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전문직 관심사 찾아 특별 이벤트... 잠재고객 확보에 주력

지난 7월 독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수입 판매하는 고진모터스 전시장. 이곳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었다. 대신 차를 모두 치운 자리엔 무대가 설치됐다. 자동차 전시장에서 때아닌 패션쇼가 열린 것이다. 에스카다라는 독일 패션 브랜드의 가을 패션쇼였다. 고급 패션브랜드와 수입자동차 고객층이 비슷하다는데 착안한 기획이었다. 패션쇼가 열리는 자동차 전시장엔 2백50여명의 고객들이 빼곡이 자리잡았다. 30대 후반서부터 50대까지 여성들이 주류였다. 누구나 알만한 연예인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이날 행사는 고진과 에스카다측이 엄선한 고객들만이 초청됐다. 전형적인 귀족마케팅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다. 사실 수입차 업계에서 VIP를 따로 구분하는 건 의미없는 일이다. 고객층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집중되기 때문에 수입차를 판매하기 위한 모든 영업활동이 사실상 VIP마케팅이기 때문이다.의사 변호사 개인사업자 연예인 등이 이들의 타깃고객층이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수입차 업체마다 2∼3만명의 고객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각 직종별 협회, 동창회 등의 회원 주소록을 통해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우편물을 발송하거나 이벤트 행사 등에 우선 초청하는 등 신경을 써서 관리한다. 영업사원들은 개인별로 1백50∼2백명 가량을 잠재고객으로 분류, 별도 관리한다. 수입차 업체들이 이런 고객들을 위해 가장 즐기는 마케팅 수단중 하나는 골프. 골프를 즐기는 계층이 곧 수입차 타깃층인 현실을 반영한 현상이다. 거의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이 골프 관련 마케팅을 할 정도로 골프 마케팅은 이제 보편화됐다.볼보코리아는 지난 7월 대구에서 열린 송암배 아마추어골프 선수권대회에 장학금을 지급했고 부경오픈골프대회에도 상금을 지원했다. 8월19일부터 9월말까지는 ‘볼보 골프공을 찾아라’ 행사를 가졌다. 수도권 10개 골프장에 한곳당 50개의 골프공을 숨겨두고 이를 찾아낸 사람에게 경품과 시승권을 제공하는 것. 10월말에 열리는 한 골프대회에선 우승자에게 볼보 S70을 상품으로 줄 예정이다. 홀인원 상품으론 볼보 최고 모델인 S80을 걸었다.벤츠는 지난 8월말에 한성배 골프대회를 열었다. 하이텔 골프동호회 회원 20여명을 대상으로 한 행사. BMW도 지난 4월 주한 외교사절 골프대회를 후원했고, 아스트라컵 한국여자 오픈에는 Z3을 홀인원 경품으로 내놓았다. BMW 구매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시장 인근의 골프 연습장과 컨트리클럽내 연습장에서 골프 클리닉을 실시중이다. 골프를 치고 난 뒤에는 BMW 시승기회도 준다.앞서 언급한 고진모터스는 보다 특이한 방법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경우다. 고진모터스는 전시장 2층을 카페로 꾸몄다. “고급스런 인테리어로 꾸몄으며, 누구나 들러 커피 한잔을 즐기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누구나 이 카페에 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출입을 제한하거나 지키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지만 1층 수입차 매장을 둘러볼 정도는 돼야 편한 마음으로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다. 이 카페에서는 간단한 전시회도 자주 열린다. 지난 4일부터 이화여대 동문들의 가을 생활그릇 전시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잠재고객들을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유도, 접촉 기회를 갖겠다는 의도다. 고진모터스의 2층 카페는 이른바 VIP마케팅의 거점인 셈이다. 고진모터스의 김종민 이사는 “이런 행사들이 직접 판매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잠재 고객을 발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는 매우 만족할만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고진은 전시회가 끝나면 재즈페스티벌도 열 계획이다. 