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부분보장제도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고 보장한도는 5천만원으로 결정됐다. 1월1일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에 대해선 가입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원금과 이자를 포함, 1인당 5천만원까지만 예금을 보호해주기로 한 것이다.예금액이 5천만원을 넘는 거액예금자들로서는 ‘고금리냐’ ‘안전성이냐’의 기로에 서있는 셈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종합과세나 2단계 외환자유화조치까지 고려한다면 올 연말에 거액예금자들은 금융자산의 운용방안을 놓고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일단 5천만원을 한도로 한 예금부분보장제만으로 연말에 대규모 자금이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달 말로 예상된 금융기관 2차구조조정의 윤곽과 맞물려 금융기관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요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거액 예금자 ‘고금리냐’ ‘안전성이냐’ 기로은행관계자들에 따르면 은행에 머물고 있는 단기성 예금과 1년반 전에 설정된 금전신탁상품의 상당수가 11월, 12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김희철 하나은행 PB지원팀장은 “대부분의 거액예금자들이 향후 금리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내년도에 시행될 금융종합과세제도 및 외환자유화를 의식해 올해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도록 단기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따라서 연말을 즈음해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시중자금이 상당규모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거액예금은 물론 소액예금도 동반이탈이 예상되는 비우량은행과 종금사 군소금융기관들이 수신고 유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는 예금보장한도를 5천만원으로 해도 68조원 정도의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내년이 가장 클 가능성이 높고 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예상된다는 논지다.반면 자금이동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재정경제부는 “전체 예금자의 99.3%가 예금액 5천만원 미만”이라며 개인들의 예금은 크게 이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과 금융기관의 거액예금 역시 상당액수는 대출과 연계돼 있어 실제로 이동할 예금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HSBC증권서울지점의 이정자 지점장도 “연말에 대규모 자금이동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다만 별단예금과 당좌예금의 전액보장이 끝나는 2003년에 오히려 자금이동이 뚜렷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자금이동 규모에 대한 예측은 다르지만 우량금융기관으로 자금이 몰리는 추세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된다.백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이동 규모는 40조원에서 50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예금보장 규모는 더 축소될 것이기 때문에 우량은행으로의 자금유입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수신이 몰리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우량은행은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택은행은 예금부분보장제 시행방침이 확정된 직후 정기예금 등 7개 예금상품의 금리를 현행보다 0.1%포인트에서 최고 0.4%포인트까지 내린다고 밝혔다. 수신억제와 예금보험료 1백% 상승에 따른 자금조달원가분을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국민 신한 등 다른 우량은행 역시 금리인하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른바 비우량은행과 기타금융기관은 우대금리 등의 형식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예금보장한도확대에도 불구하고 불안심리로 이탈할 수 있는 소액예금자와 연말만기도래 예금을 잡기 위한 것이다. 현재도 1년만기 정기예금의 경우 주택은행은 연 7.2%, 서울은행이 8.1%로 약 1%포인트 차이가 나고 있다.이번 조치로 우선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것은 종금사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5천만원 이상 예금자는 전체 예금자 가운데 5.1% 정도이다. 이중 절반 가까운 2.1%가 종금사에 예금을 갖고 있다. 종금사로서는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5천만원 이상 개인고객 및 기업고객이다.IMF이후 종금사 고객들의 예금은 지속적으로 이탈경향을 보여왔지만 예금부분보장제 실시를 앞둔 올해말에는 기관예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이에 따라 종금사들은 예금인출 기미를 보이는 기존고객을 붙잡고 소액예금자도 유치하기 위해 정기이자지급식 발행어음 및 인터넷예금 등 신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신뢰도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투자은행으로의 전환도 서두르고 있다. 종금사와 증권 은행기능의 결합으로 단기 기업금융과 투자자문, 인수합병(M&A)중개 등을 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투신사와 농협 수협 등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등 예금자보호법에 의한 보호대상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기관들도 수신고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협과 수협단위조합은 각각 중앙회가 예금보호기금을 자체적으로 조성해 일정한도까지 보장해주도록 했다. 새마을금고도 새마을금고연합회에 안전기금을 설립, 올해안에 파산할 경우 98년2월 7일이전 가입예금에 대해선 원리금 전액, 그 이후 가입예금은 원금을 보장해주고 내년 1월1일부터는 3천만원까지 원리금을 보호해준다.상호신용금고업계도 저축은행으로의 전환을 서둘고 있다. 부실해진 지방은행을 대체해 지역금융의 구심점 역할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영세한 상호신용금고 규모로는 어렵다. 따라서 대형화와 공신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 6월 부산 및 충북지역 9개 금고가 2개사로 통합한데 이어 대구와 강원지역 금고들도 합병을 추진중인 것이 이같은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