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떨어져 날리는 새빨간 단풍잎이 마치 ‘날 보러 와요’라고 손짓하는 듯한 가을의 한복판. 설악산에서 절정을 이룬 단풍이 빠르게 남하, 전 산야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있다. 봄 꽃놀이, 가을 단풍놀이가 다소 후진적이라는 의미의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간·경제적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겐 모처럼 도심을 떠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단풍놀이가 너무 ‘유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유적답사까지 겸할 수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마침 단풍놀이를 겸한 가을철 문화유적지들을 10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하고 있다.◆ 건봉사(강원 고성군)= 금강산이 시작되는 초입에 위치한 해발 9백10m의 건봉산 산자락에 들어앉아 있어 특별히 ‘금강산 건봉사’로 불리고 있다. 설악산 신흥사와 백담사, 양양의 낙산사를 말사로 거느렸던 대사찰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이름조차 낯설게 됐다. 인적이 뜸한 고찰이지만 숲이 무성하여 가을철이면 설악산과 금강산의 현란한 단풍을 함께 전시한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야트막한 기와담으로 둘러친 건봉사에는 50여 기에 달하는 부도와 탑비가 있다. 원래 2백개가 넘는 부도와 탑비가 흩어져 있었으나 한국전쟁 이후 많은 것들이 도굴됐다. 건봉사로 올라가는 좁은 길가의 억새들도 가을 분위기를 돋우는데 제격이다. 주변에 통일전망대 대진항 거진항 화진포호수 반암해수욕장 송지호 등도 들러볼 만하다. 문의는 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545◆ 칠보산 각연사(충북 괴산군)= 보배산(7백9m), 칠보산(7백78m), 덕가산(8백58m)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분지에 자리잡은 각연사는 신라 법흥왕 때(515년) 유일화상이 창건했고, 현재 법주사의 말사로 되어 있다. 깨달을 ‘각’자에 연못 ‘연’자를 쓰는 절 이름은 바로 연못안에 있는 광채나는 불상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절을 건립했다는 내용의 창건설화에서 비롯됐다.각연사 주변은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봄엔 야생화, 가을엔 황엽 홍엽으로 절경을 이룬다. 각연사 들머리인 중리마을에서 보배산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낙엽송 숲터널을 지나고 산새소리도 들으면서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청석골의 각연사 전경이, 서쪽으로는 괴산의 진산 군자산(9백48m)이 우뚝 솟은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은 대개 쌍곡계곡 덕바위로 내려가며 산행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이다. 문의는 괴산군청 문화관광과. (043)830-3223◆ 천태산 영국사(충북 영동군)= 영동 양산팔경 중 제 1경에 속할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주차장에서 절로 오르다 보면 멋드러진 3단폭포가 좌측으로 포진해 있고, 계속해 개암나무 때죽나무 버드나무 등으로 에워싸인 울창한 숲길을 지나 가파른 고개를 넘으면 6백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가 나타난다. 키 31m, 둘레 11m, 사방으로 20m씩 가지가 뻗어있는 이 은행나무는 영국사의 또 다른 상징물로서 가을이면 고즈넉한 절집 분위기를 황금빛으로 장식한다.원래 국청사라 불리다가 고려 공민왕이 나라가 평안하기를 비는 기도를 드린 이후부터 영국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원각국사비와 부도 등 귀중한 문화재가 절 안 곳곳에 흩어져 있다. 문의는 영동군청 문화관광과. (043)740-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