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모멘텀 상실 …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저가 매수’

2000년 주식시장은 연초 일반의 기대및 기업의 실적과는 철저하게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2~3개 소수 증권사만이 올해 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보았을 뿐 대부분의 시장전략가들은 1,200~1,500포인트대의 예상지수를 제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기업의 실적은 어떤가. 당사 리서치팀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1백53개 거래소 주요 상장기업(시가총액의 85%)의 2000년 매출은 전년대비 20% 증가하고 순이익은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코스닥시장 69개 주요기업(시가총액의 70%)의 실적 역시 매출은 49%, 순이익은 1백4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에 지수는 KOSPI가 연초대비 47%, 코스닥지수는 무려 68%나 하락했다.이런 상황은 통신서비스업체라고 다르지 않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서비스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종목들의 수익성은 호전되고 있는데 반해 통신서비스 관련 주요 9개 기업의 주가하락률은 연초 최고가 대비 53~95%로 평균하락률이 무려 80%에 달한다. 통신서비스업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거래소시장 20%, 코스닥시장 30%로 올해 시장 침체는 사실상 통신서비스업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의 2000년 상반기 영업실적은 99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표1 참조) SK텔레콤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1%, 1백48%나 증가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의 매출은 33% 증가, 순이익은 99년 상반기 9백61억원 적자에서 2000년 상반기에는 70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동통신 서비스 실적면에서는 최고이러한 실적호전은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99년 업계 전체적으로 가입자가 급증(9백45만명 증가)하면서 이들로부터 매출이 올들어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반면 비용 측면에서는 가입자 증가세의 둔화로 지급수수료가 감소해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신규가입자 감소와 단말기보조금 폐지에 따른 지급수수료 감소효과는 하반기에 더욱 확대될 것이다.실적호전 전망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업체들의 주가는 7월 중순 이후 큰폭으로 하락했다. 주가 하락의 요인은 가입자 감소세 전환에 따른 성장성 둔화, 정부의 IMT - 2000 컨소시엄 의무화에 따른 라이선스 가치 하락, 2세대 이동통신과 3세대 이동통신간 서비스 주도권 경쟁 등 중장기적인 불확실성 때문이다. 동기식, 비동기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채 정부와 서비스 제공업체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고 업체의 희망과 무관하게 서비스방식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도 주가 약세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그러나 주가 약세의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대표적인 성장산업으로 간주돼 오던 이동통신 서비스업이 성숙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줄곧 증가해오던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올해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장기적인 성장가능성에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단말기 보조금 폐지에 따른 영향이긴 하지만 국내 가입률이 이미 55%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또 무선인터넷 등 신규사업 영역이 창출되고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미미하며 기존 음성서비스의 요금 인하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의 외형성장은 2001년부터 5% 이내로 크게 둔화될 것이다. 산업의 라이프사이클로 볼 때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산업은 성장의 모멘텀을 상실했으며 S자 곡선의 2번째 변곡점을 이미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표2 참조)그동안 이동통신 서비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업체들의 적정주가를 산정할 때 외국업체와 상대비교한 EV/EBITDA, EV/Sales, EV/가입자 등을 적용해왔다. 이러한 투자지표를 적용하면 SK텔레콤의 적정 주가는 낮게 잡아도 30만~35만원대로 외국 회사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가지 약점이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 성장 5% 이내 둔화 예상이러한 지표들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주가가 적정하게 평가돼있다는 전제가 우선 필요하고, 비교기업간 할인율(WACC), 성장률(g), 매출액이익률, ARPU(가입자당 수입) 등이 비슷해야 하며 차이가 나면 이를 보정해 주어야 한다.WACC와 향후 성장률을 감안할 때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의 적절한 비교기업은 외국의 이동통신 서비스업체가 아니라 한국전력이나 포항제철이 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이들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이동통신 서비스업체들의 주가는 오히려 고평가돼 있다. 또 시장가치 기준 WACC와 ROIC를 적용하여 DCF 모델로 평가한 적정 주가는 SK텔레콤 15만~20만원, 한국통신프리텔 2만~3만원 수준으로 현재의 주가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표3 참조)IMT - 2000서비스의 연기 가능성, 사업권 가시화 후 테마 부상등을 일부에서 기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성장의 모멘텀이 사라진 만큼 이동통신 서비스업체에 대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상황에 따라 단기매매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상반기를 지나면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한국통신이 선발주자인 하나로통신을 제치면서 선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투자된 인프라의 효과로 가입자당 설치비용 면에서 볼 때 한국통신은 가장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 퇴직금 누진제 폐지 등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낙폭이 과다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한국통신에 대해서는 비중확대를 권한다.하나로통신, 두루넷, 드림라인 3사 중에서는 드림라인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수익 위주의 영업전략으로 3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영업이익 BEP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업체 주식의 이익 실현에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들에게는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