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흐름 재정비ㆍ신뢰회복 급선물... '냄비투자' 근성 버려야 벤처 회생

인터넷과 벤처 산업이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벤처 투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이에 영향을 받아 9월 이후에는 벤처 창업 또한 둔화되고 있는 추세다. 장기적인 투자 침체로 혹한기를 맞은 우량 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벤처 투자 시스템의 전체 단계의 개선이 필요하다. 벤처는 벤처 생태계라고 부를 만큼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의존되어 있는 환경이다. 때문에 정부는 물론 벤처기업, 벤처캐피털 모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현재 벤처기업을 움직이는 투자 시스템을 보면 마치 좁은 일방도로에 너무 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어떤 곳에서는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어떤 곳은 텅 빈 공동화현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투자 시스템의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의 투자 자금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다시 순환될 수 있는 기반 구축이 필요하다.첫째, 투자자금의 안정적인 공급이 취약하다. 올해 초까지 이어진 투자 과열기에는 사채업자들까지도 벤처 투자에 참여했다. 하지만 4월 나스닥 폭락 이후 코스닥 폭락으로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정부가 최근 민간에서 1백억원의 투자조합을 만들면 50억원(투자조합의 최고 33%)을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지난 10월 한달 동안 창투사들이 결성한 투자조합 규모는 총 1백63억원에 그친 것이 작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원정책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우선적으로 벤처 투자자 신뢰성을 회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기금과 같은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자금이 벤처 투자로 유치돼야 할 것이다.둘째, 벤처캐피털 등 벤처 투자자들의 유일한 투자회수(Exit) 방법이 코스닥 등록뿐인 현재의 상황이 문제다. M&A가 아직 제도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벤처기업 투자자들이 코스닥 등록에 몰리다 보니 등록이나 퇴출에서 여러 가지 무리수가 발생한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의 기업이 인터넷 기업이라는 명목으로 버젓이 등록되는가 하면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A&D 대상으로 고가 매매를 기다리는 코스닥 자체의 모순도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셋째, 최소 2∼3 년간을 기다려야 하는 벤처 투자가 마치 즉석복권 추첨과 같은 조급한 마음으로 투자되고 있어 쉽게 과열되었다가 쉽게 냉각되는 모습을 띠게 된다. 보다 장기적인 투자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벤처CEO 개혁·자정의지 시급”마지막으로, 벤처 투자의 목적지인 벤처기업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벤처 투자 침체기의 가장 큰 책임은 역시 벤처기업 자체에 있다. 최근 정현준 사건을 겪으면서 벤처관련 협회들이 ‘정현준은 벤처기업인이 아니다’라는 발표까지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싫든 좋든 정현준 사건은 우리 벤처의 일면이다.사람에 따라서 도덕적 기준도 다르고 또 도덕적 기준이 때에 따라 변하기도 하지만 벤처기업은 그 기대만큼이나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어려운 회사 사정을 이유로 직원 감원을 지시해 두고 자신은 컴덱스 쇼에 갔다는 어느 벤처 CEO는 가장 낮은 수준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또 투자를 받아서 은행에 쌓아 두었지만 이 자금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자신들의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벤처 투자에 나서는 벤처기업, 실질적인 가치 창출 없이 마케팅으로 브랜드 쌓기에만 급급한 벤처기업들은 자신의 원래 역할을 못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경우다.이미 투자된 선도적인 벤처기업들이 분명한 가치 창출을 보여줘 투자자들을 확신시켜야만 계속적으로 후속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이제는 벤처기업들이 미래 가치가 아닌 현재의 가치를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