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과 대우차 매각 실패로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의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는 대형주 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건가. 대우차 매각은 포드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트렸기에 포드의 비신사적인 태도 때문에 실패한 건가. 우리 기업들의 IR전략의 부재와 우리측 정부와 채권단의 M&A 수행 전략에 대한 미숙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먼저, 우리의 IR 상황을 진단해 보자. 올 봄에 지난 10년간 한국 언론의 IR에 관한 글들을 분석해 보니 우리나라 기업의 IR가 생성과정이나 전략 차원 등에서 선진국에 비하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뒤처져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 가장 기본적인 원인으로 필자는 우리나라의 IR관련 문헌에서 IR전략에 관한 기본 개념 설정을 잘못했기 때문임을 지적하고 싶다. 대부분 문헌에서 PR와 IR를 잘못 구분하고 있었으며, PR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고 있었다.전문 잡지에 실린 ‘우리나라 IR의 현황과 대책’이라는 최근의 글에는 PR를 일방적 소통으로 설명해 정의하고 있다. ‘IR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에서는 IR와 유사한 개념으로 PR(Public Relations)가 있다며, PR의 대상자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 대중이라고 기술하고 있다.1996년에 발간된 S경제연구소의 기업의 IR전략과 대응에 관한 책자에서도 PR를 고객과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이미지 향상, 제품 선전 등을 목적으로 좋은 점만을 전달하는 활동이기에 PR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IR활동을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IR는 PR가 아니며, PR는 필요없다’라는 요지의 PR에 대한 무지는 우리의 주가가 외국 투자가들에 의해서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그렇다면 외국 IR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PR 사례 그 자체인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1997년 컴퓨터와 인간과의 체스 대결은 IBM이 장기적인 계획아래 얼마나 전략적으로 IR를 수행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컴퓨터 딥 블루는 세계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와 대결을 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지구촌을 떠들썩하게 했다. ‘딥 블루’의 승리가 확정된 다음 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IBM주가는 하루새 주당 5달러(3.6%) 오른 1백73.50달러를 기록하며, 월가의 주식전문가들은 IBM주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IBM, PR전략 활용해 IR 성공IBM주가 폭등의 원인은 물론 IBM컴퓨터의 기술력을 확인함과 동시에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워낙 컸던 만큼 IBM 제품 홍보효과가 엄청나 향후 이 회사의 대폭적인 판매 신장을 기대하고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이 대회를 수년전부터 준비했으며 체스대결 한참 전부터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자사의 첨단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홍보했었다.IBM 사례에서와 같이 PR전략을 활용해 IR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사례는 선진 기업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기업이 생각지도 못했던 장애인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홍보 프로그램을 만든다거나, 승마를 즐기는 주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승마대회를 후원하는 것 등이 되겠다.PR와 IR는 분리해서 설명할 수가 없다. PR의 기본과 전략이 포함되지 않은 IR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해당 기업의 임직원도 투자 분석가도 자신만만하던 S전자 주식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 S전자가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공중들에 대한 정확한 성향 분석, 투자가들의 심리적 변화 가능성, 국제 상황 등을 고려한 장기적 PR전략을 펼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