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투자는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장기투자수단으로 인식해야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현재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펀드라는 간접상품에 대해 매우 큰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연초대비 마이너스 40% 이상 손실 난 주식펀드의 경우 운용성과에 대한 실망감이 전체펀드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의 평균적 수명은 10개월 정도로 단기화돼 있으며, 투자자들은 노후생활을 대비하는 장기투자수단이 아니라 일시적인 자금운용수단으로 펀드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주가가 급상승하는 고점기에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주식형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도 한다.하지만 지난 10여년간 3차례나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기지 못하고 하락하면서 뒤늦게 가입한 주식펀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간접 투자시장이 이렇게 열악한 것은 여러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원인이 있다. 만약 빠른 시일 내에 전면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펀드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첫째,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의 투자행태다. 사회 구성원들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체계적인 노후설계를 바탕으로 한 투자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열심히 주식시장과 펀드상품을 기웃거리며 주가와 금리를 예측하려고 하지만 단기적 예측으로 큰 손실을 입는다.‘감’에 의한 투자 팽배 … ‘쪽박’만 양산외국에서는 투자자금을 분할해 소액이라도 정기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적어도 5년 이상 장기간 유지한다. 궁극적인 투자목표를 노후생활 대비에 두고 인생의 단계(Life Cycle)별로 신중하게 투자를 집행한다. 따라서 감에 의해서 막연하게 간접상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전문적인 평가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고른다. 만약 본인이 투자계획과 펀드선택에 자신이 없으면 재무상담가(Financial Consultant)에게 의뢰하기도 한다.둘째, 증권사나 은행과 같은 펀드 판매기관들의 관행에 문제가 있다. 펀드판매자들은 1만여개에 달하는 수많은 펀드를 밀어내기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판매규모에 따라 보너스를 받고 있어 무조건 팔고 보자는 식의 관행이 만연해 있다. 투자자의 자금성격이나 재무계획에는 무관심하고 단지 그 때 그 때 시황에 맞는 신상품을 권유하는 낙후된 판매방법이다.사실 펀드판매자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펀드매니저보다 많은 비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좀더 수준 높은 개인자산관리(Personal Financial Management)와 같은 서비스로 투자자에게 접근해야 한다.외국의 경우 개인자산관리는 투자계획뿐만 아니라 연금설계, 부동산계획, 세금계획, 보험계획, 상속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펀드판매기관들도 조속한 시일내에 현재의 판매 관행을 버리고 투자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장기적으로 간접상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현재 간접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펀드들은 단기간 고수익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주식 펀드라도 투자자금의 대부분을 6개월 내지 1년이면 되찾아 버리기 때문에 소신있게 저평가된 종목에 장기투자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를 통한 분산투자로 그 일부분을 펀드에 가입하는 등의 계획 없이 막연하게 좋을 듯싶은 펀드에 집중투자한다.결과적으로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이 오를 것 같으면 주식투자비중을 늘리고, 내릴 것 같으면 주식을 단기간에 팔아 치우든지 아니면 주가지수선물로 헤징을 해야 한다. 주식 펀드가 주가지수만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외국 투자자의 경우 이를 납득한다. 최근 미국에서 마젤란펀드를 제치고 최대규모가 된 뱅가드500인덱스펀드의 경우 주가지수만큼 따라가는 펀드이다. S&P500지수만큼 오르고 그만큼 내리는 인덱스펀드라 마이너스수익률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인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납득하지 못한다. 펀드매니저가 극심한 비난에 시달려야 한다.사실 이런 상황에서는 펀드매니저의 실적이 안정적으로 나오기 어렵다. 운이 좋으면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지만 운이 나쁘면 바로 해고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작년에 화려한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던 뮤추얼펀드의 경우 한 때 1백% 이상의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찬사를 한껏 받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단기적인 시장움직임을 예측해 움직이는 위험스러운 투자전략이 존재했고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무려 40%대의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결과적으로 한국의 펀드시장은 구조적으로 어떤 펀드매니저라도 투자자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오히려 수익률이 좋은 펀드매니저로 지명되면 그 이후의 몰락을 걱정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직장을 자주 옮기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운용기관 전문성·투자자 교육 강화해야이러한 상태로는 간접 투자시장의 앞날이 점점 불투명해질 것이다. 열악한 투자환경을 강변하며 관행을 고치지 않고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근본적이고 전반적 변화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첫째, 가장 먼저 펀드의 약관을 바꿔야 한다. 운용에 사용될 벤치마크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자는 미리 투자하기 앞서 그 펀드가 어떤 곳에 투자할 것인지 알 수 있다. 펀드매니저도 자신이 활동해야 하는 최소한의 제약조건을 확실하게 규정해야 한다. 무조건 고수익을 지향하기 위해 제약조건이 없는, 그래서 자의적이고 포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상품은 축소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인덱스전략은 이런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상품구조가 될 것이다.둘째, 펀드의 규모를 대형화하고 장기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단기적이고 소형화된 펀드로는 자산운용기관의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각 투신사마다 수백개, 수천개씩 있는 펀드의 숫자를 수십개 이내로 줄여야 한다.각 상품유형별로 펀드가 1∼2개씩 있으면 충분하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수많은 펀드를 남발하는 것은 투자자의 선택을 어렵게 만들며 펀드매니저도 그렇게 많은 펀드를 공정하게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셋째, 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전에 투자계획을 신중하게 수립해야 한다. 더불어 투자자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파이낸셜 플래너(Financial Planner)와 같은 자산관리업무가 발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마지막으로 무엇보다 펀드운용에 관한 공시와 감독을 강화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펀드란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믿고 자산을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부실한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