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없는 구조조정모델 제시, 노사화합·매출증가 … 올해 연말 ‘부채 0’ 달성

“기적을 창조한 사람.”회생불능의 판정을 받은 기업을 불과 2년여만에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바꾼 서두칠 한국전기초자 사장(62)을 모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소야회장은 이렇게 부른다.서사장은 대학졸업(경상대 농학과)후 농협의 금융인으로 시작했지만 개인사업에도 도전해봤고 실패도 했다. 좌절을 딛고 대우중공업에 경력직원으로 입사한 이후부터 ‘기업문제해결사’로서 그의 능력은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대표적 부실기업이었던 대우중공업의 전국사업장을 돌면서 관리기반을 만들어냈다. 85년 대우전자 구미 인천공장장을 거치면서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던 회사를 정상화시켰다. 93년에는 대우전자부품을 맡아 대우그룹안에서 가장 건실하고 주가가 높은 회사로 변화시켰다.97년 대우전자가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하면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이 회사를 살려내라는 임무를 김우중 당시 그룹회장이 그에게 내렸다.한국전기초자는 그당시 매출액 2천3백억원에 부채 3천4백억원, 자본잠식에 부채비율이 1천%를 넘었고 97년 한해에만 6백억원 적자를 기록한 부실기업이었다. 77일간의 장기파업으로 노사관계는 완전히 붕괴됐고 어음만기가 돌아오면서 부도직전의 상태였다. 외국의 기업진단회사가 생산기술과 종업원 자질, 관리능력이 부족하고 사업확장이 무리했다며 회생불능판정을 내린 상태였다.회사 살리기 ‘열린 경영’으로 해결그는 발령 당일 단신으로 구미에 내려가 회사현황을 파악하고 직원들과 고락을 같이 하며 회사 살리기에 나섰다. 직원들에게 확실한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과 근로시간을 양보해줄 것을 요청하고 멈춰선 용융로에 다시 불을 지폈다.부임 첫달 동안에만 17차례의 직원대상 경영현안 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재고의 불량수준과 경쟁사 동향 등 회사기밀까지 모두 공개했다. 장부상재고로 남아 경영실상을 왜곡시켜온 악성불량품들은 공개적으로 모두 부숴 버렸다.그는 새로운 경영비전으로 종업원들에게 ‘혁신98’ ’도약99’ ‘성공2000’의 비전을 제시했다. 새벽 6시에 나와서 저녁 늦게 퇴근하며 일선에서 지휘를 했다. 간부들도 서사장이 부임한 이후 공휴일과 명절은 물론 휴가조차 없이 3백65일 모두 나와서 근무를 했다.서사장은 모든 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새로 검토했다. 기술연구소를 설치,외국에서 값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오던 제조기술은 부설연구소의 자체기술로 대체됐다.근무시간은 종전 1시간 근무 후 30분 휴식에서 2시간 근무후 10분 휴식으로 바꿨지만 자동화로 작업강도는 낮췄다. 작업현장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현장 화장실은 호텔수준으로 변경했다. 식사의 질도 높였다. 당연히 노사관계는 급속히 회복됐다. 98년부터 3년 연속 단1회 교섭으로 하루만에 임단협을 타결하는 전통도 세웠다.연구소는 컴퓨터용 CDT제품과 대형 TV용 CPT, 빛의 반사를 없앤 플래트론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했고 제품품질도 크게 향상됐다.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98년에는 매출액이 전년의 두배인 4천8백억원으로 늘고 당기순이익도 3백억원을 기록, 직원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이듬해인 99년에는 5천7백억원 매출에 순이익이 7백45억원으로 경쟁사를 따라 잡았다. 올해는 매출액 7천2백억원에 순이익 1천7백억원을 기록하고 연말이면 ‘부채 0’의 완전 무차입 경영이 가능해진다.올 연말 기준으로 한국전기초자의 영업이익률은 35%로 국내 최고의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능가하게 된다. 11월말 현재 주가는 지난해 연말(4만8천원)보다 무려 50% 이상 상승, KOSPI대비 1백% 초과상승 했다. 이같은 경영실적은 모기업인 아사히글라스의 그룹전체 순이익 목표의 절반을 훨씬 넘는 것으로 모기업의 주가까지 일본 증시에서 동반상승하고 있다.투명경영, 가족·협력업체들까지 적용서사장식 경영의 가장 큰 성공 비결은 ‘열린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도 매분기마다 전사원을 대상으로 정기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간부들은 주와 월단위로 경영 전반의 실적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정보공개가 너무 상세하다보니 일부 직원들이 이를 활용해 주식 투자를 하는 바람에 내부자거래혐의로 수사받기도 했다. 그래도 서사장은 경영정보공개를 계속 할 계획이다. 투명경영을 해야 직원들이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의식과 비전도 공유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다.그의 투명경영은 직원은 물론 그 가족과 협력업체들까지 적용된다. 연 2회 사원가족 초청 경영현황설명회를 개최해 구내 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직원이 일하는 현장을 순회 견학을 시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협력회사에 대해서는 생산계획과 재고수준 등을 온라인으로 제공, 계획 수립에 반영토록 하고 있으며 올해 중순부터 어음결제를 폐지하고 현금으로 지급하고 인터넷으로 이를 통보해주고 있다.서사장은 기업구조조정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서사장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강제로 줄이는 감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임직원과 그 가족까지 만나 의식을 변화시키면서 회사살려내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유도했다.“지난 3년간 우리가 회사에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다른 회사의 10년과 맞먹을정도로 치열했다. 종업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는 서사장의 말은 전혀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한국전기초자는 내년부터는 고부가가치의 TFT-LCD용 유리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세계최고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올들어 외국인투자자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외국인지분이 한 때 86%에 달하자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까지 등장했다.★ 인터뷰고부가제품 개발·거래선다변화 ‘도약’▶ 내년 이후 회사 경영 환경은.무차입경영이 됨에 따라 연중 1백50억원 이상의 수입이자가 들어오고 감가상각과 리스료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서 금융부분에서만 3백억원 정도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브라운관 유리가 사양산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유리사업은 특수 기술이기 때문에 아무나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LCD 등 신제품 확산에도 불구하고 브라운관 유리의 용도는 새로운 분야에서 창조될 수 있다.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앞으로 고부가제품 위주의 생산구조로 나갈 계획이다. 저가품들은 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 맡길 것이다. 불황에 대비해 거래선도 국내외 업체로 다변화하고 있다.▶ 무휴근무체제에 대해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텐데.지난 3년간 3백65일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준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회사 경영이 크게 호전된 만큼 내년부터는 간부들도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하고 자율성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 지분이 86%에 달해 상장폐지 우려도 있는데.현재 외국인지분 가운데 단기유통이 안되는 고정지분은 아사히글라스 50%와 NEG(일본전기초자)의 13%로 6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통지분으로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