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보안전문가 공동출자, 토털서비스 제공 … 설립 6개월만에 80억원 매출 달성

버스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산허리를 돌 때마다 어머니의 가슴은 쿵쾅거린다. 먼 길을 달려와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그렇게 설렐 수 없다. 아들을 만나는 기쁨 때문이다. 보자기에는 정성껏 준비한 인절미와 고구마가 담겨 있다. 이윽고 부대 앞에 도착하면 위병소에 가서 주민등록증을 내고 패찰을 받는다. 울타리에는 보초병들이 삼엄하게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면회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왜 이리 더딘지.군부대의 특징은 울타리와 철조망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의 보초들이다. 외부인사의 출입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보안을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CISA등 국제자격증 60여개 확보 … 국제화에 총력보안을 중요시하는 곳은 군부대 뿐만이 아니다. 일반 기업체나 관청 금융기관도 마찬가지. 모든게 컴퓨터로 작동되고 움직이고 있어서다. 수억원이 한번의 클릭으로 이동하고 수년 동안 축적한 정보가 한번의 터치로 사라지기도 한다. 정보보안에는 수많은 영역이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방화벽(Fire Wall) 침입탐지시스템(IDS) 공개키기반구조(PKI)를 들 수 있다. 이중 방화벽은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시스템. 군부대의 울타리에 해당한다. 침입탐지시스템은 누가 들락거렸는지 알아내는 장치다. 위병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공개키기반구조는 출입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기능을 한다. 신분증을 내고 받은 패찰과 비슷하다.지난 8월초 국내 주요 신문에는 ‘국내 최대 사이버 테러 발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국제해커집단이 강릉의 PC방을 통해 국내 서버 2백50개에 해킹프로그램을 설치했다는 것이다. 이를 시큐아이닷컴이 발견해 경찰청에 신고했다는 내용과 함께.서울 역삼역과 강남역 중간쯤에 있는 시큐아이닷컴(대표 오경수)은 종합정보보안업체다. 지난 3월 문을 연뒤 6개월만에 올린 매출이 80억원에 달한다. 연내 1백억원, 내년에는 4백억원을 계획하고 있다.‘보안에 관한 모든 것’을 취급하는 업체여서 기업들의 의뢰가 줄을 잇고 있다. 이 회사는 컨설팅을 통해 고객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체계적인 보안관리서비스도 해준다. 여기에는 보안컨설팅, 솔루션, 보안서비스, 전자공증, 가상사설망(VPN), 보안진단, 해킹기술연구, 보안침해사고 대응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보안업체가 개별 솔루션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보안에 관해 종합적으로 해결해 준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공공기관 등이 주요 사업대상. 보유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시큐아이닷컴은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삼성SDS, 유니텔, 에스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자본금 50억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기업. 이들 기업 출신 보안 전문가들이 창업멤버다. 95명에 이르는 구성원은 정보보안 분야에서 4∼10년의 실무 경험을 쌓은 사람들. 이들이 갖고 있는 CISA(국제공인정보시스템 감사자) 등 국제자격증 수만도 약 60개에 이른다. 연말까지 인원을 1백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이들중 50명은 사내 정보기술연구소에서 일한다. 이들은 △라우터기반 침입탐지시스템 △네트워크 기반 침입탐지시스템 △통합관제서비스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 제품뿐 아니라 원격바이러스 방역서비스, 전자상거래 인증·암호화 제품 등도 공급한다. 일부는 아웃소싱을 통해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이 회사는 지난 10월 아시아·유럽정상회의 때 디지털인증과 암호화 기반을 제공하기도 했다.이 회사는 출범 초기부터 국제화에 적극 나섰다. 지난 4월 미국 새너제이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워 암호화 알고리즘, 생체·디지털 보안기술 등 차세대 전략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북경지사를 설립했고 일본,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판매법인을 만들 계획이다.중소업체들과 협력 경쟁력 확보, 해외진출 모색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오경수(44)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8년간 정보분야를 다뤘고 이후 삼성 뉴욕법인을 거쳐 에스원에서 일하다 회사 설립과 함께 대표를 맡았다. 그의 별명은 ‘오마담’. 마당발이어서다. 고향인 제주도 친구를 비롯해 중·고등학교, 대학 등 학교와 사회생활을 통해 맺은 인연을 끈끈하게 유지하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렇게 해서 좋은 유대를 맺고 있는 사람이 3천명에 이른다. 이들과 주고 받는 e-메일을 처리하는데도 매일같이 1∼2시간을 쓴다. 이들의 경조사를 찾아다니고 저녁을 먹느라 작년까지 전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방대한 인맥을 구축하게 된 것은 누구보다 정보를 중요시하는 그의 습성 때문이다. ‘정보가 경쟁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자신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도 친구에게는 결정적인 정보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바로 친구에게 넘겨준다. 사업상 어떤 내용을 확인할 때도 적어도 서너명으로부터 검증받을 수 있다. 정보가 더욱 정확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인맥은 미국 캐나다 등 외국에도 퍼져 있어 이들을 통해 외국정보를 순식간에 획득하기도 한다.정보와 정보보안이 기업과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국가적 사업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보안사업의 경쟁력강화에 앞장설 생각”이라고 말한다. 특히 앞선 기술력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시장을 공략,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힘쓸 작정이다. 이를 위해 중소 정보보안업체들과 공동으로 해외진출에 나설 생각이다. (02)3458-6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