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극대화 선진기법 vs 코스닥 무혈입성 수단, 찬반 논란 팽팽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한 M&A(Merger &Acquisition·기업인수합병)시장은 지난해말부터 후끈 달아올랐다.‘기술’을 제외하고는 자금 시장기반등 모든 상황이 취약한 벤처기업들에 M&A를 통한 ‘짝짓기’는 시너지효과를 통한 수익성제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M&A성사로 생존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벤처들의 자금창구인 코스닥의 활황은 이러한 M&A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올해초 코스닥시장에는 A&D(Acqui-sition&Developement·인수개발)란 생소한 M&A기법이 등장했다. A&D는 M&A의 일종으로 전통기업 등을 인수, 첨단업체 등으로 변신시켜 회사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과정을 통칭하는 용어이다.A&D의 국내 원조 ‘리타워그룹’A&D의 국내 원조는 외국계 투자회사인 리타워그룹. 이 그룹은 지난 1월말께 코스닥등록업체인 파워텍을 인수했다. 파워텍(현재 리타워테크놀러지스:약칭 리타워텍)은 이후 30여개 국내외 인터넷벤처기업을 추가로 인수, 송풍기제조업체에서 인터넷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A&D에 대한 기대감으로 리타워텍은 한때 주가가 주당 3백60만원(액면가 5천원)대로 치솟기까지 했다. 엔피아(옛 개나리벽지) 바른손 모헨즈(옛 한일흥업) 신안화섬 코스프 등 코스닥기업들도 잇따라 리타워텍을 답습, A&D대열에 가세했다. 이제 코스닥시장에서 A&D는 변신을 꾀하는 전통기업의 패션이 됐다.그러나 A&D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A&D를 ‘껍데기’에 불과한 회사를 인수,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려는 변칙 M&A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고 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며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선진 M&A기법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국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주식맞교환(스톡스왑)을 통한 M&A가 불가능하다. 리타워텍은 이러한 법적제약을 피하기 위해 제3자배정방식의 유상증자를 활용하고 있다.예를 들어 리타워텍은 인수할 기업을 물색한 후 그 업체의 지분을 현금으로 매입한다. 피인수기업이 다시 리타워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조건에서다.따라서 피인수기업이 리타워텍이 지불한 돈만큼 유상신주를 인수하게 되면 스톡스왑과 똑같은 방식의 M&A가 성사되는 셈이다. 최근 리타워텍의 ‘1조5천억원 상당의 외자유출사건’도 스톡스왑을 위한 자금이동을 오해한데서 불거진 해프닝에 불과하다.‘봉이 김선달식 M&A’ 유행어 생겨리타워텍은 높은 주가를 배경으로 10여개 국내 인터넷벤처회사를 잇따라 인수, ‘봉이 김선달식 M&A’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결과적으로 기업인수에 소액의 자금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바른손 등 코스닥기업들도 잇따라 A&D를 표방하며 ‘리타워텍 방식’을 따라했다. 최근 코스프는 사채와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을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증시침체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맞교환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유상증자대신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날 뿐 코스프방식은 ‘리타워식 M&A’와 같은 방식이라 할 수 있다.A&D기업들은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리타워텍이 인수한 파워텍을 비롯해 한일흥업 엔피아 바른손 모헨즈 코스프 등은 전통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다.따라서 시너지효과를 위해 첨단업종을 인수,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킨다는 발상 자체에 전문가들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미국의 시스코는 흔히 A&D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스코와 국내 A&D기업들은 출발부터 다르다. 시스코는 자사의 기술 제품 인력 등을 보충하기 위해 A&D를 활용하고 있다.반면 국내 기업들은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A&D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A&D를 코스닥의 ‘무혈입성’을 위한 수단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무에서 유’ 창조위해 A&D 의존, 의혹 눈길한화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부실이 검증된 모회사외 검증이 안된 기업들이 뭉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며 “시너지효과를 내더라도 오랜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모델”이라고 분석했다.사업성패가 고주가에 달려 있다는 점도 딜레마다. 리타워텍이 스톡스왑을 통해 국내외 30여개 벤처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던데는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 여러번의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만큼의 지분보유가 가능했다.