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거래나 상품수입으로 인한 국내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구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외국상품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덤핑)으로 수입되면 국내 관련산업은 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당한 가격으로 수입돼 국산품과 경쟁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불법적인 방법이나 가격으로 국내시장을 교란시키는 것은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덤핑이든 아니든 값싸게 수입되면 소비자들에게 좋은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경제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외국상품이 헐값에 들어오면 동종상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들은 도산하게 마련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외국기업들은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나서 값을 올리게 되면 우리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을 선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 상품을 사 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국내기업만 골탕 먹이고 값비싼 외국상품을 사 쓰는 꼴이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외국상품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 산업피해구제제도다.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대외무역법과 관세법에서 그같은 구제제도를 만들어 시행해 왔지만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이번에 ‘불공정 무역행위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 그같은 제도를 체계화시켰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독립적인 법체계를 갖추는 셈이다.새로 제정된 산업피해구제법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덤핑 등 불공정거래행위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 침해물품 등의 수출입·국내판매·제조행위, 원산지표시 위반행위, 수출입 질서 저해행위로 구체화시켰다. 특히 이들 상품에 대해서는 통관배제 명령·유통중지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도록 강력한 구제수단을 확보했다. 피해구제절차는 신속히 이뤄지는게 무엇보다 긴요하기 때문에 조사신청후 30일 이내에 조사를 개시하고 판정의 목표시한을 정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절차의 신속한 진행과 투명성을 갖추도록 보완했다.또 중국산 마늘의 예에서 처럼 통상마찰 가능성이 큰 세이프제도의 보다 신중한 운용을 위해 조사개시 결정 및 구제조치 확정·시행단계에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의무화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협정과 부합할 수 있도록 조사와 판정 및 구제조치를 국제기준에 맞춰 이뤄지도록 정비했다. 이밖에 산업경쟁력 영향조사를 제도화해 산업피해발생에 대한 사후적 대응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전적 대응이 가능토록 했고, 무역위원회의 기능강화 등을 통해 국내산업 보호조치를 실효성있게 집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산업자원부는 이 법안의 제정배경에 대해 WTO협정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산업피해구제제도를 확립·운용하고, 불공정무역행위 등에 관한 조사절차를 명료화하여 산업피해구제제도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개방경제체제하에서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업피해구제는 제도의 완벽성 보다 신속한 조치와 예방이 무엇보다 긴요하기 때문에 얼마나 실효성있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또한 국내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제통상문제라는 점에서 전략의 수립, 전문가 육성 등이 시급한 과제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