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과 채원단은 '해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을 만들어 지금부터라도 해외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아건설.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은 후 두번째로 대대적인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됐다. 굳이 11월을 택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또 한차례 혹독하고 긴 겨울을 맞아야 할 것같다.이번 부실기업퇴출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IMF 위기상황이 어디까지 극복되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민들 사이에는 이 문제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다. 일부에서는 IMF 체제를 졸업한 국가로 보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나락에 빠지고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해외자산 방치 자체가 국부손실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가장 큰 원인은 IMF 위기에 대한 개념정리가 제대로 안돼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금융담보관행이 보편화된 국가에서 외화유동성이 부족한 외환위기가 발생하면 금융과 실물부문에 균열이 생기는 시스템 위기로 전염된다. 다시 말해 외환위기 과정에서 기업이 부도가 나면 금융기관이 갖고 있던 담보채권이 부실화된다. 갈수록 기업부도가 잇따르면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이 더 쌓이면서 목이 조이게 된다. 바로 이 시점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는 금융위기 단계다. 물론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곧바로 실물위기로 치닫는다.지난해말부터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부족한 외화유동성을 채우는 첫번째 단계만 끝났다는 의미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현재 9백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는 단기외채와 외국인주식 투자자금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우리의 대외신용을 지킬 수 있는 규모다.문제는 우리 경제의 쓰레기에 해당되는 부실채권(부실기업 포함)을 청소하는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제는 남아 있다는 점이다. 본래 구조조정의 참뜻도 경제 전반에 깔려 있는 쓰레기를 청소해 우리 국민들의 새로운 먹거리에 해당하는 씨앗을 심을 수 있는 깨끗한 경제토양을 만드는 작업이다.현재 청소해야 될 쓰레기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은 최대 3백조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처럼 당사자간 채권·채무관계를 소멸시켜 문제의 채권을 해결하는 ‘브래디 방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있어서는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자금이 있어야 한다.원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자금은 펌프에서 물을 퍼 올리는 것(Pumping-Up Policy)과 같은 이치로 비유된다. 위기 초기에 구조조정이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강도있게 추진됐을 경우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충분한 물(자금)이 생기게 된다. 위기 초기에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싼 값으로 매입한 주식(혹은 담보)가격이 기업회생 정도에 따라 올라가기 때문이다.이런 시각에서 부실채권을 처리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조성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위기 초기에 구조조정을 잘못 추진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하면서 목에 힘줄 필요가 없다. 누구보다 자성해야 할 사람은 바로 정책당국과 채권단이기 때문이다. 이번을 계기로 정책당국과 채권단은 기자회견을 하면서까지 퇴출기업 명단을 발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일단 이번에 ‘죽일 기업’과 ‘살릴 기업’이 정해진 만큼 ‘살릴 기업’이 확실히 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이 위기 3년차를 맞아 정책당국과 채권단의 기업정책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기식 보다는 후원자적인 자세로 변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앞으로 부실기업 퇴출은 금융기관과 감독기관의 엄정한 심사로 시장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이번 퇴출기업 명단발표를 계기로 한국 디지털라인과 동방금고 사건에 연류된 금감원과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문제가 미해결된 상태로 파묻히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동시에 부실기업 퇴출과 구조조정에 따라 90년대 이후 정부의 국제화·세계화 추세에 맞춰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방치돼 갈수록 커지고 있는 국부손실에 대해서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의 대내외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뚜렷한 대책도 없어 자칫하면 대외신뢰도 손상문제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높아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최근에 해외자산의 국부손실은 외환위기 이후 정책당국과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사실상 방치해 두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해외자산 관리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위기국들은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인식해 ‘대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FARU)’을 설치,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정책당국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한 자산을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하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최선의 방안이나 기업이 내놓은 통계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매각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정책당국의 통계가 있어야 하나 아직까지 갖춰지지 않은 것같다”고 하소연한다.해외에 투자한 우리의 자산이 그대로 방치됨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자산을 방치하는 것 자체가 국부손실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기업들이 투자한 해외자산의 약 20% 정도는 이미 손실이 난 상태”라고 말한다. 이런 말을 토대로 볼 때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대외자산을 감안하면 약 30조원 정도가 손실이 났다는 의미다.이처럼 많은 손실이 발생하다 보면 우리의 대외신뢰도에 손상이 갈 우려가 있다. 유럽의 피치 IBCA와 미국의 무디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사와 같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해외자산의 재무위험을 국가신인도 평가에 중요한 고려요소로 삼기 때문이다.동시에 기존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인프라와 수출기반이 침식당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에 투자한 자산이 방치됨에 따라 신규로 해외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의 장애요소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해외자산 손실 최소화위해 대책반 마련삼성의 한 임원은 “우리 기업같으면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해외에 다시 진출하려고 해도 기존에 다른 기업이 투자한 자산이 방치되고 있어 투자대상국을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나 국부손실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우증권의 신후식 박사는 “국부손실은 불가피하게 해외요소 소득감소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해외자산을 추스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 해외자산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채권단이 ‘해외자산 구조조정 대책반’을 만들어 지금부터라도 해외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해외매각자들이 믿을 수 있는 해외자산 통계도 정책당국이 빨리 구축해야 한다. 지금처럼 주먹구구식 통계로는 해외자산을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