 염가상품이 자동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방식이다. 또 IC카드로 상품구매액에 따라 주차요금을 할인해 주고 논스톱으로 자동정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실험도 진행중이다.주차장 첨단화 작업은 휴대전화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대형 주차장업체인 일본신호와 미쓰이물산, 파크24 등 7개업체가 출자해 만든 아이포스네트사는 금년 3월부터 휴대전화에 대한 주차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자사와 계약한 시간제임대 주차장의 정산기 등에 통신단말기를 설치해 가동상황을 정보센터에 입력시킨다. 그리고 정보를 휴대폰과 컴퓨터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카-나비에 정보를 보내주는 방식도 현재 개발중이다.아이포스네트는 이 서비스 외에 주차장 소유주의 실질적인 경영지원도 해주고 있다. 이를테면 통신단말기에 나타나는 만차·공차 등의 정보상황외에 자동정산기의 고장여부, 거스름돈 재고 등을 수시로 파악해 사고, 사건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포스네트는 현재 30대 이상의 수용능력을 갖춘 사업용 주차장을 대상으로 계약을 맺어 놓고 있다.그러나 도큐, 도부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로부터의 수요도 만만치 않아 연말까지는 계약주차장이 1천곳을 넘어설 것이라는게 이 회사 무라카미 유이치로과장의 전망이다.IT를 활용해 아예 게이트를 없앤 주차장도 등장했다. 가나가와켄 히라츠카시의 한 주차장은 이시카와지마하리마 중공업이 개발한 관제시스템을 이용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이 주차장에서는 차량이 빈 공간에 주차되면 센서가 자동으로 잠금장치를 작동시킨다. 각 구획에는 막대기 모양의 카드홀더가 설치돼 있고 운전자는 여기에서 주차카드를 뽑아 사용요금을 정산한 후 다시 홀더에 넣으면 잠금장치가 풀리도록 돼 있다.이 시스템은 개별 주차구획마다의 요금관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평일, 휴일 또는 시간대별로 업주가 다양하게 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출고시 요금정산을 위해 차량을 세울 필요가 없어 주차장내에서의 차량체증을 없애는 기능도 발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