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취향 고급화, 국내 업체 경쟁력 충분 … 일반 가전은 저성장 전망

삶을 윤택하게 하려는 인간의 기본욕구는 아날로그형 가전산업을 디지털로 변화토록 함으로써, 가정용 디지털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 가전을 포함한 가전산업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올해 세계 가전제품(Consumer Electronics) 시장은 총 1천9백88억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좀더 세분해 3가지 분야로 나누어 살펴보면 먼저 디지털TV, DVD, 디지털 캠코더 등을 포함하는 차세대 디지털 가전분야가 2백83억달러, VCR, 컬러TV, 기타 아날로그 제품들을 포함하는 일반전통 가전분야가 약 1천억달러 규모이다. 그리고 냉장고, 토스터 등을 포함하는 주방용 가전제품은 7백억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 1천8백20억달러 규모에서 9% 성장한 것이다.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가전산업이 9%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차세대 디지털 가전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 기인한다. 디지털 경제로의 이동이 꺾을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서 디지털 가전분야의 이러한 상승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오는 2004년에는 전체 가전시장에서의 비중이 올해 14%에서 22%로 늘어날 전망이다.제품별로 디지털 TV는 2001년에는 그 판매 대수가 2백만대에 육박하고 2002년에는 매출액 35억달러 규모로 주요 가전제품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디지털 셋톱박스 역시 디지털TV 시장의 성장과 함께 고성장할 것이다. 그 시장규모는 2002년에 판매 대수 4천6백만대, 매출 기준 8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로 보면 디지털 TV가 2004년까지 연평균 1백%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디지털 셋톱박스가 15%, 인터넷 오디오 플레이어가 51%, DVD가 3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반 가전제품 중 VCR는 생산대수가 오히려 감소하고 전통 컬러 TV는 1%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국내 가전업체 수출, 전년동기대비 23.8% 증가최근 주목받고 있는 PDP(Plasma Display Panel)는 큰 화면을 손쉽게 만들수 있어 브라운관이나 LCD 등의 기존 디스플레이가 지니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빠른 응답속도, 광시야각 등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어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소비전력이 높고 수율이 낮아 제조원가가 높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 두가지 문제만 해결되고 디지털 TV 등이 빨리 자리만 잡는다면 PDP 시장이 조기에 형성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내년에는 60만대 정도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2004년에는 3백만대를 훨씬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국내 가전업체들의 경우 9월까지의 수출 실적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3.8% 증가한 57억달러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가장 큰 폭의 수출신장률을 보인 제품은 에어컨이었고 금액 기준으로 최고의 수출품목은 TV였다. 내수 시장은 하반기 실물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경기가 워낙 좋아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20%대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의 경우 3분기까지의 생활가전 부문 총매출액은 3조1백88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매출의 12.5%에 해당하는 3천8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의 3분기까지 매출액은 2조1천6백25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매출의 8.7%인 1천8백83억원을 거뒀다.에어컨·김치냉장고 매출 급증 ‘효자노릇’올해 내수시장의 ‘효자 종목’은 에어컨과 냉장고다. LG전자는 3/4분기까지 에어컨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신장률이 79%였고 냉장고의 매출신장률은 49%였다. 판매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최고의 품목은 냉장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냉장고가 부동의 1위였던 TV와 최근 들어 급성장한 에어컨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김치냉장고와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의 판매신장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내년 내수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평균 원유도입단가가 17달러였으나 올해는 3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유가인상은 국내물가 인상으로 직결돼 결국 내구재에 대한 소비 위축 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연초 대비 주가의 폭락 또한 내구재에 대한 소비 위축 효과를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거시경제지표를 보더라도 내년도 GNP 성장률이 6%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내년도 가전 내수시장은 성장은 하되 올해에 비해 10% 이상 그 성장률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채산성 또한 생산원가 상승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 등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기 하강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고는 있으나, 가전제품의 특성상 그 대체수요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취향 역시 점점 대형화, 고급화되어가는 것을 감안할 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4년까지 7% 대의 세계시장 성장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성장의 원동력은 디지털 제품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가전업체들 또한 디지털 제품 판매신장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감안할 때 10%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마지막으로 최근 내수시장에서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일본가전제품이 한국 가전시장에서 얼마나 그 영역을 확대해 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추세를 보면 오디오와 캠코더 시장에서만 강세를 보이고 나머지 시장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디오가 작년 상반기 30%에서 올 상반기에는 50%까지 시장점유율을 확대한 것으로 판단되나 TV, VCR, 냉장고 등의 시장에서는 한자리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전기밥솥 또한 국내의 중소업체가 시장점유율을 독식하고 있는 추세다.이같은 일본 전자 제품의 약세는 아날로그 전자 기술력에서 두 국가간의 차이가 거의 없어진데다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부 품목은 한국의 기술력이 오히려 일본을 앞서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가격 대비 성능을 놓고 보았을 때 한국제품이 훨씬 더 매력적이라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