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R대행사 직원들은 MPR(Marke-ting PR)란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MPR는 원래 90년대 초반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내에 존재했던 조직의 이름에서 시작된 것으로 PR가 곧 마케팅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홍보가 곧 제품 판매로 직결된다는 얘기다.“다양한 마케팅 시도해야 생존 보장”미국에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양배추 인형은 MPR를 통해 대박이 터진 대표적인 사례. 사실 생산 초기 양배추 인형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판매가 부진했다. 그렇다고 거액을 들여 방송 광고를 할 수도 없는 회사 사장은 한가지 꾀를 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 진행자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뒤 양배추 인형 50개를 그 집 앞에 갖다 놓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곱게 쌓인 박스에 깨끗한 양배추 인형이 있는 것을 보고 집안으로 가져갔다. 하나씩 꺼내보니 양배추 인형이 너무 가련해 보여 꼭 안고 잠이 들었다.집에 돌아와 이 광경을 본 토크쇼 진행자는 가련한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는 양배추 인형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그 진행자는 토크쇼 도중 방청객들에게 이 양배추 인형 몇 개를 나눠주었고, 이게 방송 카메라에 잡혀 미 전역에 방영됐다.그 뒤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양배추 인형은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인형 50개에 들어간 비용이 사장이 사용한 비용의 전부였다. 이렇듯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PR를 하고 곧장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MPR다.링크인터내셔널 정혜숙 사장은 “중소기업이 날로 비대해지는 광고비를 주체할 수 없고, 대기업은 광고만으로 소비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효과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길이 PR대행사의 생존을 보장할 것”이라며 MPR의 중요성을 전했다.이처럼 단순한 홍보대행에서 종합 마케팅 그룹으로 변신을 서두르는 PR대행사는 지금 변혁의 순간에 직면했다. 1~2년 전 벤처붐을 타고 전문 홍보대행사를 표방한 PR대행사의 설립이 이슈였다면, 지금은 실제 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느냐가 이슈다. 이는 시장에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서비스와도 직결된다.최근 들어 PR시장이 커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첫째는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기업의 수가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이 더 넓게 개방됐고, 월드 와이드(World-wide)를 목표로 진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홍보영역 파괴 부가가치 창출 경쟁외국기업은 국내에 진출하기 1~2개월 전 PR대행사부터 선정한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이벤트를 열고 제품 광고를 진행하며 각 지방을 돌며 로드쇼를 한다. 이런 식으로 기반을 다진 뒤 본격적으로 국내 진출을 하는 것이 외국기업의 관례. PR대행사들은 이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위기관리 프로젝트를 내놓아야 하고, 지역화 마케팅 계획을 짜야 한다.둘째, 벤처기업들이 코스닥 등록을 추진하면서 투자자 관리, 주주관리 등이 중요 사안으로 부상해 이에 따른 업무도 PR대행사로 몰렸다. 벤처기업 붐으로 덩달아 설립된 PR대행사는 이제 단순 언론 홍보보다는 벤처기업의 투자유치, 인맥 관리, 주주관리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쪽으로 업무가 전문화됐다.또 아직 시장에서 인지도를 얻지 못한 벤처기업의 경우 생산하는 상품을 홍보하기 보다는 기업이름과 제품의 브랜드를 높여줄 PR대행사를 찾아 효과적인 전략을 요구하는 추세다. 브랜드 관리가 PR맨에게 중요한 업무 영역이 됐다는 얘기다.셋째, 국내 대기업이나 정부 단체에서도 PR대행사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경우 사업팀이 많아 홍보실 조직으로는 특정 상품에 대한 집중 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문 PR대행사를 선호한다.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기관은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지 등을 홍보할 목적으로 PR대행사를 이용한다. 또 인터넷, 케이블TV 등 다채널 다매체 시대에 홍보를 하자면 기업내 홍보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PR대행사에 일감을 주고 있다. PR대행사들이 온라인상의 PR전략을 세우는 전문부서나 계열사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문제는 PR대행사들이 이런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단순히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전문업체인 척 했던 PR대행사들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다.성장하는 PR시장에서 전문 업체들은 인건비 경쟁을 넘어선 부가가치 창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제대로 된 기업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해야 한다. 단순히 언론 매체에 기사화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전문업체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언론에 몇번 나온 횟수에 따라 요금을 청구하는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PR대행사는 지금 전문 마케팅업체가 되느냐 도태되느냐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