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벤처 사장 광고모델로 기용 … 때묻지 않은 이미지 광고 효과 만점

자사 고객 또는 미래의 잠재고객이 될만한 기업의 CEO를 자사 광고모델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미은행,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 사례. 이들 기업은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사장을 모델로 쓰면서, 모델 CEO의 기업까지 덤으로 홍보해주는 광고, 즉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부상조형 광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이들 모델을 통해 기업의 타깃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한미은행이 올해 1월부터 내보내고 있는 시리즈 광고는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이뤄져 현재 7명의 중소기업 경영인이 소개됐다. 메디오피아 테크날러지 장일홍 사장을 비롯해 (주)신흥 이영규 회장, (주)한국지텍 이재형 사장, (주)마니커 한형석 사장, 신라수산(주) 박병언 사장, (주)중앙교육진흥연구소 허필수 사장, (주)에스피컴텍 주해성 사장이 그들이다.이들은 모두 한미은행 각 지점에서 추천받은 경영인들로, 추천 및 선정기준은 건전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이다. 한미은행이 노리는 것이야 당연히 우수한 기술과 경영실적 및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진 중소기업들이 한미은행의 고객인 만큼 한미은행의 미래 또한 그만큼 밝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은행의 광고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은행측의 의도를 가볍게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모델기업을 한껏 부각시키는 방법을 통해 은행의 이미지를 ‘숨은 천사’처럼 은근슬쩍 부각시키고 있다.사례를 보자. “일 욕심이 많아서 스스로도 하마라고 부르는 가상대학 온라인 교육시스템 ‘에듀트랙’의 (주)메디오피아 테크날러지 장일홍 사장님!” “독창적인 ‘내부정보 유출 탐지 및 추적 보안솔루션’으로 지금도 대한민국 육군을 지키는 (주)한국지텍 이재형사장님!” “일본에서 모스크바까지 ‘우리 닭의 新실크로드’를 꿈꾸며 1년 3백65일 닭꿈만 꾼다는 (주)마니커 한형석 사장님!” “일 잘하는게 중요하다며 ‘이 광고’조차 몇 번씩이나 고사하던 남자. 일밖에 모르는 ‘불도저’로 2000년 삼성전자의 수백개 협력업체 중에서 당당히 대상을 받았으면서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통신시스템을 비롯한 전자부품업체 (주)에스피컴텍의 주해성 사장님!”이들 문구를 보고 누가 한미은행 광고라고 할까. 사실상 모델로 나선 중소기업 자체의 홍보광고에 더 어울리는 문구들이다. 이 광고가 한미은행 광고임을 지칭하는 부분은 멘트가 끝나는 부분에 “그는 오늘도 한미은행과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와 광고 맨 윗부분에 있는 한미은행 로고다. 그나마 로고는 해당기업의 로고보다 조그맣게 들어가 있다.‘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광고 마케팅은행이 자기 돈 들여서 이렇게 중소기업 광고를 해주는 이유는? 은행측은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일종의 고객지원사업”이라고 말한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당초 기업경영에 있어서 더 큰 애로를 겪고 있는 여성경영인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9월부터 마련됐지만, 올해부터 범위를 전체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넓혔다”며 “연말까지 12명의 중소기업인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세상에, 특히 비즈니스 세계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단순한 상식을 놓고 볼 때, 한미은행의 전략은 은행고객중 중소기업 비중을 좀 더 높이자는 의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숨은 의도야 어쨌든 이 광고는 해당 중소기업을 효과적으로 ‘광고’하면서 한미은행의 이미지도 한층 높이는 ‘윈-윈’ 광고전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독일자동차 회사 아우디는 최근 광고모델로 내세운 (주)티지랜드(www.tgland.co.kr) 이민호 사장을 통해 아우디를 도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로 부각시키면서 한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배경은 아우디가 벤츠, BMW와 함께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극히 뒤떨어져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됐다.따라서 참신하고 도전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의 벤처기업 사장을 찾아 아우디의 이미지와 연결시키자는 것이 광고의 전략. 티지랜드 이사장은 사실상 벤처업계에서 도전정신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카이스트(KAIST) 경영과학과(석사)-정보통신정책연구원(박사)-SK텔레콤 사업개발부장-중앙일보 정보통신 전문기자 및 전문위원-삼보컴퓨터 상무 등의 이력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인생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다.광고는 이사장을 디지털 세상의 비전가이자 ‘시대의 카리스마’로 추켜세우면서, 아우디를 독일명차의 새로운 리더로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리더에게 바치는 ‘길위의 카리스마’로 묘사하고 있다.티지랜드 이사장은 “아우디가 오토트랜스미션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실험과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첨단 자동차 기술을 자랑하고, 또 다른 독일차에 비해 젊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정신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사장은 이와함께 “신생 벤처기업 사장으로서 회사홍보를 겸해 흔쾌히 광고모델로 나섰는데, 벌써부터 고객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며 “회사인지도 향상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한편 현대자동차는 미니밴 트라제XG를 출시하면서 한컴 전하진 사장을 메인 광고모델로 활용했다. 현대자동차 광고팀 김동일 차장은 “기존의 미니밴들이 경제성을 중시하는 자영업자들의 차로 인식돼 있었던데 반해, 트라제는 처음부터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를 메인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한다. 따라서 트라제는 그랜저 XG의 고품격을 잇는 ‘또 하나의 XG’를 기본 컨셉으로, ‘일과 여유를 추구하는데 가장 적합한 차’임을 내세운 결과 빠른 시일에 시장진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전하진 사장은 벤처업계의 앞선 인물로 부각됐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