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임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장... 닷컴 유동성, 첨단장비 확보 등 유용

인터넷 벤처 P사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회원수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서버가 자주 다운돼 회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버 증설이 필수적인데 그만한 자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최근 P사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방안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IT 파이낸싱(Financing)이다. IT 파이낸싱을 이용한 후부터는 돈 걱정 서버 걱정은 옛말이 됐다.IT 파이낸싱이란 고가의 전산 장비를 현금을 주고 구입하는 대신 이자를 내면서 장기 할부로 구매(금융리스)하거나 임대(운용리스)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대규모 전산투자를 앞두고 있는 기업이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IT 파이낸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닷컴 기업들에는 유동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IT 파이낸싱이 부각되는 이유는 정보통신 기술이 빠르게 변하면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 전산 장비를 현금을 주고 장만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의견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IT 파이낸싱 프로그램 가운데 장비를 임대한 후 특정시점에 장비를 반환 또는 재사용 연장, 구매 등이 가능한 운용(Operation) 리스의 인기가 높다.IT 파이낸싱 업체들이 제공하는 IT 파이낸싱 기간은 1년에서 5년 사이다. 리스요율(Rate)은 기업 신용도에 따라 차등으로 적용되지만 일반적으로 시중 회사채 금리보다 좋은 조건이다. 한국IBM의 경우 3년 만기 회사채 기준으로 1백50bp(base point)에서 2백50bp를 적용하고 있다. 즉, 현재 3년 만기 회사채금리가 9%인 경우 기업 신용도에 따라 1.5%에서 2.5%까지 추가 적용한다는 것이다.◆HP, IBM, IT 파이낸싱 시장 주도국내에서 IT 파이낸싱을 주도하는 장비업체로는 한국아이비엠(IBM), 한국휴렛팩커드(HP), 컴팩코리아, 한국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주요 외국계 중대형 컴퓨터 업체들이다. 이들은 하드웨어 장비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컨설팅 유지보수까지 모든 서비스를 임대 및 할부 금융 형태로 제공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컴팩이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IT 파이낸싱 서비스 전문업체를 국내에 설립하면서 업체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IT 파이낸싱 서비스는 한국HP와 한국IBM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HP 리스사업부는 지난해 SKC&C, 데이콤, 삼성SDS 등 대형 고객을 수주하면서 3억달러(3천3백억원) 규모의 리스 실행액을 달성했다. 올 10월초까지 누적 리스 자산(미수금)은 5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의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IBM도 글로벌 파이낸싱이란 조직을 통해 IT 파이낸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98년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IBM은 지난해말 누적 리스 자산규모는 1천3백억원이며 리스 실행액은 5백억원이었다.올해는 8백억원에서 1천억원 정도의 리스 실행액이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자사 기종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설팅 유지보수는 물론이고 타사 기종에 대해서도 파이낸싱 서비스를 한다.한국HP의 대표적인 파이낸싱 프로그램은 리베뉴셰어링(Revenue Sharing)이다. 고객이 필요한 장비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고객의 비즈니스 실적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의 일정 부분을 임대료로 받는 방식이다. 최소 30억원 이상의 프로젝트에만 적용되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한국통신과 계약을 맺었다. 또한 닷컴용 프로그램도 개발했는데 창고란 뜻의 가라지(Garage) 프로그램은 닷컴 기업에 HP의 장비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한국IBM이 제공하는 서비스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용량별(Capacity) 파이낸싱이다. 예를 들어 1백MIPS 용량이 필요한 업체가 예산이 부족할 경우, 장비는 1백MIPS 급으로 임대하고 일정 기간 동안은 절반 용량인 50MIPS의 임대료만 받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대용량 스토리지나 RS/6000급 중대형 컴퓨터에만 적용하고 있다. 닷컴 기업을 위해서는 시중가의 2%만 임대료를 내는 넷젠(NetGen) 프로그램도 개발해 놓고 있다.IT 파이낸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이낸싱 전문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컴팩코리아가 지난 9월30일 자본금 2백억원의 컴팩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CFSK)를 설립했다. 한국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지난해 말부터 GE캐피탈코리아를 통해 SMF(썬 마이크로시스템즈 파이낸스)란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CFSK와 GE캐피탈코리아(SMF)는 국내 여신금융전문업법에 따라 자기자본금의 10배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어 자금조달이 쉽다는 것이 일반 임대업체와 다른 점이다.CFSK, SMF는 각각 컴팩과 썬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기종과 타사 제품을 포함해 컨설팅, 유지보수까지 서비스한다. 리스 요율은 두 회사 모두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지만 시중 회사채 금리 수준이다.◆ IT 파이낸싱 금융 전문업체 등장CFSK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파이낸싱은 장비를 구입해 사용하는 고객이 자금 확보를 위해 리스로 돌릴 경우에 장비를 되샀다가 리스로 판매하는 세일즈앤드리스백(Sales and Lease Back)이다. CFSK는 이 프로그램 등으로 올해말까지 2백50억원의 리스 실행액을 달성할 계획이다. SMF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타깃으로 영업을 펼쳐 올해말까지 2백억원에서 5백억원의 리스 실행액을 올릴 계획이다.경쟁업체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IT 파이낸싱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들도 있다. 한국후지쯔, 한국유니시스 등은 본사의 파이낸싱 내용 가운데 국내 적용 가능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네트워크 솔루션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도 IT 파이낸싱 서비스를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