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쟁률 평균 3백대 1, 실무교육 엄격 … 기억력·세련된 화술 갖춰야 성공

‘백마 탄 왕자, 숲 속의 공주를 소개해 주는 사람’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는 이상형에 가까운 결혼상대를 콕콕 찍어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들어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이 직업에 남다른 관심이 쏠리고 있다.하지만 커플매니저의 세계는 생각처럼 ‘낭만적’이진 않다. 몇몇 대표적인 결혼정보회사의 경우 엄격한 채용과정과 교육·훈련을 거친다. 채용시험 경쟁률은 평균 3백대 1이 넘는다. 여기에 2~3차에 걸친 면접시험과 혹독한 수습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커플매니저 자리에 앉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인생을 엮어 평생의 동반자로 만들어 주는게 쉬울 리 없는 만큼, 일의 내용이나 성사과정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선우의 오진경씨(30)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거의 하루종일 이어지는 전화통화, 상담으로 성대 혹사도 심하다”고 하소연한다. ‘체질에 맞지 않으면 못한다’는 게 그의 결론. 하지만 이들의 직업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듀오정보의 배연희씨(30)는 “결혼에 골인하는 커플을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한 커플의 이혼율이 상당히 낮다는 점도 이들의 ‘기쁨’이다.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커플매니저는 줄잡아 3백여명 정도. 거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20대 중반~30대 여성들이다. 스튜어디스, 방송리포터 등 ‘중매’와 거리가 먼 출신도 상당수다. 이들이 꼽는 커플매니저의 덕목은 기억력과 인내력, 세련된 대화술과 친절 등. 1년차 연봉은 1천2백만~2천만원 선이다.★ 인터뷰 / 북한출신 커플매니저 김순영씨“통일되면 남남북녀 짝짓기 전문가 될래요”결혼정보회사 (주)선우 고객만족팀의 커플매니저 김순영씨(24)는 탈북자 중매인 1호, 일명 ‘통일 커플매니저’로 불린다. 98년 8월 온 가족이 중국을 거쳐 귀순한 뒤 이 회사가 주최한 ‘남남북녀 미팅’에 참가했다가 선우 측의 제안으로 인연을 맺었다. 지난 3월 입사해 4개월간의 교육을 거쳐 실무를 시작한지 3개월째.“북한에서 온 사람들은 많은 외로움을 겪습니다. 남한살이가 그리 평탄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들이 따뜻한 가정을 꾸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뻐요.”김씨는 선우 홈페이지에 ‘남북의 창’이라는 코너를 도맡아 운영하며 총각 처녀 탈북자 30여명의 혼사를 돌보고 있다. 최근에는 올 11월에 결혼하는 첫번째 ‘김순영표 커플’이 탄생해 무척 고무된 상태. 하지만 정작 자신은 북에 두고 온 애인을 아직까지 그리워하고 있다.“처음엔 조건을 따져 인위적인 만남을 갖는 게 자본주의 특유의 개인 이기주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평생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실수없이 만난다는 점에선 상당히 효율적입니다. 약간 삭막한 건 사실이지만요.”탤런트로 활동중인 김혜영씨(26)씨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통일이 되면 남남북녀 맺어주기 전문가가 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