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수단 인식, 유명무실상품부터 알짜상품까지 뒤죽박죽 …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회원 유치를 하고 싶은 인터넷 사이트, 상품 판촉을 하고 싶은 쇼핑몰, 카드사, 은행 등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강한 업종에서 회원 혜택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무료 보험서비스를 많이 채택하고 있다.직장인 김지운(35세·가명)씨는 지난달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샀다. 얼마 후 이 쇼핑몰에서 우편물이 날아들었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서에 흔히 딸려오는 것과 비슷한 판촉용 홍보물들이 가득해 그냥 버리려는데, ‘보험가입 증명서’라는 종이가 눈에 띄었다. 대충 읽어보니 “고객님께서는 차량탑승중 교통장해 상해시 위의 보장된 보험금을 받으시는 무배당 차량탑승 상해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확인하며, 이 보험은 쇼핑몰에서 회원님께 무료로 제공하여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고객 동의없이 ‘무료 보험 가입됐다’ 전화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뒤 다시 전화가 왔다. 텔레마케터가 무료 보험에 가입되었다고 알려주며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아무리 공짜라지만 김씨는 갑자기 전화가 온 것이 불쾌했다.그런데 전화가 한번 더 와서는 다른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유했다. 주소,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회원으로 등록할 때 기입했는데 ‘제휴’했다는 보험사에서 전화가 와 멋대로 마케팅을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영 개운하지 않았다.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화가 온 적은 없으나 카드사와 다른 홈쇼핑 업체에서도 비슷한 보험에 가입해준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그는 “나도 모르는 새에 이런 저런 보험에 들어 있다고 하니, 차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돈을 벌게 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했다.공짜보험이 넘친다. ‘기름을 세번 넣으면 보험에 가입해 준다’는 정유사의 이벤트, ‘인터넷 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면 무료로 보험에 들어준다’는 인터넷 업체들의 이벤트, ‘카드 회원이 되면 레저보험에 가입된다’는 카드회사의 이벤트,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면 보험에 가입해준다’는 이벤트까지 수많은 무료보험들이 선보이고 있다. ‘나도 공짜가 좋아’라는 이동통신사의 할인카드나, ‘쓰면 쓸수록 돈이 된다’는 정유사의 포인트 적립 마케팅의 연장선이다.이렇게 제공되는 무료 보험에는 교통 상해 보험이 가장 많다. 그밖에도 삼성몰에서 스키 세트를 구입하면 제공하는 레저보험, 다이너스카드의 골드멤버십 카드 회원으로 등록하면 제공하는 해외 여행 보험, SBSi의 회원이 되면 따라오는 바이러스 피해 대비용 네티즌 보험 등도 현재 제공되고 있는 무료 보험들이다.소비자에게는 ‘공짜’인 이같은 보험의 보험료는 회원 유치를 하고 싶은 인터넷 사이트, 상품 판촉을 하고 싶은 쇼핑몰 등 이벤트 주최자가 부담하게 된다.인터넷 사이트의 경우를 예로 들면 무료 보험 가입 이벤트 기간을 정해놓고 회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의 수에 따라 매달 보험사측에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1인당 보험료는 1천원선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면 보험은 덤’식의 마케팅이 본격화된 보험료 1천∼1만원대의 저가보험이 쏟아져 나온 지난해부터다. 카드사, 은행 등 고객 데이터베이스에 강한 업종에서 회원 혜택을 주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채택하기 시작했다.처음 이 마케팅을 펼쳤을 때에는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로 선전도 많이 됐다. 서비스 기획 담당자들은 “고객에게 서비스 할 수 있는 아이템 찾기가 쉽지 않다. 가장 흔한 것이 경품인데, 이는 특정 소수만 혜택을 본다. 그러나 보험의 경우 저렴한 비용으로 모든 회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 각광받았다”라고 말한다.그러나 지금은 일반적, 혹은 이를 넘어 거의 남발 수준에 이르다 보니 전체적으로 대 고객 서비스로서의 의의가 퇴색되고 있다. 고객도 공짜 보험에 가입해준다고 구매 욕구를 자극받지 않는다.그도 그럴 것이 보장 내용이 극히 제한돼 있어 가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짜보험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휴일 교통 상해보험으로, 휴일에 교통재해로 사망하거나 1급 장해를 입었을 경우 1천만원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상품이다.최소한의 보험금이라도 탈 수 있는 것은 5급의 장해를 입었을 때이다. 보험사측은 “극히 저렴한 가격으로 1년간 위험을 보장하는 저가 보험이다 보니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다.무료 보험 보험료 이벤트 주최자가 부담1인당 보험료 1천원대가 가장 많다. 1만명이 가입한다고 해도 서비스 제공사가 보험사 측에 내야 하는 보험료는 모두 1천만원정도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인 것이다. 즉 큰 실효도 거둘 수 없는 보험이 과대포장되는 인상이 짙다.이보다 더욱 소비자의 불만을 자극하는 것은 동의없는 정보 교환이다. 모든 공짜보험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인터넷 뱅킹 이용고객에게 무료 보험 가입행사를 하고 있는 외환은행은 이같은 부작용을 우려, 보험에 자동 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무료 보험 가입을 원하면 직접 인적사항을 적어 넣으라’는 안내 문구를 덧붙여놓고 고객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도록 했다.고객 데이터 베이스가 아쉬울 것 없는 대형 보험사도 단체 보험을 판매한다는 것 이상의 관심은 없어 보인다.그러나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확보해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이같은 상품을 내놓는 소규모 보험사는 사정이 다르다.AIG와 함께 무료보험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업체 한솔 CSclub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개인 정보 누출에 대해 매우 민감함을 잘 알고 있다”면서 “텔레마케팅을 통한 판촉 활동을 단 한차례로 못박는 등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고 말해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반박했다.보험사측도 “보험 가입 확인 전화를 해 의사를 물어보고 원치 않는다면 이를 취소시킨다”고 말한다.그러나 소비자의 자발적 기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고객 동의없이 자동으로 무료 보험에 가입시켜줄 경우, 가입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적사항들이 보험사로 갈 수밖에 없다.무료 여행보험 실질적 도움…고객반응 좋아공짜 보험이 모두 겉만 요란한 상품인 것은 아니다. 원래 판매하려는 상품의 특성과 잘 맞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보험을 제공할 경우에는 고객의 반응도 좋다.다이너스 카드는 카드로 항공권을 구입하면 여행보험에 무료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행보험도 대표적인 저가 보험상품중 하나인데, 여행을 갈 때마다 매번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 것이다. 여행과 레저에 관심이 많은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호텔이나 숙박 할인 혜택을 주는 카드와 무료 여행자보험은 궁합이 잘 맞는 한쌍이다.실제로 올해 11월까지 이 카드의 무료 여행자 보험에 가입, 보험료를 타간 금액이 모두 17억원이다. 97년 대한항공 괌 사고의 경우는 9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삼성화재의 경우 아예 개인에게는 판매하지 않고 판촉용으로 보험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만 판매하는 ‘네티즌 안심보험’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판촉행사가 필요한 전자상거래 업체나 금융기관, 포털 사이트 업체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