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설비 세계적 기술 자랑 … 우리사주 취득경쟁 등 임직원 사기충천

‘설렘’.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잡은 한국중공업(주) 서울 사옥의 안을 들여다보면 느낄 수 있는 요즘 분위기다. 10월25일 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지난 93년 한중민영화가 처음 거론된 이래 수차례 미뤄져왔던 ‘새 주인 찾기’가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는데 따른 것이다. 곧 이뤄질 지배주주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안 마련과 입찰자선정, GE 웨스팅하우스 등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마치면 한중은 명실공히 민간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이라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주인을 맞는 것이다. 한 임원은 이를 “우리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신고한 직원들의 숫자가 당초 배정량(전체주식 1억4백20만주의 10%)의 2배 이상에 이른 것을 봐도 민영화에 대한 직원들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민영화가 되면 오히려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직원들의 기대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라 다녔던 ‘굴레’를 벗어버리는 것은 물론 한중의 ‘진면목’을 알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유일 발전설비업체, 전망은 ‘장밋빛’한중직원들이 갖는 자신감은 지난 62년 설립된 이래 38년간 축적해온 발전·산업설비분야에서의 능력과 빅딜로 한중이 국내유일의 발전설비업체라는 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사실 한중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발전설비사업은 그 동안 보여준 기술력과 실적에서 잘 나타난다. 이미 오래 전에 수화력발전, 한국형 표준원자력발전, 차세대 원전설계기술 등을 자체개발했으며 이를 토대로 북한의 경수로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기술력에 덧보태 공급실적도 선진국 메이저업체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한중의 자부심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1백48기(발전용량 4만7천6백60MW), 해외 84기(2만3천8백56MW)의 발전소를 수주한바 있으며 이 가운데 현재 1백50기(3만7천90MW)의 발전소를 건설·공급했다. 건설중인 발전소도 영흥화력발전소, 인도 콘다팔리 복합화력발전소 등 82기(3만4천4백26MW)에 이른다. 올해만도 전체 매출액 2조4천억원 가운데 48%인 1조1천6백13억원의 매출이 발전설비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발전설비시장의 전망도 상당히 낙관적이다. 2010년까지 46조원(54기 2만5천7백90MW)으로 추산되는 국내발전설비시장에서 한중은 16조7천억원어치의 수주를 예상하고 있다.담수설비와 산업플랜트수출 등 산업설비도 한중이 자랑하는 분야. 특히 바닷물을 이용해 생활용수나 식수를 만드는 담수설비에 관한 한 세계시장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물이 귀한 중동지역의 수주가 대부분이다. 지난 78년 담수사업시장에 진출한 이래 사우디 UAE 등에서 모두 1백52.4MIGD (50MIGD는 하루생산량 23만t으로 1백50만명의 일일 사용가능량)를 턴키방식으로 공급했으며, 지금도 UAE 쿠웨이트 등에서 1백39MIGD의 담수설비사업을 수행중이다.특히 최근의 유가상승으로 중동국가들의 재정이 좋아지면서 담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은 향후 담수설비사업의 전망을 밝게 만들고 있다. 구성모 담수사업본부장은 “오는 2002년까지 중동에서만 약 60억달러 규모의 담수공장 발주가 예상된다”면서 “(한중은) 사업실적 기술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약 15억 달러에 이르는 물량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플랜트수출도 한중의 역점사업이다. 지난 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연산 1백50만t 규모의 시멘트공장을 건설하면서 국내최초의 플랜트수출을 일군 것을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지역에 시멘트공장을 건설하면서 세계적인 시멘트공장 건설업체로 자리잡기도 했다.◆ 재벌소유 반대 분위기 팽배그러나 한중 내부의 부푼 기대와 낙관적인 사업전망의 반대편에는 일말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연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냐는 것이다. 한중 노조에서는 10월초에 재벌그룹으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 임원은 “노조뿐 아니라 거의 모든 직원들이 재벌그룹에 한중이 넘어가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한중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를 고려한듯 지난 10월16일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한중민영화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을 배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하지만 4대 재벌 배제를 둘러싼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0월17일 열린 한중민영화를 위한 정부회의에서 4대 재벌 배제를 포함한 입찰공고안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다른 부처와의 이견이 있어 의견조율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이 산자부 관계자의 확인이다. 이처럼 지배주주 선정으로 말이 많지만 확실한 점은 한중의 민영화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물살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종업원 7천3백66명, 자산 4조5백37억원, 자본금 5천2백10억원, 부채비율 1백10%의 우량기업이.@@@@1000000★ 인터뷰 / 윤영석사장“사업다각화 등 수익창출에 전력”‘친화력이 뛰어난 전문경영인’, ‘철저한 효율중심의 경영자’, ‘예리한 판단력과 과감한 의사결정의 소유자’. 재계에서 평하는 윤영석 한국중공업(주) 사장이다. 중공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아온, 우리나라 중공업발전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민영화라는 창사이래 최대과업을 앞두고 윤사장으로부터 경영과 민영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한국중공업에서 추진하는 MAP프로그램은 무엇이며,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MAP는 Management Action Plan의 약자로 경영환경의 변화속에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개선활동이다. 구체적으로 전직원이 지속적인 변화마인드를 공유하면서 △종합관리체제확보 △세계기업 기반 구축 △수익중시 경영활동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최고의 품질과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러한 효율경영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지난해 3억원이던 1인당 매출액을 2005년에는 6억3천만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민영화 이후의 비전이나 계획은.민영화가 되면 한중은 최고를 추구하고,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발전설비를 포함한 각종 산업플랜트분야의 종합설계능력부터 기기제작, 설치, A/S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Total Solution Provider로 성장함으로써 2005년 매출액 5조2천5백13억원, 경상이익 3천69억원의 세계 최고수준의 중공업체로 거듭날 것이다.▶ 민영화는 정부대신 일반주주가 중심이 되는 회사로 변하는 것인데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민영화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가치 제고에 힘써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중은)기업특성상 주요고객만 관리하면 됐다.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한중의 실제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영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고객이 되는만큼 기업가치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품질 및 서비스 향상, 전략사업 육성 등의 필수적인 경쟁력 향상은 물론 투명경영, 사회공헌활동, 적극적인 회사홍보 등을 통해 기업이미지를 꾸준히 향상시켜 나갈 방침이다.▶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민영화를 통해 기술자립, 전략적 제휴, 기술개발투자 등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익창출형 기업으로 성장해 주주에게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