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전화에 연결, 동영상 광고 보면서 국제전화까지 ‘공짜로’

‘난 공짜가 좋아’.요즘 한 이동통신업체의 브랜드 광고 때문에 유행된 말이다. 사실 ‘무료’라는 말만큼 소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마케팅 전략도 없다.‘인터넷 무료 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공짜’를 만들어내는 인터넷의 위력에 모두들 감탄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인터넷을 이용해 처음으로 무료전화 서비스를 제공한 국내업체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될 정도였으니 무료전화의 경쟁력은 이미 입증된 셈이다.이런 탓에 최근 무료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저마다 보다 나은 통화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별정통신업체인 정보소리텔레콤(주)(대표 박준수, www.jstel.co.kr) 역시 무료 전화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벤처기업중 하나다. 타 업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회사는 ‘인터넷’이 아닌 ‘CD’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중앙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무료통화 광고CD’를 개발해 기존의 인터넷상에서만 무료통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던 한계를 극복했다. CD에 전화걸기 프로그램을 내장시켜 놓은 것이다.따라서 CD만 삽입하고 모뎀과 전용선 중 하나를 선택해 언제든지 전화를 걸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하지 않고도 무료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개발품이다.“기존의 인터넷을 이용한 무료통화 서비스에서는 접속이 잘 안되거나 음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 모뎀과 전용선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일반전화로 통화할 때와 비교해 거의 손색이 없는 통화품질을 느낄 수 있다”는게 이 회사 김귀영 통신사업운영실장의 설명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고 일반전화를 이용하기 때문에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무료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이 회사가 개발한 무료통화CD는 일반 전화기를 이용해 통화하기 때문에 헤드셋(이어폰과 마이크) 등과 같은 부가적인 장비가 필요 없다. 또 원터치로 시내·외 전화는 물론, 국제전화를 모두 무료로 할 수 있다. 휴대폰까지 연결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인터넷폰이 과부하가 걸리기 쉬운 IP망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이 회사의 무료전화는 PSTN 전화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이 회사가 운영하는 무료통화 서비스 사업의 수익모델은 경쟁업체와 마찬가지로 ‘광고 수주’에 의존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품 자체가 광고물이란게 인터넷전화 업체와 다른 점이다. 즉 전화걸기 프로그램이 내장된 CD안에 기업의 광고를 담는다는 것이다. 광고주인 기업으로부터 광고료를 받는 것은 물론이다. 회사소개는 물론 제품설명, TV CF, 협력업체 생산라인까지 한 장의 CD 안에 총망라돼 있다. 따라서 배너광고 위주가 아닌 동영상 광고를 구현하는게 장점이다. 그만큼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인터넷망을 통해 동영상 광고를 실시간으로 보내는 현재의 스트리밍 기법으론 이런 일이 다소 불완전하다.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는 시간대는 동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CD를 이용하면 이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 있다. 무료통화 광고CD의 동영상 광고는 직접 화면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생동감있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PSTN 전화망 이용, 통화품질·영상 ‘깨끗’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적어도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만큼은 기업이나 제품을 TV CF로 보여주듯 소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 회사가 박리다매를 노려 광고료를 전단광고 수준으로 받기 때문에 동영상 종합광고를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비용도 매우 싼 편이다. 이 때문에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10여개 대기업을 포함해 20여 업체가 CD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을 만큼 광고주들의 호응은 대단하다. 현재까지 15만장이 넘는 무료전화 CD가 제작된 것만 보아도 이 회사의 아이디어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안으로 30만개를 채운다는게 목표다.기업뿐 아니라 정부기관에서도 이 ‘무료전화 광고 CD’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한국방문의 해’ 행사에 참여,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 관광명소가 담긴 무료통화 CD를 배포하기도 했다.앞으로는 광고시장을 세분화해 타깃 광고로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수익창출 통로를 기업통합광고 및 개별기업 CD, 지역광고, 해외진출로 구분했다. 현재 동남아와 일본을 비롯해 미주 등지의 기업들에 시스템판매를 협의하고 있다. 국내에선 보다 많은 회원확보를 위해 지역 광고시장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경영지원실 홍창수 부장은 “회원들에게 우수한 통화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CD에 양질의 광고를 담아야 한다”며 “이와 함께 음식점, 병원 등 지역 편의시설 광고를 지역 생활정보지 게재 요금수준으로 저렴하게 유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역생활정보 매체를 대체할 무료전화 광고CD를 만든다는 얘기다.기업광고뿐만 아니라 가수들의 음반CD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새로운 음반에 가수의 노래와 광고를 삽입해 팬 클럽 회원들에 한해 음반을 무료로 배포할 수 있다. 명함CD 및 청첩장 등으로도 무료전화 CD를 활용할 수 있다.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판촉물 활용으로 10조원 규모의 광고시장 외에 8조원 규모의 판촉물시장까지 기대하고 있어 해외진출이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광고시장에서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인터뷰 / 박준수 사장“월드컵 대비 ‘깜짝’ 프로젝트 준비중”“공기를 마음껏 마시는 것처럼 통신 역시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는 세상이 곧 올 것입니다.”박준수 정보소리텔레콤 사장(34)은 통신사업자이면서도 ‘무료통신론’을 주장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박사장은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광고선전학을 전공했다. 그후 미국의 별정통신회사인 씨콤텔레콤(C· COM Telecom) 콜백 사업팀에 근무할 때부터 광고와 연계한 ‘공짜 전화’의 모델을 구상해왔다.97년 WTO의 통신시장 개방정책에 따라 국내시장에서도 별정통신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감하고 회사를 차린 것이 정보소리텔레콤이다. 당시 외국 인터넷업체와 전화광고를 이용한 요금할인 통화업체들이 배너광고 등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박사장은 CD롬을 활용한 수익모델을 찾아낸 것이다.박사장은 국내시장 개척과 함께 해외 무대로 뛰어들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우선 무료통화 광고CD를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본격적으로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월드컵 시즌에 맞춰 각국 도시간의 무료통화 서비스 등 외국인들의 귀가 번쩍 뜨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