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술 한자리 해결 ‘이색 외식공간’ … 운영·조리방법 매뉴얼화 ‘장사하기 편해’

‘삼전사기’.아이 셋을 낳은뒤 큰 맘 먹고 시작한 부업이 번번이 실패, 3년 동안 간판을 세 번이나 바꿔야 했다. 급기야 네번째, ‘마지막이다’하고 시작한 새로운 사업이 대박을 터뜨렸다. 월세 내기도 빠듯했던 가게가 요즘엔 손님들로 북적댄다.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학교 앞 대학촌에서 호프 겸 레스토랑 ‘닭쌈닷컴’을 운영하는 권오남 사장(37)은 창업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른 후에야 ‘성공’을 거머쥐었다. 상권 분석과 업종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직접 체험했다.“몸과 마음이 모두 고달프면서 수익은 내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됐어요. 포기하기엔 아깝고 계속하자니 너무 힘들고…. 친지가 이 사업을 권할 때는 ‘포기 반 기대 반’ 심정이었죠.”권사장은 지난 97년 숭실대 앞 13평 점포에 자리잡은 후 삼겹살식당에서 닭갈비집으로, 다시 치킨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모두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해 이내 실망하고 마는 수순을 거쳤다. ‘00가 잘 된다더라’는 주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것도 문제였다. 경쟁업소가 몇군데 있는지, 요즘 대학생들 취향이 어떤지 등을 파악하는 최소한의 창업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3년 동안 간판 세번 바꾼 뒤 ‘대박’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세련되면서도 복고풍이 가미된 젊은 취향의 인테리어, 특이한 모양과 맛을 가진 퓨전 메뉴, 높은 마진율을 직접 확인한 후 결심을 굳혔다. 주변에 유사한 업종이 없는 것은 물론 운영방법, 조리방법이 매뉴얼화돼 있어 운영이 체계적이라는 장점도 눈에 들어왔다. 지난 7월 초 문을 열었을 때는 여름방학이 시작된 때였지만 이전보다 훨씬 많은 손님이 들었다.권사장 점포의 대표 메뉴는 상호와 같은 ‘닭쌈’이다. 참나무 향이 스며든 훈연 닭고기를 신선한 야채, 소스와 함께 밀전병에 싸먹는 요리. 북경식 오리구이 ‘베이징덕’에서 힌트를 얻은 일종의 ‘퓨전음식’이다. 이밖에 닭구이, 닭무침, 순살샐러드와 같은 다양한 닭고기 요리와 철판구이 햄요리가 맥주 안주로 두루 인기를 끌고 있다. 모두 색다른 소스와 요리법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또 닭고기나 해물로 만든 철판볶음밥은 점심, 저녁때 최고 인기 메뉴다. 하루 20㎏ 쌀 한포대를 모두 소비할 정도.“대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싼 메뉴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4천원인 볶음밥을 3천원으로 낮추고 푸짐하게, 맛있게 만들었더니 금세 입소문이 나더군요.”권사장은 상냥한 응대와 아낌없는 인심으로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보기좋은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 스스로 인사 방법과 표정을 연습한 결과다. 단골학생들의 이름이나 근황쯤은 술술 외운다.권사장은 업종을 바꾼 후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조리, 설거지, 고객 응대를 모두 직접 했지만 지금은 세명의 아르바이트생과 조리사를 두고 있다. 주재료인 닭과 소스를 모두 체인본사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시장보는 발품도 줄었다.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긴 일과가 오히려 즐겁다는 표정이다.그도 그럴것이 권사장의 한달 순수입은 8백만원선에 달한다. 점심시간에만 24석 테이블이 2~3번 회전하고 밤늦게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하루 평균 매출은 60만원 선.창업비용은 인테리어비 등으로 3천만원이 들어갔다. 연극무대를 연상케 하는 알록달록한 조명과 옛날 영화 포스터가 포인트다. 주방설비는 기존 설비를 그대로 활용했다. 점포 임대보증금 2천만원을 합하면 총 5천만원이 소요된 셈. 거듭된 실패로 여기 저기서 창업자금을 빌려야 했지만 현재 매출수준이 유지된다면 쉽게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앞으로 인근 주택가에 홍보전단을 배포해 배달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기존의 치킨요리에 비해 맛과 모양이 색다르다는 고객들이 많거든요.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열심히 저축해서 2년 후에는 더 큰 매장을 하나 더 갖는게 꿈이에요.”◆ 사무실·소형아파트 밀집지 입지 적당호프 겸 레스토랑은 한자리에서 식사와 술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두 업종을 결합한 복합점이다.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 직장인, 신세대가 주타깃. 권사장은 ‘창업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높은 수익을 바란다면 사무실 밀집지로 가라’고 말한다. 대학촌도 좋지만 방학기간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공장 밀집지나 소형 아파트 밀집지도 적당한 입지로 꼽힌다. 검약을 지향하면서 멋과 분위기를 추구하는 젊은층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다는 이야기다.성공하기 위해선 몇가지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신업종이니만큼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치킨전문점, 호프점과 같은 유사업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고품질 저가격’ 전략이 필수. 대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볼 수 있는 게임 이벤트나 축하 이벤트를 차용, 고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부담없는 가격에 편안하고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면 도시인들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외식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02)2299-9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