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최대 10배 향상, 고객확보 큰 도움... 필라민트, 씨디네트웍스, 웹데이터뱅크 등 경쟁 치열

회사원 김씨는 요즘 인터넷만 보면 짜증이 난다. 여기저기서 ‘초고속망이다, 멀티미디어다’라고 하지만 콘텐츠 하나 제대로 볼 수 없어서다. 화질은 둘째치고 접속도 잘 안될 뿐더러 됐다고 해도 화면이 멈춰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다. 어떤 때는 컴퓨터까지 다운되기도 한다.김씨와 같은 불만을 가진 네티즌이 많다. 사이트 접속 폭주로 인한 서버다운, 속도저하 등의 문제는 네티즌들만의 불만 사항이 아니다. 콘텐츠를 제공하고 수익을 올려야 하는 콘텐츠제공업자(CP)들에겐 더 심각한 불만이다. CP의 생명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얼마나 빨리 또 안정적으로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텐츠 유료화에 나선 CP들에게 접속불량은 ‘비즈니스 다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돈을 주고 콘텐츠를 보는 네티즌들은 응답시간이 느리거나 장애가 빈번한 사이트는 다시 찾지 않을 것이며 미련없이 다른 사이트로 발길을 돌릴 것이 뻔하다.일반적으로 콘텐츠는 CP의 서버로부터 ISP(인터넷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의 네트워크, 가입자망 등 복잡한 경로를 거쳐 사용자에게 전달된다. 서버의 처리속도나 가입자망의 전송속도는 기술발전에 힘입어 상당히 개선됐으나 CP들의 서버로부터 사용자측에 이르는 구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채 인터넷 속도저하의 주범이 되고 있다.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오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CDN(Contents Delivery Network)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CDN은 인터넷상에서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지점(POP)에서 콘텐츠를 배달해 인터넷 네트워크상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 및 데이터 손실을 줄여 사용자에게 보다 빠르고 안정된 접속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CP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각 네트워크 하단(Edge)의 서버에 복사해 올려놓고 사용자가 바로 콘텐츠를 전송받도록 하는 것이다.(개념도 참조) CDN 서비스 업체들은 CDN 서비스를 받게 되면 속도가 기존보다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향상된다고 입을 모은다.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주피터 커뮤니케이션은 전세계 CDN서비스 시장규모가 지난해 1억2천5백만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는 두배 이상 성장한 3억7천4백만달러에 이르며, 2002년에는 21억5백만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업계 전문가들은 CDN 서비스가 CP에게는 네트워크 병목으로 인한 속도 문제를 해결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고객 확보에 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시스템 증설 등에 소요되는 투자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이처럼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에서도 필라민트네트웍스, 씨디네트웍스 등 CDN 서비스 전문업체들이 생기고 있다. 또 웹데이터뱅크, 엔피아 등 기존 호스팅 서비스업체와 네트워크 관리전문업체들도 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CDN 서비스 전문업체도 등장CDN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전문업체들이 등장했다. 올 2월 CDN서비스를 위해 탄생한 필라민트네트웍스(feelamint.com)는 CDN 대신 CDD(Contents Delivery & Distribution)란 이름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강종훈 이사는 “경인방송에서 박찬호 경기를 CDD서비스했을 때 동시 접속자수가 1만4천명인데도 무리가 없었다”며 서비스에 자신감을 표시했다.기술력을 내세운 필라민트는 현재까지 경인방송, 서울방송, 바나나TV, 69타임, 조인스닷컴 등의 CP를 모았다. ISP는 연말까지 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8월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선 필라민트는 11월초부터 유료로 전환한다. 사용료는 1백Mbps 회선을 사용할 경우 월 8백만원에서 1천만원이다.씨디네트웍스(cdnetworks.co.kr)도 CDN 서비스를 위해 올 5월 설립됐다.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드림라인, 하이텔 등 국내 주요 ISP들과 제휴를 맺고 10월말부터 시범 서비스에 나서는 씨디네트웍스는 내년 1월경부터 상용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말까지 50여대 서버를 각 ISP에 설치하고 단계적으로 2001년말까지 2백여대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씨디네트웍스는 현재까지 다음커뮤니케이션, 아이러브스쿨, MBC 등 CP와 계약을 맺었다.CDN 서비스 시장이 열리자 사업 확대 차원에서 진출한 기업들도 있다. 서버 호스팅 업체인 웹데이터뱅크(wdb.co.kr)와 네트워크 솔루션업체 엔피아(enpia.net)가 대표적이다. 웹데이터뱅크는 인터넷 트래픽 업체인 아라기술과 제휴를 맺고 CDN 솔루션 캐시넷(CacheNet)을 선보였다. 캐시넷은 지난 8월부터 삼성SDS 전산센터, 하나로통신, 하이텔 등에 서버를 구축하고 현재 서울방송의 일부 VOD를 시범 서비스하고 있다. 상용서비스는 내년초로 계획하고 있다. 현재 각 ISP에 설치된 50대 서버를 올해말까지 2백대로 늘릴 계획이다. 네트워크 관리 솔루션업체 엔피아는 10월초부터 데이콤,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에 연동된 사설망(VPN)인 엔피아 프라이비넷에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서비스 오픈과 함께 유료화에 나선 엔피아는 서버 용량 1백Mbyte당 월 40만원을 CP로부터 받고 있다.관련업계에서는 CDN서비스가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방송, 동영상 그래픽이 많은 포털, 쇼핑몰 등 CP들에게 보다 빠르고 안정된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닷컴들의 비즈니스 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CDN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CDN 서비스 업체를 포함해 서버업체, ISP 등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