그러나 회사를 내주고 유상신주를 받아든 피인수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나 추가 인수 등을 위해서 고주가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사업모델 자체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현재 A&D기업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그래서 A&D기업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극히 드물다.리타워텍은 지난 분기(6~8월)에 9억9천만원의 매출에 6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했다. 초기단계임을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성적표다.리타워텍은 그러나 올해말 29개 자회사들의 실적을 결합한 연결재무제표상으로는 올해 3천억원의 매출에 3백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바른손 엔피아 모헨즈 코스프 신안화섬등 여타 A&D기업의 실적은 더욱 불투명한 실적이다.마이다스에셋 자산운용의 K이사는 “A&D는 굴뚝기업들이 신경제에서 체질을 변화시키고 수익모델을 찾는 선진 M&A기법임이 분명하다”며 “A&D기업의 옥석을 가려야지 무턱대고 혹평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A&D기업 미래 낙관 드물어K이사는 이어 자금과 시장기반이 취약한 장외 벤처기업들의 탈출구로서 A&D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리타워텍 최유신 회장도 “A&D는 척박한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스코에 비견될 회사를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리타워텍은 각 분야의 인터넷벤처기업들로 포트폴리오 구성을 마쳤고 이제 출발점에 서 있는 만큼 평가는 1년 후로 미뤄달라”고 말했다.★ 최유신, 그는 누구인가‘아시아 최대 e제국’ 꿈꾸는 야심찬 투자가‘인터넷거래(e-Deal)의 예술가’. 권위있는 미국의 경제잡지에 의해 이같이 묘사됐지만 그는 지금 한국에서 주가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처지가 됐다.리타워그룹 최유신회장은 매우 짧은 기간에 한국은 물론 홍콩 등 국제금융가에서 대단히 주목받는 비즈니스맨이 됐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M&A라는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방식을 활용해 순식간에 한국 미국 중국 등에 30개 가까운 기업을 거느리는 투자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의 M&A방식은 또 ‘리타워텍식 M&A’, ‘최유신식 A&D’ 등으로 불리면서 국내 굴뚝기업이 뒤따르는 기업변신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외국에서는 찰스 스팩맨(Charles Spackman)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최회장은 불과 서른살이다. 최석진 한국프루덴셜생명보험 회장의 장남으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딘플레밍 한국지사와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세계적 투자은행에서 근무경력을 쌓았다.98년 하버드대 동창생들과 함께 다국적 투자회사인 리타워인베스트먼트를 설립, 불과 3년만에 전세계에 수십개 기업을 거느린 ‘빌리오네어(10억달러대의 자산가)가 됐다. 올해초 파워텍 인수 과정에서 소규모 송풍기제조업체에서 인터넷지주회사로 변신한 리타워텍의 주가는 인수전 2천4백10원에서 3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36만원으로 폭등했다. 당연히 주가조작 오해가 불거졌다.그러나 이와 관련, 리타워그룹 한국지사장인 허록 리타워텍사장은 홍콩출장중인 최유신회장을 대신해 “주가조작은 시세차익을 노리고 하는 것인데 최회장 등 대주주가 주식을 한 주도 팔지 않았다. 주가조작의 이유가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 네트워크나 명성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리타워그룹의 자본 동원 능력에 비해 대단히 적은 액수인 자본이득을 얻겠다고 주가조작을 했겠느냐는 것이다.부친과 나란히 하버드대 출신인 최회장은 미국 금융가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다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 허치슨왐포아그룹회장 등 화교경제권내에도 주요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A방식과 관련해서도 최유신회장의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과 오해가 많다. 최회장 스스로는 미국내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시스코시스템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말한다. 현금대신 주식 맞교환(Stock Swap) 형태로 M&A를 하는 것이다.그러나 국내 상법은 현금출자 원칙을 고집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주식이 자본금으로 바로 전환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스톡스왑이 불법은 아니지만 법적근거도 없는 셈이다. M&A전문가들은 이것이 속도가 생명인 벤처기업들이 신속하게 M&A하는데 커다란 장애물이라고 지적해왔다.이번에 문제가 된 리타워그룹의 홍콩 아시아넷 인수과정에서 최회장이 자신이 대주주인 역외펀드로부터 13억5천만달러의 투자자금을 반입했다 3시간만에 반출한 것도 스톡스왑이 어렵다 보니 현금이 들고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가속도가 붙은 차에는 공기저항도 커지게 마련이다. 불과 30세의 나이에 ‘아시아 최대의 e제국’을 향해 무섭게 커가는 리타워그룹과 최회장에게는 그만큼의 시련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