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이번 환율급등은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단기간에 안정될 가능성도 적은 상태다. 특히 내년 1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안정돼야 할 환율이 불안함에 따라 제2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이번 환율급등은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동남아 통화불안이 지속됨에 따라 이를 방지하기 위한 헤지용 달러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 들어서는 일부 투기세력도 가세하고 있다.대내적으로는 외환시장이 엷어진 상황에서 정유회사를 비롯해 연말 환율하락을 겨냥해 미뤄왔던 결제수요가 만만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책당국의 미숙한 외환정책 운용으로 1천1백30원선에서 오랫동안 묶어둔 것도 환율이 단기간내에 급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외국인주식 투자자금 움직임이 관건앞으로 원화 환율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움직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년 들어 원화 환율변동분의 약 85%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이탈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일단 원화 환율이 1천1백40원이 넘으면 외국인 자금들은 환차손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주가하락에 따라 주가시세차익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도 안전통화(Safe-haven Currency)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문제는 현시점에서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이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일단 원화 환율이 1천2백원대로 폭등한 것은 분명히 정책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다. 이번에 환율이 이상 급등할 무렵에 정책당국은 10월까지 경상수지흑자가 77억달러에 달하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순유입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들어 외환수급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심리적 불안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그동안 외환수급이 안정됐다 하더라도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외환수급은 언제든지 흐트러지는 것이 외환시장의 특징이다.따라서 정책당국이 외환시장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했던 것이 최근에 환율이 이상 급등하는 주요인이다. 단기간에 환율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초기에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책당국의 임무다.현재 원화 환율의 적정수준(실질실효환율 기준)은 1천1백50∼1천1백60원 정도로 추정된다. 금년 들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의 거래환율이 대부분 1천1백40원 이하 수준이다. 외환거래 비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환율이 1천1백 70원 이상으로 상승하면 국내에 머무를 유인이 없어진다.더욱이 내년 1월 ‘제2단계 외환거래 자유화 계획’을 앞두고 최악의 경우 외국인 자금이탈과 내국인의 자금유출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우려되는 시점이다.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시점은 정책당국의 시장개입이 필요하다. 유념해야 할 것은 97년9월 이후 외환위기 당시에 경험한 바와 같이 최근처럼 정책당국의 어설픈 시장개입은 환율안정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외환보유액만 소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따라서 정책당국은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성과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면 강력히 시장에 개입해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줘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시장참여자들의 자율에 의해 환율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