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가격에 화장의 모든 것 서비스 … 본사서 미용전문가 파견 단골확보 도와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이 엉망일 때, 여자들은 무척 당황하죠. 좁은 화장실에서 매만지자니 잘 되지 않는데다 기분도 좋지 않고…. 그런 여성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합니다.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짭짤한 수익까지 거두니, 해볼 만한 사업이죠.”◆ 미용실·피부관리실 틈새 파고든 아이디어업종신세대들의 만남 장소로 첫손꼽히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셀프메이크업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수나 사장(42). 오랫동안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지난해 11월부터 체인사업으로 연결시켰다.약속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에게 세안, 화장, 피부관리, 헤어 컷 서비스를 제공하고 저렴한 이용료를 받는게 이 사업의 핵심. 말 그대로 고객이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화장품과 각종 설비를 갖추고 업주나 종업원은 고객을 돕는 역할을 한다.김사장의 사업은 요즘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신세대층에 핸드폰이 폭넓게 보급되면서 즉석 약속, 즉석 미팅이 덩달아 늘어난 것이 ‘번창’의 계기를 제공했다. 방과후 화장쯤은 예사로 여기는 요즘 10대 여학생들의 인식 변화도 셀프메이크업 전문점의 효용가치를 높여주는 요소. 짧은 시간에 최대한 예쁘게 단장하고 싶은 욕구를 실현해 줌으로써 ‘강남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 술렁이기 시작하는 오후 6~7시가 되면 김사장의 점포도 붐비기 시작한다. 주변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서 약속이 있는 젊은 여성들이 화장을 다듬고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비치된 각종 화장품과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할 경우 요금은 5천원, 초음파 마사지기계를 이용해 피부관리까지 할 경우엔 9천원이다. 몸단장을 할 수 있는 ‘진짜 화장실(化粧室)’을 제공받는 것은 물론 미용전문가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가다.고객이 가장 몰리는 시간은 저녁때이지만 오전과 낮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아니다. 오전에는 입사시험 면접이나 맞선이 있는 고객에게 메이크업을 해 주고 점심시간에는 주변 직장인들의 머리를 매만진다. 또 수시로 계절 메이크업 강좌를 개설, 낮 시간을 활용해 20~30대 여성층을 공략한다. 두 명의 파트타이머가 각기 메이크업, 헤어 컷을 맡아 김사장을 돕고 있다.“요즘 신세대들이 얼마나 자기 표현에 솔직한지 체감하고 있어요. 예쁘다, 잘 생겼다는 말을 듣기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죠. 특히 약속을 앞뒀을 때는 더 정성을 들입니다. 기존 미용실 체제에서 머리 손질의 비중을 줄이고 화장의 비중을 높여 요즘 풍속도를 반영한 셈이지요.”서울 최고의 번화가로 꼽히는 강남역 상권에 자리잡았지만 임대료 등 창업비용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로변 빌딩의 3층 사무실 자리를 잡아 권리금 부담을 덜었기 때문. 실평수 18평 규모의 점포는 보증금 2천만원에 임대했다. 밝고 산뜻한 분위기로 개조하고 화장품과 마사지기 등을 구비하는데 각각 1천5백만원씩 들어간 것을 합하면 총 5천만원이 창업비용으로 충당됐다.반면 월평균 매출은 1천2백만원에 이른다. 하루 평균 고객수는 40명 수준.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더욱 늘어난다. 한번 구비하면 6개월~1년 정도 사용하는 화장품의 특성상 재료비의 지출도 크지 않다. 따라서 순수익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파트타이머 2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제외한 순수익이 월 평균 8백만원 선.“창업 직후 홍보를 위해 2개월 동안 전단을 배포했습니다. 행인의 눈길을 끄는 이벤트행사도 세 차례 치렀고요. 이 과정을 통해 셀프메이크업 전문점의 존재가 전해지고 10~30대에 이르는 고객층이 형성된 것 같아요.”◆ 낮엔 면접·맞선 메이크업으로 수익 확보이 사업은 미용실과 피부관리실의 틈새를 파고 든 아이디어업종이다. 필요에 따라 분야를 세분화할 수도, 특화할 수도 있다. 김사장의 경우 강남역이라는 입지 특성상 메이크업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주택가에 자리잡을 경우엔 체중관리, 피부관리 등으로 전문분야를 변경할 수 있다. 또 이 분야에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걱정이 없다. 체인 본사에서 미용 전문가를 파견,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하기 때문이다.셀프메이크업 전문점의 등장은 외모에 대한 욕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간과 비용 절약에 민감한 신세대 여성층이 주 타깃. 공교롭게도 일본에서는 이와 유사한 아이템인 ‘10분 1천엔 미용서비스’라는 사업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짧은 시간, 저렴한 비용’이라는 특징에서 같은 맥락이다.입지는 20대 여성이 많이 모여드는 장소가 최적으로 꼽힌다. 대학가나 중심부 번화가라 하더라도 빌딩 2~3층에 15평 정도만 확보하면 되므로 임대비용이 낮은 편.창업전문가들은 비교적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노동력 소모가 적어 주부 창업 아이템으로 적당하다고 말한다. 단 셀프 서비스라고 해서 고객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하고 고정 고객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게 전제다. (02)5577-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