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 유지하면서 IT 등 첨단사업 비중 확대·신규 진출 … SK·제일제당 성공사례

닭표 안감, 봉황새 이불감, 곰보 나일론에서 n-Top 011, 넷츠고(Netsgo), 해피투바이(Happy2buy), 오케이캐시백(Okcashbag)에 이르기까지….SK그룹, 즉 옛 선경그룹의 어제와 오늘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주요 상품 및 서비스들이다. SK의 어제는 ‘선경’이란 이름의 직물제조 업체였다. 모태가 곧 직물업이었던 것이다. 전쟁 직후이던 1953년 15대의 직기로 출발한 선경 수원공장은 닭표 안감과 봉황새 이불감, 곰보 나일론을 제조,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히트를 쳤다. 또 국내 최초로 섬유수출 전선에 나섰고(1962년), 아세테이트 폴리에스터원사의 국내 최초 생산 등 국내 섬유업계를 리드한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지금의 SK그룹을 두고 이같은 직물산업을 연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n-Top 011을 주로 사용하고, 넷츠고에서 인터넷 PC통신을 이용하거나 해피투바이에서 물건을 사고, 허브사이트인 오케이캐시백을 통해 각종 정보를 취득하거나 포인트 적립혜택을 받아온 신세대들은 당연히 SK그룹이 인터넷에 기반을 둔 e-비즈니스 전문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굳이 10~20대 신세대들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SK텔레콤의 011을 사용하거나 접해온 사람들이라면 ‘SK’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첨단’이나 ‘정보통신’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물론 SK가 ‘선경’이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SK’란 영문약자로 모든 계열사 이름을 바꾼 탓도 있다.이렇듯 SK는 본래 자신을 있게 한 직물업 대신 첨단 정보통신 또는 e-비즈니스 전문기업으로 변신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기억될 만하다. 물론 SK는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인 만큼 아직까지 원사 및 원단을 생산하는 SK케미컬을 비롯해 에너지·화학, 금융, 물류·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동시에 벌이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을 비롯한 정보통신 관련 기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게다가 최근 e-비즈니스가 업계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SK계열사중 e-비즈니스를 추진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손길승 SK그룹회장은 지난 8월 대한상의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전계열사가 신규사업 창출을 위해 e-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있고, 인터넷 고유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코오롱도 e-비즈 부문 대폭 강화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은 n-Top, 넷츠고(인터넷 PC통신), 해피투바이(종합인터넷쇼핑몰), IDC(인터넷 데이터센터), EBPP(전자지불결제시스템)를 포함한 금융포털 및 고속데이터서비스 등을 추진중이다. SK(주)는 여행, 금융, 건강 등 11개 단위사업으로 구성된 전자상거래 포털 OKcashbag.com을 운영하고 있고, 운전자를 위한 TSD(Total Service for Driver)와 3천7백개의 주유소와 13개의 지역물류센터를 활용한 택배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케미컬은 화학 B2B를 추진하고 있다.설탕업체인 제일제당도 e-비즈니스에 적극적이다. 제일제당은 우선 1953년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으로 설탕업에 진출, ‘단맛’ 바람을 일으켰고, 70년대 들어 종합조미료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제일제당이 종합식품업체로서 뿐만 아니라 종합생활문화 그룹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독립경영을 선언하고 삼성그룹에서 분리되면서부터였다. 분리 직후 제일제당은 세계 영화계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합작으로 ‘드림웍스 SKG’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식품업과 별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했다.최근 들어 제일제당이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분야 는 바로 e-비즈니스를 포함한 정보통신 사업이다. 이미 1995년 제일씨앤씨 설립으로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에 나섰던 제일제당은 음악전문케이블 ‘m.net’인수(97년), 제일고속통신설립(97년), 드림라인 계열사 편입(99년), 인터넷 뮤직사업법인 ‘드림뮤직’ 설립(2000년) 등으로 e-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여기에다 제일제당은 올해 2월 중장기 비전발표를 통해 CJ-Entertain, M.net, CGV(멀티플렉스 극장) 등 영화 및 음악관련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드림라인(초고속통신망), CJ드림소프트(시스템통합), 드림마트(B2B 전자상거래), CJ샵(인터넷쇼핑몰) 등 e-비즈니스 분야를 eCEM이라는 범주에 묶어 미래형 핵심사업으로 키워나가기로 했다. 국내 1위의 종합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업체이자 미디어 & e-비즈니스 업체로서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반을 확보하고 최고의 콘텐츠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코오롱 역시 1957년 처음 화학섬유산업에 뛰어든 뒤 지금까지 섬유에 기반을 둔 대기업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들어 e-비즈니스 부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생명산업과 인터넷을 그룹의 양대 축으로 하겠다는게 코오롱의 미래전략이다. 이와 관련 코오롱은 인터넷 영상제공업체인 센터코리아의 지분 70%를 인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밖에 코오롱이 직접 투자하거나 창투사를 통해 투자한 신규사업 관련 벤처회사는 17개사에 이른다. 또 이앤퓨처(e&Future)사를 통해 계열사의 벤처투자 및 e-비즈니스 관련 컨설팅 업무를 수행케 함으로써 그룹 전체의 e-비즈니스가 일관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내부적으로 K2e(Kolong to e-biz)라는 태스크포스를 구축, 각 계열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한편 SK(최태원 SK(주) 대표이사 회장), 제일제당(이재현 대표이사 부회장), 코오롱(이웅렬 그룹회장)의 e-비즈니스 활성화 붐은 모두 창업자의 2세대, 또는 3세대에 속하는 젊은 경영인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경영인들의 e-비즈니스 안목과 감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중견 기업 지누스도 e-비즈니스 한창중견 전문기업중 e-비즈니스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눈에 띄는 변신을 꾀하고 있는 업체가 (주)지누스다. 지누스는 바로 텐트업체 진웅이 올 3월 e-비즈니스 지주회사로 변신하면서 새로운 모습에 걸맞는 이름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이름과 심벌에는 21세기 인터넷 리딩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이윤재 사장의 포부가 담겨 있다.현재 지누스의 계열사로는 텐트를 비롯해 각종 레저용품을 제조, 판매하는 노스폴과 기업간 전자상거래 회사인 인더스트레이더닷컴(www.industrader.com), 섬유전문 전자상거래 회사인 (주)이텍스타일러닷컴(www. etextiler.com), 웹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개발 및 토털솔루션 업체인 (주)인츠(www.ints.co.kr),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회사인 (주)웹투폰(www. wowcall.com), 인터넷 솔루션전문 투자회사인 (주)이피탈홀딩스 등이 있다. 지누스가 본래 텐트전문업체였음은 노스폴을 통해 흔적만 남겨두었을 뿐 전체 사업영역이나 비중이 완전히 e-비즈니스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들 굴뚝업체들의 e-비즈니스 사업강화 및 변신 움직임은 일단 인터넷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앞으로 이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