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 변호사서 경영인으로 변신 … 엔터테인먼트 통합 지주회사 구축 의욕

국내 최고의 M&A전문 변호사가 중소 벤처기업의 CEO(최고경영자)로 변신했다. 박병무 로커스홀딩스(구 코아텍) 신임사장.얼마전까지 그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의 M&A팀장이었다. 국내의 굵직한 M&A관련 현장이나 송사는 그를 제외하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는 한국의 전형적 엘리트코스를, 그것도 대부분 최고로 거쳐왔다. 서울대 전체 수석합격에 서울대법대 수석졸업. 사법시험 최연소합격, 사법연수원 수석졸업, 하버드 로스쿨 졸업 등등.그런 그가 기업경영자로 변신했다. CTI(컴퓨터통신통합)기업인 로커스에 의해 지난 8월 인수된 변압기용 코어 생산업체 코아텍을 이른바 ‘슈퍼홀딩컴퍼니’로 1백80도 변환시키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이 됐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최고, 일류의 길을 걸어온 그가 전혀 다른 영역인 기업경영에서도 그같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변호사에서 CEO로의 전업이 쉽지 않으셨을텐데요.로커스가 코아텍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김&장이 로커스를 대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김형순 사장이 제안을 하더군요. 처음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김사장과 이야기하다보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업 하나 잘 하자가 아니고 국가의 수준을 높이는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더군요. 한국처럼 자본도 없고 자원도 없는 나라는 사람머리로 하는 일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저도 늘 생각해왔습니다. 두뇌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직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업경영도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지요.물론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경제적 보상이 없지는 않았지만 급여도 오히려 줄었습니다. 가족설득이 어려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쉽게 결심했어요. IT혁명의 중심지에서 배우고 호흡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초일류 지주회사라는 회사의 비전도 제가 생각하는 것을 잘 융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됐습니다.▶ 기업이나 기업경영에 관심이 있었습니까.고등학교 때 외국시장을 개척하는 종합상사맨이 제일 멋있어 보이더군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었지요. 그런데 부모님은 선택의 폭이 더 넓다며 법대진학을 권유했습니다. 사실은 법대가 선택의 폭이 훨씬 좁은데 말이지요.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것이나 판검사 대신 변호사를 택한 것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김&장에서 미국유학을 떠날 때 사실은 하버드 MBA코스입학을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법조계 경력밖에 없다고 입학허가를 못받아서 로스쿨로 돌렸지요.▶ 로커스홀딩스의 사업비전은 어떤 것입니까.로커스의 사업모델인 CIMC(Convergence, Internet, Media, Contents)모델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토대로 한 컨버전스는 로커스가 하고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는 로커스홀딩스가 해나갑니다. 말하자면 로커스홀딩스는 M&A나 투자 등의 방식으로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관련 자회사들을 거느리는 지주회사로 경영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자회사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로커스의 정보통신기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무선인터넷이 보편화할 때 최대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콘텐츠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될 것입니다.▶ 왜 엔터테인먼트입니까.한국사람들은 영화든 게임이든 음악이든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소프트웨어나 지식 정보에 대한 대가지불에 인색한 문화이고 기업화·통합화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인 비즈니스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지요.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통합화하는 일을 우리가 해보려 합니다.한국인은 기본적으로 머리를 갖고 하는 것은 뛰어나기 때문에 매니지먼트만 제대로 지원되면 엔터테인먼트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상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최고의 보상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엔터테인먼트 각 분야가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적 제휴와 펀딩 등 경영전반을 지원해주는 역할입니다.엔터테인먼트기업인 싸이더스를 이미 인수했고 싸이더스 부사장 차승재씨는 이사로서 향후 M&A나 투자대상기업을 찾아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로커스홀딩스의 본업이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변압기사업은 어떻게 됩니까.변압기사업도 계속 성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구 코아텍이 매출규모로는 코아시장에서 3위였는데 최근 경쟁업체들이 어려운 처지여서 주문이 쇄도, 생산이 달릴 정도로 최적의 사업환경을 맞고 있습니다. 기존 경영자였던 인호진씨도 여전히 주요주주로서 코아텍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또 코아텍에서 버는 돈은 코아텍 이외의 사업에는 쓰지 않을 방침입니다. 다만 지주회사화에 필요한 재무적 안정성을 주는 엔진의 역할을 코아사업부문이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지주회사화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 계획인가요.닷컴기업의 펀딩이 어려운 것은 투자비만큼 영업에서 이익이 안난다는 것인데 우리는 영업활동에서 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을 가지고 있어 펀딩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또 결정적 성공요인만 제시되면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략적파트너입니다. 유망한 전략적 투자자이거나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는 금융 투자자이거나 이 두가지를 갖춘 경우를 찾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글로벌화하는데 도움이 되는 파트너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외국계가 될 수도 있겠지요.▶ 평소 국내 및 국외의 CEO 가운데 배울점이 많다고 생각해오던 사람이 있습니까.국내 CEO중에서는 김&장 법률사무소의 김영무변호사를 들고 싶습니다. 그분으로부터 그 많은 우수한 인재들을 잘 끌고 갈 수 있는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배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GE의 잭 웰치회장이나 트래블러스 그룹(Travellers Group)의 샌디 웨일즈회장 등이 보여준 정확하면서도 과단성 있는 결단력과 강한 리더십 등을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