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전세계적인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과연 한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그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변화에 능동적인 자만이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역사도 그 사실을 증명한다. 우리 민족은 20세기초 산업화에 대한 기회를 놓치면서 근 1백년간 그 대가를 치러 왔다. 이제 다시 변혁의 시기이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화두는 우리에게 다시 기회를 가져다 주고 있다.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디지털 경제를 엄청난 변혁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이 변화는 19세기 중반 제2의 산업혁명 또는 대공황과 세계 제2차 대전으로 촉발된 구조적 변혁보다 훨씬 더 거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한데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97년말, 망해버린 국가의 실상 앞에서 불안과 허탈과 경제의 악순환으로부터 희망과 비전을 주고 경제를 선순환으로 돌려놓는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던 IT벤처산업이 지금 송두리째 좌초 위기 앞에 놓여 있다. 닷컴기업에서 비롯된 “묻지마 외면”은 옥이고 석이고 따질 것 없이 IT벤처 기업 전체를 도매금으로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벤처 기업들 스스로 불명확한 수익모델과 미숙한 경영 능력을 해결하지 못한 면이 크지만, 벤처 열풍에 휩싸여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한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자들의 신중하지 못한 태도 역시 크게 한몫을 했다.그러나 신경제의 핵심인 인터넷산업을 분류해 보면 첫째, 웹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 개발업체, 둘째, 통신장비 및 네트워크 업체, 셋째, 콘텐츠나 쇼핑몰 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위 닷컴기업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척도나 정부지원의 척도가 철저하게 기술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면 오늘과 같은 이런 위기는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복사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그림이 아니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경쟁해야 실로 세계경제 속에서의 국가경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국산 e-비즈니스 솔루션 개발 전문업체 대표로서, 그 해답을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다음 네가지 이유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첫째, 인터넷의 상용화가 최근 5년 내에 이루어졌으므로 기술적인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과 국내 수준의 차이가 생길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2년여 동안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렬한 IT벤처붐이 일었던 국내의 경제 환경 덕에, B2B솔루션을 비롯한 특정분야의 IT기술은 세계적인 기존의 절대 강자를 위협하거나 이미 그들보다 앞지르고 있다. 이는 순발력, 기술력에서 앞서는 국내 벤처 기업들이 세계시장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 이다.둘째, 국내 기업들이 국산 엔터프라이즈급 솔루션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국내 대기업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소프트웨어들을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 실행한 IT프로젝트들이 국내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유지·보수의 어려움 및 고비용을 유발하는 외산 솔루션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따라서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현실을 기반으로 개발되어 구축과 유지·보수 모두에서 비용 절감과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국산 솔루션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수와 증가세이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는 1천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또 노령인구와 어린이들을 제외했을 때 전국민의 40%에 육박하는 숫자다. 그 수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인터넷 산업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줄 절대 후원자가 될 것이다.넷째, 전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이 미국 중심에서 유럽, 일본, 아시아, 남미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 미국 중심의 시장 환경에서 아시아 국가인 우리나라는 언어, 자금력, 영업력에서 상대적인 약자였다. 그러나 중국, 동남아 시장으로 넓어진 소프트웨어 시장은 우리에게 청신호이다.이와 같은 요소들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우리나라가 최강의 IT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최선의 길이 될 것임을 말해준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IT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자체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구적인 노력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다함께 요구된다.최근 국내의 대기업들이 외국의 유명 솔루션들을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가져와 국내 시장에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외국 솔루션의 기술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국내 개발 솔루션들이 실제 기업들의 e-비즈니스를 위해 사용되고 검증을 거치면서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이런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물론 필수적이지만 그 외에도 무조건적인 외제선호의 의식전환과 마케팅 전략의 지원이 사회 전반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를 이용하지 못한 채 ‘적기에 시장진입’을 하지 못하면 결코 한국에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 출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도나 이스라엘, 독일과 같이 미국을 위협하는 소프트웨어 강국들의 출현은 소프트웨어나 벤처 전문단지의 육성을 통해 적극적인 산학협동과 각종 자금 지원, 실리콘밸리와의 연계사업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해온 결과이다.특히 국내 벤처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해서 전략적인 소프트웨어 수출 외교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기술력은 상당하나 그것을 해외시장에 런칭할 만한 노하우가 부재한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안다. 지난해 국내의 대규모 ERP 수주 프로젝트에서 미국의 오라클과 독일의 SAP가 정면대결을 하고 있었다. 이때 미국의 상무성에서는 국내의 해당 기업에 오라클을 추천하는 친서를 보낸 일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오라클은 국내 최대의 IT프로젝트를 따냈다. 이미 세계 1위의 IT강국인 미국이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기술환경 속에서 이미 덩치가 커져 버린 오라클, SAP 같은 세계적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이들도 출현할 당시에는 DBMS, ERP 등의 최첨단 기술을 가진 혁신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가 전통 기업들에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것처럼, 이러한 e-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역시 기존의 클라이언트·서버 환경으로부터 웹환경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그런데 빠른 속도의 웹기반 기술변화를 이들 거인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보다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 기술인력들의 저항과 기득권 문제가 절대적이다.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시기가 바로 창의성과 순발력을 가진 국내 벤처들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강자가 출현하는 시기들이 있어 왔는데, 지금이 바로 미래의 기술을 이끌어나갈 세력이 재편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첨단기술에서 세계적 표준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춰 가는데 있어 정부의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전략이 결합된다면,‘IT강국 - Korea’의 길은 바로 우리의 눈앞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