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 닭처럼 대중화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교외에서나 볼 수 있던 오리요리전문점들이 서울 도심에 진출하는 것만 봐도 수요가 풍부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요즘엔 신세대들도 맛있다며 자주 찾아옵니다. 시장성 장래성 모두 ‘굿’이에요.”서울 성동구 성수2가에서 유황오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유철 사장(45)은 ‘창업하길 잘했다’며 연신 함박웃음이다. 2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어려운 결심을 성공적으로 실현했기 때문. 5개월에 걸친 창업 준비기간의 어려움도 거뜬히 극복했다.‘더 늦기 전에 내 사업을 하자’는 생각으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 지난 2월. 임사장은 원래 음악CD를 만드는 공장을 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함께 일할만한 전문인력을 구하는데 실패, 시작도 못해보고 공장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말았다. 이후 신문 잡지의 창업기사와 프랜차이즈가맹점 모집 광고를 모으기 시작했다.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아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일과를 거듭한 끝에 낙점한 아이템이 유황오리전문점. 건강에 좋은 보양식이자 별미여서 수요층이 두터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 막 대중화되기 시작한 업종이라는 점에 관심이 갔다. ‘외식업은 망하지는 않는다’는 속설도 식당업으로 결정하는데 한몫했다.업종을 택한 후로는 서울 수도권의 유명하다는 오리전문점을 다니면서 맛에 대한 ‘식견’을 쌓았다. 그때 경험이 지금 영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임사장의 점포는 성동구 가내공업사 밀집지 먹자골목에 있다. 주변 식당들이 천편일률적인 한식메뉴에 매달려 있는 것이 특징. 그래서 더욱 유황오리전문점이 튄다. 중요한 고객들인 주변 공장 직원들도 오리요리점의 창업을 반길 정도다.“밋밋한 음식점으로는 승산이 없겠다 싶었죠. 남들 하지 않는 것, 특이한 메뉴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유황오리는 매력이 많았어요. 공장 직원들부터 가족 단위 외식고객까지 고객층이 폭넓다는게 자랑거립니다.”점심시간에는 주변 공장 직원들이, 저녁시간에는 식사를 겸한 술자리 손님이 대부분이다. 계모임을 갖는 아줌마부대도 심심치않게 찾는다. 주말에는 가족 외식객도 많은 편.임사장은 지난 7월초 한여름에 개업했다. ‘어차피 불경기, 비수기에 매출이 오르면 성공하는 사업이다’하고 한여름 승부를 단행했다. 시원찮으면 빨리 그만두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뜨거운 불을 앞에 두고 지글지글 구워야 하는데도 손님이 모여 들었다. 근처 보신탕집이 유황오리 메뉴를 추가할 정도로 동네에선 인기를 끌고 있다.그동안 오리요리는 특유의 노린내와 질긴 육질로 대중적 선호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황오리가 암 예방 효과가 있고 각종 성인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다. 더욱이 독성을 제거한 유황을 한약재 사료와 함께 먹여 키운 유황오리는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육질이 부드러워 먹는데 거부감이 없는게 특징.주메뉴는 유황오리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한 마리 2만5천원, 반마리 1만4천원을 받고 있다. 점심식사 고객을 위한 오리뚝배기탕도 반응이 좋다.채소를 제외한 모든 재료는 체인본사로부터 공급받는다. 특히 오리는 부화한지 60일이 지난 것만 취급한다고. 갓 잡은 오리를 공급받아 지방질을 제거하고 냉장고에서 10시간 이상 숙성시키는 일은 가맹점에서 직접 해야 한다.창업비용은 총 6천만원이 들어갔다. 30평 규모의 점포를 임대하는데 2천5백만원이 들어갔고 인테리어, 집기 구입 등에 나머지가 소요됐다. 그동안 저축한 돈과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었다.◆ 본사서 한약재 먹인 유황오리 공급한편 임사장의 점포 하루 평균 매출은 60만~70만원 선. 한달이면 2천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오리, 소스 등에 대한 원가를 제외한 매출 이익은 1천2백만원 선. 종업원 2명의 인건비와 임대료를 제외한 순이익은 한달 평균 6백50만원에 달한다.“스트레스 없죠, 수입 좋죠, 직장 그만두고 창업한 걸 한번도 후회한 적 없습니다. 오히려 내 사업이라는 뿌듯함에 항상 기분이 좋은걸요. 앞으로 수요가 계속 늘어날 업종이라는 믿음이 있어 마음도 든든합니다.”임사장은 수년내에 번화가 A급 상권에 큰 오리요리집을 내겠다는 꿈을 안고 있다. 원래 건대입구 황금상권에서 첫발을 내디딜 욕심이었지만 1억원이 넘는 권리금에 놀라 물러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 사업은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잘 반영,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황오리는 전래의약서인 ‘신약본초’에 ‘해독본원이요, 불로장생의 약이 된다’는 구절이 나올 정도로 사람 몸에 좋은 식재료. 게다가 가격이 저렴해 서민들의 건강과 식도락 욕구를 충족시킨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30대 이상 직장인과 주부들이 주고객층인 만큼 사무실 밀집지나 교통편 좋은 교외가 적당한 입지로 꼽힌다. 다만 교외는 넓은 주차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물밀듯이 밀려들어온 서양음식에 식상해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이 사업은 잠재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유망하다. 젊은층을 주고객층으로 끌어들이는 홍보전략을 세우고 ‘건강’ ‘맛’을 키워드로 삼는다면 꾸준한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02) 446-9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