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타석 홈런’. 지난 4월 제일제당에서 분사한 CJ엔터테인먼트의 성적이다. 첫 홈런은 서울에서만 1백12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의 관객을 동원하며 상반기 극장가를 휩쓸었던 ‘글래디에이터’. 두번째 홈런은 10월말 기준 서울관객 2백10만명으로 역대 최다흥행기록을 가진 ‘쉬리’의 2백43만명을 넘보는 ‘공동경비구역 JSA’. 두편의 작품으로 영화흥행에서 최고의 메이저영화사로 확고한 자리를 잡은 CJ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사령탑이 이강복(47) 대표다. 영상사업과 연을 맺은 이후로 누누이 영화시장의 파이를 키워 영화산업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해온 경영인이다.“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요자극·유인이 필요합니다. 좋은 영화관을 갖춰 국내 잠재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해외수요를 불러 일으켜야 합니다.” 이대표가 설명하는 영화산업론의 요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1인당 연간 1.2편의 영화를 본다지만 연간 6∼7편을 보는 10∼20대를 제외하면 한번도 극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영화선택과 원스톱 여가활동이 가능한 멀티플렉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해외수요도 마찬가지다. 숫자상으로 현재 연간 50편 정도의 우리 영화가 만들어지고 편당 30만명 정도가 관람한다지만, 제작비가 편당 20억원을 넘는 현실에서 국내 관객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결국 해외시장을 뚫어 수익창구를 늘려야 하며, 해외에서 수요가 늘어야 국내 제작자들도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하지만 하드웨어(영화관)가 바뀌거나 단순한 수요자극만으로는 관객이 늘지는 않는다. 콘텐츠 즉 영화의 질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 질의 바탕을 이대표는 시나리오에서 찾는다. 최근 우수한 프로듀서와 제작진들이 영화에 뛰어들면서 영화수준이 월등히 좋아졌지만 아직도 시나리오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체적으로 우수한 시나리오 양성에 많은 투자를 할 예정”인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매년 3∼4편정도의 대작이 꾸준히 나와야 관객이 지속된다”는 것이 이대표의 지론. 45억원을 투입해 만든 영화로 11일부터 개봉에 들어가는 ‘단적비연수’나, 내년 초 개봉예정으로 50억원을 들여 중국에서 촬영중인 ‘무사’도 이를 염두에 둔 작품들이다.비즈니스마인드 무장, 영화사업 지휘비즈니스마인드로 영화사업을 진두지휘하는만큼 실적도 중요하다. “올해 영화제작으로 50억원정도, 멀티플렉스운영으로 약 1백억원의 수익이 예상됩니다.” 돈벌기 어렵다는 영화판에서 분사 첫해에 흑자경영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이대표의 생각. “궁극적으로 아시아 최고의 ‘메이저 스튜디오’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제작사와의 지속적인 제휴·제작, 마케팅·홍보, 배급, 상영까지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그것들이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내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그래야 지금 진출시기를 재고 있는 음반사업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매니지먼트 등 영화를 기반으로 한 다각적인 수익확보는 물론 외국 메이저스튜디오처럼 영화라이브러리를 구축해 지속적인 수익창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매년 8∼9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하는 한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의 일본직배를 시작으로 일본에 우리 영화를 직접 배급하면서 점차 아시아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단적비연수’로 세번째 홈런을 꿈꾸는 이대표의 맺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