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리더십 약화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결과가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런 현상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98년9월말, 미 연준리(FRB)의 세차례 금리인하를 계기로 회복세를 탔던 세계경기가 최근에는 정점을 지나 하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한때 4.5%에 달했던 세계경제 성장세가 3.8∼4.0% 정도로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하고 있다.최근처럼 세계경기가 정점을 지날 때에는 각종 가격변수를 비롯한 경제통계가 더 이상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 못된다. 이에 따라 경제통계와 경제실상이 따로 노는 이른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의 괴리가 세계경제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역시 가장 큰 원인은 세계 각국간·산업간·계층간 양극화 현상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세계경기처럼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 주가상승→자산소득 증대→민간소비 증가→경제성장)와 정보기술(IT) 산업이 주도된 때에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과거보다 심하게 나타난다.세계시장 리더십 부재, 경제 몸살문제는 경제통계가 경제실상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곧바로 경제력 누수현상(Lame Duck)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리더십 약화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결과가 확정되지 않음에 따라 이런 현상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일본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도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그 결과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경제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제통계를 근거로 한 정책추진으로 정책과 정책수용층인 국민들이 겉도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본처럼 집권당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되는 대목이다.그렇다면 이럴 때 국제금융시장은 어떤가. 한마디로 국제금융시장의 질(質)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다시 말해 위험선호자(Risk Taker)들은 세계경기 둔화와 함께 떨어진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선호한다. 최근 들어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고, 벌처펀드·정크본드·밸류펀드와 같은 금융자산과 러시아 중남미 국채가 다시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특히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점은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읽는데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이후 한동안 위축됐던 헤지펀드가 최근 들어서는 당시에 비해 2배 이상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헤지펀드수는 3천여개 정도, 투자원금만 하더라도 3천억달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최근 들어 동남아 통화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정치권의 뇌물사건과 구조조정이 지연됨에 따라 투기적 요인이 가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태국 바트화와 필리핀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각각 44.2바트, 49.8페소로 연초대비 19.3%, 24.5%상승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9천4백60루피아로 연초대비 31.1%나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제2의 동남아 통화위기를 우려하는 시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반면 위험기피자(Risk Avertor)들은 종전보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단적인 예로 최근 들어 전세계적으로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국채시장으로 몰리면서 회사채와 국채간의 수익률간의 괴리가 심해지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다.국내 투자자금 국고채 시장 유입 심화동시에 국제외환시장에서는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로서 달러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엔화 환율이 6개월만에 최고수준인 1백10엔대로 상승하는 등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이런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요인까지 겹침에 따라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경제력 누수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이기주의 행동 정도로 봐서 우리나라가 세계 국가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국내 금융시장도 일부 있는 계층의 경우 달러화를 보유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하다. 투자자금도 국고채 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회사채 시장은 신용경색을 느낄 정도로 마비된 상태다. 반면 국고채 시장은 자금이 넘쳐 회사채와 국고채 수익률간의 격차가 1.1% 포인트를 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왜곡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물론 이럴 때 세계 각국간의 명암은 위기대처능력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특히 우리와 같은 개도국들의 운명은 대외환경변화에 대한 완충능력 확보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만약 이 능력이 확보되지 않았을 경우 세계경기가 둔화될 무렵에 경제주권과 안정성을 확보하기란 매우 힘들다.따라서 급변하는 대외환경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정책당국은 도덕적 해이로, 기업과 금융기관은 구조조정의 무거운 짐으로, 국민들은 실업으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책당국자의 말처럼 우리 경제의 앞날을 마냥 밝게 볼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동시에 최근 들어 원화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동남아 통화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통상적으로 인접국의 통화불안이 전염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구조를 얼마나 유연하게 가져가느냐에 달려 있다.다행인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9백36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동남아 통화불안이 전염될 단계는 아니다. 문제는 현재 추진중인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를 동남아와 동일시하는 시각이 강해진다는 점이다.이 경우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되면서 외환보유고가 감소되고 동남아 통화불안의 전염 가능성도 높아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동남아 통화불안이 전염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충하고 구조조정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마무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와 동남아와는 다르다는 차별적인 인상을 심어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이런 능력이 전제가 돼야 현재 정책당국의 시각대로 우리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볼 수 있다. 막연한 상태에서 우리 경제가 괜찮아질 것이라는 정책당국의 말과 기대감은 최근처럼 경제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정책이나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97년 외환위기 과정에서 이런 경험과 대가를 혹독히 치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