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인터넷 벤처를 이끄는 영 CEO(최고경영자) 중에는 기인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의 가능성에 도전한다는 일념으로 앞날이 보장된 엘리트 코스를 뿌리치고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 10대, 20대 사장들을 도쿄의 비트 밸리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온 더 에지(On The Edge, www.edge.co.jp)의 호리에 다카후미(27) 사장은 명문대학 진학에 목을 맨 수험생이나 학부모들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괴짜중의 괴짜다. 그는 일본 최고의 수재들만이 모이는 도쿄대학(문학부)을 다니다 스스로 걷어치웠기 때문이다. 91년 입학한 후 6년 동안 학생신분을 갖고 있었지만 뜻한 바가 있어 ‘온 더 에지’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시킨 97년 자퇴서를 냈다.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대학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만둔 데서 보듯 호리에 사장의 성격과 스타일은 의외성이 넘친다. 고향인 후쿠오카에서 가볍게 중학교에 진학한 그는 고교시절을 포함한 근 6년간을 공부와 담을 쌓고 지냈다. 동급생 2백명중 1백99등까지 밀려난 적도 있었다. 수업중에는 졸기가 일쑤고 학교가 끝난 후에는 마작에 정신을 쏟으며 시간을 보냈다.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고교 3년 시절. 이래선 안되겠다며 생활을 바꾸기로 결심한 그는 도쿄로 올라가 죽기살기로 6개월여를 수험 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도쿄대학에 거뜬히 합격하면서 선생들과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대학에 진학했다고 해서 호리에 사장의 괴짜적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가 학교에 열심히 나간 것은 입학 후 최초의 2주간 뿐이었다.“(강의시간 중에)남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계속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사설학원 강사와 경마에 매달리면서 수중에 돈이 생기면 날마다 술 마시러 다녔지요.”그가 이처럼 오랜 방황과 잠에서 깨어난 것은 93년. 소프트웨어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인터넷 세계에 눈을 뜨면서부터다. 아르바이트 회사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한 그는 인터넷 분야의 신기술을 빠른 속도로 습득하는데 성공했다. 95년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고 창업을 결심한 그는 학생신분이던 96년4월 친지들로부터 빌린 돈 6백만엔을 종자돈 삼아 오늘의 온 더 에지를 유한회사 형태로 설립했다.일감이 밀려 들면서 초고속으로 성장가도를 달린 온 더 에지는 97년 주식회사로 조직을 바꾸고 경영 틀도 체계적으로 갖췄다. 창업 4년 반이 조금 지난 이 회사는 자본금을 현재 20억8천7백50만엔까지 늘렸다. 지난 4월에는 도쿄증권거래소의 벤처기업 주식부(마더스)에 상장, 호리에 사장을 벤처갑부 대열에 올려 놓았다.‘인터넷 스페셜리스트 집단’을 자부하는 이 회사는 홈페이지 및 웹페이지 제작, 컴퓨터 네트워크에 관한 컨설팅, 관리에서 프로그램 개발,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전개중이다. 이벤트기획 및 운영과 컴퓨터 관련서적의 판매, 학원 경영 등의 업무에도 참여하고 있다.공부 스타일이 보여 주듯 호리에 사장은 일을 할 때도 업무에 혼신의 힘을 쏟는다. 일단 일에 매달리면 잠잘 때를 빼놓곤 하루 16시간 이상을 일과 씨름하며 다른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철저한 일벌레다. 식사도 10분을 넘기는 법이 거의 없다.일본정부의 정보화 혁명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현정권의 21세기 청사진이 멤버 구성부터 잘못됐다”는 암시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