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332>는 영화의 완성도에 에너지를 다 쏟아 대박을 낚은 케이스다. 제작자 심재명(가운데줄 오른쪽 두번째), 박찬욱감독(앞줄 오른쪽 네번째)최근 한국영화는 그 성패를 떠나 모두 ‘기획영화’로 부를 수 있다. 고도의 흥행 컨셉과 장르 선택을 바탕으로 점점 다변화되고 있는 관객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기획영화의 등장은 9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중 하나며, 흔히 김의석 감독, 신씨네 제작의 <결혼 이야기 designtimesp=20333>를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이 영화는 한국에 로맨틱 코미디와 신세대 멜로드라마의 장을 연 영화로 평가된다. 과거의 신파멜로(눈물 짜내기식의 멜로)와 결별하고, 좀더 자극적이며 직설적인 대사와 시대상황에 최대한 근접한 부부관계를 설정한 이 영화는 흥행 성공과 더불어 영화의 기획력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주요 사례가 됐다.이후 신씨네, 시네마서비스, 명필름, 기획시대, 영화세상, 우노필름, 씨네2000, 강제규필름 등의 ‘90년대산’ 영화사들은 관객의 기호와 변화에 집중하면서 기존의 제작사들과 변별성을 띠며 한국영화계를 진두지휘했고, 일종의 장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JSA 성공, 기획·마케팅 중요성 확인최근 <공동경비구역 JSA designtimesp=20343>의 성공으로 다시 한번 확인되기도 했지만 영화에 있어서 기획과 마케팅의 중요성은 한편의 영화가 성공하는데 있어 점점 높아가는 추세다. <…JSA>의 경우를 보자. 이 영화의 기획은 다소 위험 부담이 있었다. 또한 연출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예로는 흥행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었다. 실제 판문점에서 촬영하기 힘든 탓에 세트제작비에만 1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여되었고, 캐스팅된 송강호·이병헌·이영애·신하균·김태우는 송강호 정도를 제외하고는 관객동원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큰 폭발력을 지니지는 못하는 배우들이었다. 서울 50만, 전국 1백만명 정도의 흥행을 기록해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는 사실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하지만 이 영화는 <쉬리 designtimesp=20346>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었고, 이것은 전적으로 기획의 ‘참신함’ 덕분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흥행에 유리한 전형적인 장르영화가 아닌 대신 <…JSA>는 영화의 완성도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았다. 그 결과 별다른 홍보전략 없이도 언론의 이슈가 될 수 있었고, 2000년 가장 중요한 한국영화로 기록됐다.아직(11월2일 현재)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가지고 있는 <쉬리 designtimesp=20349>는 할리우드 유사전략의 결정체다. <쉬리 designtimesp=20350>의 기획컨셉은 총격전을 중심으로 하는 남성액션이었다. 이 장르는 할리우드에서는 지겹게 반복되었지만 사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영화였다.강제규감독은 할리우드 전문장르에 한국 관객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애절한 멜로드라마적 요소를 결합하고, 남북의 대치 상황이라는 정치적 환경를 덧씌웠다. 여기엔 한국영화에서는 거의 최초로 전문 총기류 활용과 대규모 시가전이라는 스펙터클이 가미되었고, ‘한석규-최민식-송강호’라는 스타시스템도 합세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영화의 국내 흥행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서의 선전이다. 일본과 홍콩에서 <쉬리 designtimesp=20355>가 거둔 성과는 국내에서의 수익을 능가한다. 과거 한국영화는 국제시장에서 고작 몇만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쉬리 designtimesp=20356>의 경우 일본에 1백만달러 이상에 수출되었고 극장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쉬리 designtimesp=20357>가 기폭제 역할을 하며 물꼬를 튼 이후, <텔 미 썸딩 designtimesp=20358> <유령 designtimesp=20359> <거짓말 designtimesp=20360> 등도 일본 시장에 수십만달러에 거래됐다.한국영화 ‘제값’받고 유통이렇게 한국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제값’을 받고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프로젝트가 성립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국의 영화시장이 제한되어 있고 강제규 감독의 말처럼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시장이 필요하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합작을 통해 안정적인 배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현재 중국에서 촬영중인 <무사 designtimesp=20372>는 약 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이 영화가 국내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서울 7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은 아시아권 시장을 염두에 둘 때 많은 부분 감소된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designtimesp=20373>의 경우 ‘한국-일본-홍콩’이 ‘4:4:2’의 지분으로 제작에 참여하며, 영화가 완성되면 각 나라에서 국제적 규모의 관객을 대상으로 개봉된다.또한 크고 작은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한국영화의 상품적 가치는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해외세일즈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우수한 단편영화를 유럽에 소개해온 미로비전은 시네마서비스계열의 한국영화 세계배급을 담당했다. 독립영화 전문배급사인 인디스토리나 애니메이션 전문배급사인 손에손필름도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문세일즈업체는 아니지만 CJ엔터테인먼트, 튜브엔터테인먼트, 미래창투 등도 자신이 투자한 영화의 해외세일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전문배급사 등장, 해외시장 개척 박차90년대에 들어서면서 체질개선을 시작한 한국영화는 점점 상품화·기획화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몇년전엔 상상도 못했던 규모의 기획과 시장개척이 이루어지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마케팅개념이 필요하게 된다. 마케팅은 낮은 품질의 제품을 주먹구구식으로 사탕발림과 속임수를 통해 팔아먹는 잔꾀가 아니다. 마케팅은 제작 전과정을 포괄하며, 최대한의 품질관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영화는 그 사실을 깨닫기 위해 긴 시간의 시행착오를 거쳤으며, 현재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마케팅 전략<죠스 designtimesp=20387>, 기획+마케팅 금상첨화 결합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의 마케팅비용은 제작비를 웃돈다. 블록버스터 마케팅전략의 선구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designtimesp=20390>다. 역사상 최초로 1억달러 이상의 극장 수입을 거둔 영화인 ‘제1호 블록버스터’인 <죠스 designtimesp=20391>는 기획과 마케팅이 금상첨화로 결합된 경우다. 신인급 감독에 스타마저 없었던 <죠스 designtimesp=20392>는 개봉 전에는 거의 미스터리에 가까운 영화였다. 하지만 개봉 3일 전부터 주요 TV의 프라임타임을 선택해 30초짜리 영화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냈고, 라디오에서는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주제가가 지겹도록 흘러나왔다. 또한 개봉 전후로 쏟아진 사운드트랙, 티셔츠, 완구류, 의류, 놀이기구 등의 관련상품은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할리우드 영화마케팅에 한 획을 긋는 영화가 됐다. 이후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죠스 designtimesp=20393>의 선례를 따르게 되었고 현재도 그 양상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