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속 주가 오히려 올라 … 경쟁상대는 외국기업, 제품개발·브랜드 관리 매진

태평양은 1960년 이후부터 한 번도 업계 2위로 밀려난 적이 없는 대표적 화장품 회사지만, 항상 만족스러운 1위였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는 다시 화려한 전성기를 맞고 있다.96년 바닥을 친 태평양의 실적은 이후 상승세로 반전, 올해 외형과 내실 두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 15.6%, 영업이익 1천2백억원, 매출은 8천3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3/4분기에는 현금보유액만도 5백38억원에 달해 무차입 상태에 들어섰다.이같은 경영 성과는 95년을 전후로 시작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효과가 가시화된데 따른 것이다. 이 구조조정을 창업 2세인 서경배(37) 사장이 주도했다. 우선 증권, 보험, 패션 등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했다. 인사제도도 개혁, 연봉제 등 성과주의를 채택했다. 93년 7천여명이던 인원이 현재 3백30여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실시했다.태평양은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주력사업이다. 기초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50.7%(2000년6월기준), 색조화장품 27.3%, 생활용품 및 녹차가 22%를 차지하고 있다. 롱셀러 라네즈, 고급 화장품 헤라, 설록차 등 생산품들이 고른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것이 큰 강점이다.서사장은 국내 업체보다는 해외 유명 화장품 업체들을 경쟁상대로 생각하고 그들의 전략을 연구한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 외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속속 파고드는데 대해서도 “다들 외국 화장품이 들어오면 국산 화장품 매출이 크게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오히려 매출도, 영업이익도 더 늘었다”면서 “외국사들과 경쟁을 하다 보니 마케팅, 제품개발, 브랜드 관리 능력이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외국사들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외국제품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비결에 대해 “유전자 속에 개성상인의 유전자가 내재돼 있어 경쟁력있는 것 같다”고 웃어 넘겼다. 가장 존경하는 경영자라는 부친 서성환 회장이 개성 출신이다.최근 태평양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99년말대비 종합주가지수가 50% 이상 떨어지는 동안 태평양은 2만원에서 3만5천원대로 오히려 올랐다. 외국인 지분율이 20% 선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 많은 기업이 호전된 실적을 갖고도 시장에서 냉담한 반응을 받은 것과 비교해 그가 CEO로서 주목받은 이유이기도 하다.그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스타일의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꼼꼼한 성격에 책을 열심히 읽는다. 항상 신간안내 기사를 읽고 책을 사서 본 뒤, 내용이 좋으면 여러 권 구입해 임원들에게 나눠주기를 즐긴다. 수백권씩 구입해 직원들에게 읽으라고 ‘종용’할 때도 있다.현금 사정이 넉넉한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등 전공과 별 관계 없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반해, 서사장은 ‘미와 건강’이라는 회사의 모토와 관계 없는 영역에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꿈이 작은 것은 아니다. 그는 노키아처럼 ‘작은 나라’에서 나온 ‘큰 기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