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위주 경영, 부실 털고 갈수록 호전 … 뉴욕증시 상장 성공·신용등급 상향 ‘겹경사’

경영실적과 경영투명성 주주가치중시 등의 이유로 <올해의 CEO designtimesp=20423>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주택은행 김정태행장(53). 그는 지난 98년8월말 취임 당시 ‘월급 단돈 1원과 스톡옵션 30만주’라는 파격적 선택으로 화제가 됐었다.김행장이 재직한 2년 사이 주택은행에 일어난 변화는 엄청나다. 취임당시 김행장은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수익위주경영 투명경영 등 그 이후 그의 행보는 모두 ‘주주가치극대화’의 길로 통한다.지난 8월초 경제부처 일부개각설이 나돌 때 주택은행주식은 외국투자자들의 매도공세를 당했다. ‘김정태 행장이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루머 때문이었다. 개각발표 전날까지 주택은행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김행장이 떠나면 주택은행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판단을 보여준 것이었다.주주가치를 높이는 최우선 요건이면서도 이것을 막는 한국 대기업의 아킬레스건은 ‘투명경영’이다. 김행장은 이 아킬레스건 제거가 첫번째 과제라는 것을 명확히 파악했다.3천원대 주가 취임후 상승행진김행장은 취임 이후 투명경영과 수익성제고를 위해 적자결산을 무릅쓰고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국제적 기준에 따른 자산건전성 평가기준인 FLC(미래채무상환능력)를 회계기준으로 도입했다. 그 결과 5천2백1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 그 해 8천억원 이상의 업무이익을 내고도 적자가 2천9백억원이었다. 적자를 냈지만 국제기준에 의한 회계결산과 FLC를 적용한 것은 투명경영의 신호였다. 결국 국내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최고신용등급(AAA), 99년7월 금융전문지 유로머니지로부터 ‘한국내 최우수은행’이라는 평가로 보상받았다.그 과정에서 김행장 취임전 주당 3천원대이던 주택은행 주가는 한달 남짓한 기간에 1만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말 3만6천원에 달했다. 올들어 KOSPI(종합주가지수)가 50%이상, 은행업종지수가 30%이상 빠지는 폭락장세 속에서 이 은행 주가가 선방(하락률 20%대)하고 있는 것도 그의 주주가치경영에 대한 시장의 신뢰덕분이다.취임직후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기업문화이식도 이제는 정착단계이다. 김행장 취임전 여의도본점 임원실이 몰려 있는 12층에서는 인사철이면 임원 하나만 인사가 나도 서열순으로 임원실이사를 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사업부제 조직으로 바꾸면서 임원들이 담당사업부서 직원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됐다.인사권 지출전결권 등 실질권한을 이양한 복수 부행장제, 책임과 보상이 연계된 집단성과급제 등도 새로운 문화이다. 김행장 자신은 “부행장만 괴롭히면 되기 때문에” 오후 5시에 퇴근한다. 대신 영업현장의 이야기는 부지런하게 청취한다. 최근 소매시장에서 공세를 취하고 있는 HSBC, 시티은행의 움직임을 매일 파악할 정도.수익위주 경영덕분에 경영실적은 갈수록 호전되고 있다. 대출이자율이 낮아지는 추세속에서 올해 3/4분기 당기순이익은 5천1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0% 늘었다. 우량은행 선호추세로 자산이 증가한데다 역점사업부문을 종전의 주택자금 대출에서 수익성이 높은 신용카드사업으로 옮긴데 힘입은 것이다. 신용카드사업에서만 지난해 3/4분기보다 86.2%나 늘어난 2천9백2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시장에서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 주효했다.주택은행의 신용등급도 올들어 잇따라 상향조정됐다. 무디스가 7월말 종전 ‘투자부적격’이던 BA1 등급을 ‘투자적격’단계인 ‘BAA3’로 올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S&P)는 10월23일 ‘BB+ Stable’에서 ‘BB+ Positive’로 평가를 상향조정했다. ‘BB+ Positive’는 ‘3개월 이내에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투명경영과 수익추구경영은 올해 뉴욕증시(NYSE)상장성공이라는 과실도 안겨주었다.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분야라고 정부부문과 함께 지목받아온 한국의 금융기관 가운데에서는 처음이다. 주택은행으로서는 국제적으로 회계의 투명성을 인정받고 자본조달의 통로가 해외로까지 확대됐다는 의미가 있다. 자산의 건전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최근에는 금융 e-비즈화도 서둘고 있다. 선진은행이 매년 20, 30%씩 투자하는 것을 감안, NGBS(차세대금융시스템)구축에 올해 1천8백억원을 포함, 2∼3년간 계속 투자할 계획이다.현단계에서 주택은행은 합병 등 금융구조조정에서의 역할로 다시 주목을 받고있다. 이 기준도 명확하다. 김행장은 “주주가치가 높아지느냐”가 판단기준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가 됐건 주택은행의 기업가치를 희석시키는 합병은 안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인터뷰“월드 클래스 위해 한발씩 전진중”▶ 취임당시 제시한 비전과 경영목표는 지금 어느 정도 실현됐나.취임할 때 ‘절대로 규모나 계수경쟁 하지 않고 수익성만 추구하겠다’고 했다. 수익성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 다음 규모를 키우자고 말했다. 또 ‘월드 베스트’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4, 5년내 ‘월드 클래스(World Class)의 리테일뱅크(Retail Bank)로 만들자’고 했다. 아직도 고금리로 수신경쟁하는 은행을 보면 딱하다. 우리는 지금도 안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안한다. 계수경쟁 안해도 돈이 들어오는데 자금운용할 곳이 없다.은행간 합병과 관련, 주택은행의 역할에 관심이 많다. 우량은행끼리는 대주주인 외국계회사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지적도 있고.주가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합병의 대전제다. 외국투자자와의 전략적 제휴란 10%에서 15%정도의 파트너인데 그것 때문에 나머지 90%를 희생할 수는 없다.▶ 경영상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가장 어려운 것이 인재확보인 것 같다. 올해 외국인직원, 전문가를 많이 뽑았다. 연수예산만 내년에 1백50억원 책정했다. 수익성은 ‘월드 클래스’로 나아가고 있는데 인적자원이 ‘월드 클래스’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은행 출신이 아니면서도 은행경영을 잘 하고 있는데.은행장 되기 전에는 내가 은행에 돈빌려달라고 사정하던 사람이다. 고객으로서 느낀 불편점이 뭔지 잘 안다. 은행에 오래 있었다면 절대 몰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