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전기기 네트워크 접속 가능 … 2005년경 IP주소 고갈 예상, IPv6 선점 경쟁 치열

‘퇴근길 달리는 차안에서 e-메일을 확인한다. 회사 컴퓨터에 접속해 파일을 찾아 집에 있는 컴퓨터로 전송한다. 휴대폰으로 집 보일러에 연결, 미리 집안을 데워놓고 욕실에는 목욕물을 받아 놓는다. 분위기 있는 음악을 듣기 위해 오디오 접속도 빼놓지 않는다.’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빠르면 몇년 안에 볼 수 있는 일상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기’를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도록 인터넷 주소를 부여해야만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의 주소체계(IPv4·Internet Protocol version 4)로는 불가능하다. 시계 냉장고 보일러 전화기 자동차 등 모든 일상 기기가 네트워크에 물리기에는 주소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IPv4는 주소길이가 32비트로 표현돼 약 43억개를 이론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미국 중심의 대기업들이 주소를 독점하는 등 비합리적인 주소 배정과 인터넷 시장의 급속한 발전, 향후 예상되는 홈 네트워킹, 정보가전, IMT-2000 등에 소요되는 IP의 수를 볼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IPv6다. IPv6는 주소 표현방식이 1백28비트 체계로 돼 있어 거의 무한대(43억×43억×43억×43억개)에 가까운 주소를 부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IPv6의 특징을 IP 주소의 무한대 확장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 비디오 데이터 처리 성능이 좋아진다는 점과 보안 기능을 꼽는다. 특히 보안 기능의 경우 IPv4는 보안 관련 프로토콜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지만 IPv6는 보안기능을 프로토콜 내에 탑재하고 있다.인터넷 주소 고갈의 문제는 국내 인터넷 상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2000년9월말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1천6백만명을 넘었고 보유하고 있는 IP주소도 1천4백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증가추세와 IP주소가 다른 기기에 사용될 경우 현행 IPv4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내 IP 주소는 2008년까지 사용하고 남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2005년이면 고갈될 것이라는 것이 인터넷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IPv6 도입과 관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IPv6포럼코리아 김용진 의장의 말이다.새로운 인터넷 주소 도입 움직임은 해외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 등은 32자리(1백28비트) 체계인 IPv6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네트워크 관련 하드웨어 업체들도 잇따라 IPv6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미국·일본 등 선진국 IPv6 표준 선점 나서일본은 대학과 연구소 중심으로 WIDE(Widely Integrated Distributed Environment) 프로젝트와 실제 IPv6코드 구현을 위해 업체가 중심이 된 KAME(KarigoME)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WIDE 프로젝트는 일본의 대표적인 차세대 인터넷 관련 연구 프로젝트로 현재 39개 대학과 66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중국은 지난 3월 에릭슨과 공동으로 IPv6 기반의 차세대 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노키아는 중국내 IPv6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해 후반 ‘인터넷6’라는 기술협력 프로그램을 체결하고 이 프로그램에 따라 IPv6 기반의 차세대 인터넷 기술과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미국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도로 시스코시스템즈 썬 컴팩 MS 등의 민간 기업들이 상용제품을 출시했거나 준비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2000에 이미 IPv6 기본 프로토콜을 구현, 패치 형식으로 제공했고 인터넷 익스플로러 IPv6 버전을 올해 말까지 내놓을 계획이다.국내의 경우는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IPv4/IPv6 주소 변환기와 고속 라우터 개발을 2000년도 선도기반기술 개발과제로 선정했다. 따라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아이투소프트(i2soft.net), SK텔레콤, 오피콤과 컨소시엄을 통해 IPv6 환경에서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IPv6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하이텔 등이 IPv6를 채택했다.IPv6포럼코리아 김용진 의장(ETRI 표준선행연구팀 박사)은 “IPv6 상용화는 2002년부터 2003년 사이로 예측되며 늦어도 국가 초고속통신망이 완성되는 2005년에는 상당히 활성화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시장이 형성됐을 때 대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관련업계에서는 IPv6가 전세계적인 IPv4의 주소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소문제 해결뿐 아니라 기존 IPv4기반의 인터넷을 IPv6기반으로 전환해 세계 인터넷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열쇠로 인식하고 있다. 또 IPv6로의 전환과정에는 비용문제가 발생해 IPv4/IPv6 변환기술을 토대로 점차 IPv6 환경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기존 IPv4망과 IPv6망 연동을 위해 장비와 기반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움직임포럼 코리아 등 도입채널 가동그동안 팔짱만 끼고 있던 정보통신부가 지난 10월 중순경 ‘IPv6전략자문단’을 구성하면서 IPv6 도입에 대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올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통신, 데이콤 등 대기업과 대학, 기업체 등 40여 곳이 참여한 ‘IPv6 포럼 코리아’가 결성됐다. 이에 국내 IPv6 도입에 대한 움직임은 포럼과 자문단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IPv6 포럼코리아는 먼저 국내에 IPv6 주소 조기 도입을 위한 IPv6 기술 보급과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IPv6 도입의 타당성 검증 및 시기를 조정한다. IPv6 관련 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현재 IPv4 기반을 IPv6 기반의 차세대 인터넷으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 조성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한 국제 IPv6 포럼과 연계해 IPv6 주소 도입을 위한 운용기술을 상호교류하고 IPv6 기반 응용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정통부 IPv6 전략자문단은 IPv6로의 전환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검토하고 IPv6의 일정과 계획수립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 자문단은 또 민간기구의 성격을 띠면서도 정부와의 협의 채널을 갖추고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IPv6란IPv6(Internet Protocol version 6)는 차세대 인터넷의 핵심기술로 94년부터 IEFT(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에서 표준화 작업을 거쳐 만든 인터넷 프로토콜이다. 인터넷 사용 초기에 무분별하게 클래스(A, B, C)단위를 설정해 발생한 IPv4 체계에서의 주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IPv4 체계에서는 약 43억개가 사용 가능하나 IPv6 체계에서는 전세계 인구 1인당 2억6천8백만개의 IP를 나눠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