테마별로 행사를 계속해 잠재고객층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다.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동호회 성격의 ‘클럽’을 결성하는 방법도 있다. 차 판매사가 직접 나서지는 않지만 직간접적으로 클럽결성을 유도·지원해 고객공략의 거점으로 삼는 방법이다. 국내에선 랜드로버 클럽이 결성돼 있다. 같은 차를 타는 사람끼리 모여 여러 정보를 교환하고 사교의 기회를 갖는 클럽이다. 때론 이 클럽이 신규고객을 끌어오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BMW의 딜러인 코오롱 모터스가 관여하는 코오롱 연예인 클럽이 바로 그런 경우.◆ 클럽결성 등 잠재고객 확보에 적극이처럼 수입차 업체들이 VIP 혹은 주요 고객관리에 신경을 쓰는 목적은 결국 판매확대에 있다. 골프대회나 전시회 등을 통해 당장 판매가 느는 것은 아니지만 잠재고객을 확보하고 한 사람의 고객을 제대로 만족시키면 서너대의 주문이 그 고객을 통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국내 완성차 업체들 역시 VIP를 위한 별도 관리 프로그램을 갖고는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VIP 마케팅을 한다고 내세울 수 있는 업체는 현대자동차뿐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이렇다할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현대자동차는 에쿠스 구입고객을 VIP로 별도 관리한다. 이 차에는 전담정비반이 배정돼 차를 종합관리해준다. 에쿠스 VIP클럽도 운영중이다. 전화를 통해 정비 상담과 예약을 하고 정비소에선 에쿠스만을 위한 별도의 작업 공간이 있다. 전용라운지도 마련됐다. 에쿠스를 타는 사람은 적어도 정비소에서는 다른 차를 타는 사람과 철저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 에쿠스 매거진을 별도 발행해 차를 산 사람과 잠재고객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지난 3월엔 세계적인 골프 레슨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초청, ‘에쿠스 골프 아카데미’를 하얏트 호텔에서 열기도 했다. 구입고객중 5백명을 대상으로 골프클리닉을 연 것이 그 예다.기아자동차는 최고급 모델인 엔터프라이즈 서밋 구입자들을 별도 관리한다고는 하지만 이렇다고 내세울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전담 요원을 배치, 점검이나 정비 등을 배려해주는 정도다. 대우자동차는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체어맨 고객들을 특별관리하던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버렸다. 명품들을 다루는 고급잡지를 제공하고 지점장, 영업사원, A/S요원을 한데 묶어 전담 배치하는 등의 조치들을 백지화시킨 것이다. 결국 체어맨 고객들은 두세달만에 특별대우를 포기해야 했다.★ BMW 엔터테이너스클럽 코리아연예인 집중공략 ‘누이좋고 매부좋고’연예인들은 수입차 업계의 주요 타깃이다. 수요가 많기도 하지만 대중스타들이 자사차를 이용할 경우 간접광고효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 연예계에 가장 강력한 기반을 가진 곳이 BMW다. 정확하게는 BMW딜러인 코오롱 모터스다. 코오롱 모터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 톱클래스 연예인들을 한 클럽으로 묶는데 성공했다. ‘BMW 엔터테이너스클럽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지난 8월 클럽을 결성한 것. BMW를 소유한 연예인들의 모임으로 회장을 맡은 탤런트 정욱씨가 적극적으로 회원들을 모았다.코오롱은 이 클럽에 분기당 1회 행사를 지원하고 대차구매시 2년 혹은 4만km 서비스 쿠폰을 추가 제공한다. 회원이 고객을 소개하면 차종에 따라 최저 1백만원에서 최고 3백만원까지 클럽에 기부금을 준다. 계절별 출장서비스를 해주고 수리시 무료견인 및 BMW 무상대여 등의 혜택도 준다. 정혜선 엄정화 오연수 맹상훈 독고영재 등 2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클럽을 통해 갖가지 혜택을 약속받은 이들은 자연히 주변에 BMW를 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게 코오롱측의 기대다. 이왕이면 BMW를 탈 것이고 계약은 코오롱모터스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란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