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8월중 산업생산은 반도체, 컴퓨터 등의 내수 및 수출호조로 인해 전년동월대비 24.1% 증가하며 잠시 주춤했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컴퓨터와 산업용 기계 등의 투자확대로 34.8% 증가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기종합지수로 본 경기 역시 아직 위축조짐을 보이지 않는다.일반적으로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경우, 올해 들어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6월 이후 다시 상승하며 8월에는 100.1을 기록함으로써 97년12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향후 경기에 대한 예측 지표로 사용되는 경기선행지수의 전월비 역시 올해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7월 이후 플러스로 반전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지표들과는 반대로 각종 기관들이 발표하는 기업과 소비자들의 경기실사지수는 최근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기업과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이를 반영하듯 소비동향을 나타내는 도소매판매는 7월 이후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졌으며, 특히 내구재 소비 출하는 7월 이후 감소세로 반전되어 소비심리 둔화가 실제 소비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이와 같이 실물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발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에 기인한다. 산업활동 동향에 의하면 8월에 수출 출하는 39.7%의 높은 증가세를 보인 반면, 내수 출하는 14.1%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과 내수비중이 높은 업종간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상승 여부, 구조조정 속도에 달려8월중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산업은 생산이 각각 69.1%, 7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화학·철강 등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은 전체 산업의 평균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가죽·신발·의류 등 경공업 생산은 8월에도 5.1% 증가에 그쳐 업종간의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경기호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몇몇 IT산업의 기업들만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 반도체 경기 논란,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등 여러 가지 대내외 악재로 인해 증시가 침체되고,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체감경기는 더욱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현재는 우리 경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주도의 우리 경제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재의 경기상승을 지속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