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감동시키는 '정성의 상징화' 필수... 부정적 시각ㆍ소비문화도 변해야

최근 국내에서 점점 늘고 있는 귀족마케팅(또는 VIP마케팅)을 보면 이를 추진하는 기업의 전략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취하는 시장의 모습이 아주 흥미롭다. 우선 시장의 반응부터 본다면 표적과 표적이 아닌 소비자들간에 대조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즉 귀족마케팅의 대상이 아닌 소비자들은 이러한 마케팅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IMF의 쓰라린 경험이 아직 채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부유층만을 겨냥하는 마케팅은 일반 사회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도 이러한 여론을 부추기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그러면 기업의 행태는 과연 어떤가? 기업도 사회의 한 일원인 만큼 서민층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른 국가와 달리 VIP 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은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직접우편이나 인터넷 마케팅 즉 대중매체를 피하려는 전략을 많이 애용하고 있다. 물론 소수에 불과한 표적에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하겠지만 기업도 VIP고객만큼 은밀하게 마케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다. 때문에 귀족마케팅에 대한 사회의 시각이 우선 반드시 달라져야 하며, 기업의 마케팅 방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먼저 가격만 높은 외제만을 무조건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홍콩의 경우를 보면 가격과 품질이 어느 정도 비례하는데 반해, 한국은 품질에 관계없이 높은 가격이 책정이 되고 이를 관대히 수용하는 소비자가 많다. 홍콩도 유명 외제 의류브랜드가 비싸지만 유행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제도화되어 있다. 즉 몇 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는 최신 패션(New Arrival)에 책정됐던 가격을 정확한 할인을 받고 구매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에서는 소위 과소비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높은 가격에 그 만큼의 효용을 얻는 것이고 낮은 가격에는 무엇인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그러나 한국에서의 문제는 높은 가격의 여러 명품 혹은 서비스의 효용가치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제품에 대해 정확한 불만을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당한 가격 세분화 전략이 성립되려면 고객의 목소리가 훨씬 더 높아져야 하며 기업들은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소비문화의 변화와 함께 기업도 변해야 한다. 첫째, 고객을 가르치려고 하면 안된다. 마케팅은 눈높이의 개념인 만큼 고객의 수준을 잘 파악하여야 하며, 필요에 따라 고객 수준으로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둘째,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VIP마케팅의 핵심 성공요인은 고객관계의 장기유지다. 그러나 고객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입장에서는 오히려 여러 업체와 관계를 맺어 구색(Variety) 갖추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업체는 고객의 애호(Loyalty)를 자극시킬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에 강조되고 있는 DB 마케팅과 CRM도 일반 차원에서 이러한 효과를 추구하는 마케팅 인프라라고 설명할 수 있다.셋째, 작은 것에 대해 여유를 보일 필요가 있다. 서비스 마케팅에서 중시되는 것은 정성의 표현 또는 상징화(Symbolization)이다. 즉 한 두 가지의 단서를 통해 고객은 업체의 정성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VIP고객에 대해 과일바구니와 환영하는 노트를 방에 집어 넣는 것은 비록 노력은 작지만 고객이 느끼는 감동은 매우 크다. 또 명문 골프장 중 평일회원제가 많아지고 있는데 평일 회원들에게도 가방명찰을 보내주는 정성도 큰 기쁨을 준다.넷째, 회원관리를 잘 해야 한다. VIP 마케팅의 중요한 성공 여부는 공동체(Community)의 형성이다. 공동체는 사람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동체의 정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공동체에 대한 결속은 떨어진다. 그러한 공동체의 질서가 유지될 수 있게끔 주최측에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이를 위배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