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하릴없던 아줌마, 지금은 월수입 9백만원의 사장님.’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캐주얼웨어 할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은자 사장(34)에겐 지난 1년이 ‘인생 전환기’다. 시간이 많아 주체할 수 없었던 한가한 아줌마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사업가로 대변신했다. 그것도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왕초보’의 화려한 변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매일 남아도는 시간이 너무 아깝더군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비 등 경제적인 요구도 커지고요. 처음엔 가족들이 크게 반대했지만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1년전 장사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작은 보세옷가게를 차렸다.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 밀집지라서 품질 좋은 여성의류가 잘 팔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전부였다. 과학적인 입지·업종 선정은 안중에 없었다. 결국 5개월 동안 고전하다 문을 닫고 말았다.이후 새로운 창업을 위해 신문·잡지를 탐독하기 시작했다. 장사장의 눈을 붙든 것은 여러 브랜드의 캐주얼의류를 할인 판매하는 한 체인업체 광고. 실패 경험을 오히려 ‘밑거름’으로 활용할만한 업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체인 본사에서 상품을 모두 공급하기 때문에 따로 새벽시장에 갈 필요가 없고 수시로 매장을 관리해 준다는 점이 좋았다. 문제는 캐주얼의류 수요층이 몰릴만한 입지를 고르는 것이었다.◆ 젊은층 유동인구 많은 곳에 입지 ‘매상 쭉쭉’“젊은층이 많이 찾는 입지를 고르다 건국대, 세종대가 지척인 화양리 번화가를 선택했습니다. 유흥업소, 미용실, 전자오락실 등이 몰려있고 재래시장에 주택가까지 가까워 수요가 많으리라 생각했죠. 지하철 출구와 버스정류장이 가깝다는 것도 상당한 장점이더군요.”장사장의 매장에서는 신세대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루트(ROOT)’와 ‘휠라(FILA)’가 최고 인기 상품이다. 고가로 알려진 두 캐주얼 브랜드 제품을 40~60% 할인해 주니 반응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지금껏 가격에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을 본 적이 없을 정도. 니트 바지 티셔츠 트레이닝복 등 캐주얼 스포츠 의류는 물론 모자 가방 양말 등 액세서리도 인기가 높다. 가격대는 1만~5만원대가 주종. 무난한 스타일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덕에 수요층이 두텁다.장사장의 ‘성공 창업’에는 업종·입지선정의 공이 크지만 특유의 고객 응대도 한몫했다. 고객이 부담없이 옷을 고를 수 있도록 최대한 편하게 배려하는 것이 그의 운영 원칙이다. 물론 교환, 환불 요구에도 밝은 표정은 변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의 쇼핑 경험에서 나온 ‘전략’이라고.장사장은 여러 가지 성공 요인 덕분에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난 3월 창업한 후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하루 1백만원의 매출이 유지되고 있다. 한 달 평균 매출만 3천만원에 이른다. 제품 원가와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한 순수익은 평균 9백만원 선. 게다가 신상품 회전이 빠르고 수시로 디스플레이를 변경해 매출은 꾸준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반면 창업에는 총 1억3천만원이 소요됐다. 20평 규모의 점포를 임대하기 위해 8천만원이 들어갔고 초도물품비, 인테리어비 등으로 5천만원이 필요했다. 그동안 저축한 돈을 모두 동원하고도 모자라 친지로부터 상당액을 빌려야 했다. 하지만 현재 상태대로라면 빚 갚기는 시간문제.“수입이나 생활 면에서 1년전 전업주부일 때와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매일 아침 11시에 출근, 밤 11시에 퇴근하는 고된 생활이지만 돈 버는 재미, 고객 맞이하는 재미가 있어 피곤한 줄 몰라요. 가을엔 어떤 이벤트를 벌여볼까, 어떤 서비스를 할까 구상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즐겁게 일하니 수익도 따라오는 것 아닐까요.”◆ ‘멀티 브랜드 할인점’으로 자리잡아장사장의 점포는 기존의 캐주얼 의류점과 구별되는 ‘멀티 브랜드 할인점’으로 불린다. 국내외의 다양한 유명 브랜드를 큰 폭으로 할인 판매하는 곳이다. 이는 유통업이 제조업을 지배하는 이른바 ‘유통우위현상’ 때문에 가능하다. 체인본사가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물품을 대량 구매,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정한 후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가격에 민감하면서도 브랜드와 디자인, 품질을 중요시하는 요즘 젊은층에 어필하는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이 업종의 장점은 고객층이 10대~30대 후반으로 폭넓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들의 패션 감각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장사장처럼 젊은 고객들과 의도적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감각을 익히는 방법을 권할 만하다.최근 캐주얼의류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가 각축을 벌여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다. 이 가운데 멀티 브랜드 할인점은 새로운 시장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고가의 유명 브랜드를 절반값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소비층에 확산되면서 신개념 유통업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 실용적인 소비 경향이 두드러질수록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02)3482-9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