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ㆍ클라크 등 글로벌 마케팅 강화... 중국 등 진출 교두보 겨냥 투자 확대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창원공장 전경IMF이후 국내에 진출한 운송 및 건설기계 완성차 업체들은 한국을 아시아 시장 공략기지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9월 인수가 확정된 르노삼성자동차를 비롯해 볼보건설기계코리아, 클라크머티리얼핸들링아시아가 손꼽힌다.그 중에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국내 진출 2년만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다. 특히 이 회사는 국내 공장을 단순히 아시아 시장의 공략기지가 아니라 볼보의 굴삭기(일명 포크레인) 생산을 전담하는 세계 중심의 사업장으로 운용하고 있다. 창원 소재 공장에 대한 R&D 투자는 물론 스웨덴의 에슬뢰브 굴삭기 공장을 폐쇄시키고 국내로 옮겨 올 정도다. 창원공장은 전세계에 산재한 볼보그룹 건설기계 부문 9개사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볼보는 상용차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흑자였던 승용차를 포드에 98년초 64억달러에 매각한바 있다.볼보가 삼성중공업을 인수하고 볼보건설기계코리아를 세운 시기가 98년7월. 5억7천2백만달러를 투자해 삼성중공업을 인수했다. 99년5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9천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현재 삼성의 지분은 9%다. 볼보가 삼성중공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볼보그룹에서 굴삭기 부문이 가장 취약했기 때문이다.건설기계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어서 국내 대기업치고 이 분야에 뛰어들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다.전세계 건설기계 시장은 대략 1천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굴삭기 시장은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따라서 건설 기계 업체들은 굴삭기 생산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다.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삼성중공업 인수 1년반만에 만년 적자 기업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회사로 돌려 놓았다. 기획홍보팀 김희장 과장은 “만년 누적적자에 따른 이자 지급만 6백억원과 삼성그룹에 지불된 간접비용 부담이 없어진 점도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 조직을 개편했으며 비용 절감을 위해 업계 최초로 SAP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도입했다. 외부적으로 국내외 판매망도 재정비했다. 기존 삼성 딜러망과 볼보 딜러망을 통합 재편하고 수출 주력 시장인 유럽지역 딜러망을 강화했다. 볼보 브랜드 인지도는 해외 수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 판매에는 삼성할부금융과 계약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이자율을 제공해 구매자들의 부담을 줄여 주었다.97년 삼성중공업 시절 굴삭기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2%. 인수후 합병에 대한 불안감과 혼란으로 시장 점유율이 33.5%로 떨어졌으나 마케팅과 볼보 브랜드의 인지도에 힘입어 지난해는 41.5%로 높아졌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올해 매출을 전년대비 33%의 신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63%로 높일 예정이다. 이것은 삼성중공업시절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내수 시장이었던 점과 대조적인 현상이다.또한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볼보그룹 전체 매출에서 현재 약 15% 정도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30%까지 높일 계획이다. 김희장 과장은 “해외 굴삭기 시장에서 삼성과 볼보 브랜드의 차이점을 역력히 비교할 수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내수 제품의 경우 인지도 차원에서 아직까지 부착해 온 삼성브랜드(3% 로열티 삼성에 지급)를 내년도쯤 볼보 브랜드로 변경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출 제품에는 볼보 브랜드를 부착하고 있다.볼보의 강점은 기술과 마케팅에 있다. 특히 볼보가 자랑하는 글로벌 마케팅은 현지 문화와 관습을 그대로 수용하고 급격한 변혁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충분히 검토해 거부감없는 현지화를 추진해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시한다. 그에 관한 노하우는 국내 대기업에서 사례를 연구할 정도다.사내 결원공지 제도도 볼보의 장점이다. 각 부서마다 결원이 생길 경우 게시판에 공지해 타부서 직원이 원한다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제도는 해외 계열사와도 연계돼 있어 기회가 되면 해외 계열사에 근무할 수 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11월 수출의날에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할 예정이다.◆ 글로벌 연구센터 설립 … 새모델도 개발지난 98년7월 삼성중공업의 지게차 부문을 인수한 세계적인 지게차 생산 기업인 클라크는 한국을 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다. 또 미국 랙싱턴에 있는 생산라인 및 연구 개발 기능을 한국으로 이미 이전했으며 11월 완공되는 창원 제2공장에서 생산하는 지게차 전량을 미국에 수출할 예정이다. 올해는 1만1천대, 2천40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신모델이 생산되는 내년에는 1만6천대, 3천4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총매출의 80%를 수출하고 지난해 40%인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해 50%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다. 생산 증가는 부품 국산화율(85%) 확대 효과도 가져올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지게차 부품 산업의 양적 성장과 부품의 질적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클라크아시아는 단순히 한국 현지 공장 형태가 아니다. 전체 매출에서 클라크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를 정도다. 2~3년내에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세계 마케팅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 영업도 활성화할 계획이다.지난해 2월 창원 공장에 설립한 R&D센터는 클라크의 글로벌 연구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내년 시판 예정인 차세대 글로벌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 미국 유럽 아시아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통합해 클라크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고 해외 마케팅까지 총괄한다. 2002년까지 직원을 6백명까지(인수 당시 2백명) 충원하며 2백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인터뷰 / 에릭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사후관리 강화로 시장점유율 높인다”▶ 국내 건설경기에 대한 전망은.IMF 외환 위기 이후 위축된 건설 경기가 빠른 시일내에 회복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국내 시장 전략은.지나친 가격 경쟁, 부품 끼워주기 등으로 원가 이하 판매를 지양합니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제품의 질로 승부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 1년반동안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등 시장 점유율 증대와 수익성 확보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고객을 위해 맞춤식 금융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할부 이자율을 낮춰 고객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회사 매출 채권을 거의 제로로 낮추어 회사 금융 부담도 최소화시켰습니다. 고객 사후 관리도 강화했습니다. 장비 평생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해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판매전략은.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생산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 지난 6월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이 50% 늘어났습니다. 틈새 시장 공략의 하나로 험지용 굴절식 덤프트럭이나 해안, 하천 작업, 건물 해체, 고철 처리용 특수 장비도 개발해 수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볼보그룹내 위상과 볼보그룹의 세계건설기계 시장에서의 위치는.볼보건설기계코리아는 볼보그룹 전체 매출에서 현재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높은 생산성과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여 매출 비중 30% 이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볼보그룹은 세계건설기계 분야에서 4위권을 유지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남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3위권으로 진입할 계획입니다. 건설기계산업도 타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간 결합이 활발합니다. 따라서 많은 도전이 예상되지만 환경친화적이고 안전한 부품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한국 직원에 대한 평가는.교육 수준이나 업무 능력에세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아쉬운 것은 직급간 계급 의식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의사 소통이 좀 더 활발해지고 창의력을 발휘하는데 집중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