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안 심리, 당분간 하락세” 의견 우세 … 재건축 지역 프림미엄 하락, 찬스 노릴만

전국 주택시장이 급랭 가도를 달리고 있다. 11월초 주택건설업체의 무더기 퇴출과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가 가져온 가격 하락세가 겨울 비수기와 맞물리면서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문제는 ‘침체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주택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에 대한 의견과 분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침체 추이를 보고 98년 가격 폭락기의 재현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시적인 비수기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침체국면이 계속되다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각급 연구기관과 부동산업체, 부동산전문가들이 내놓은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을 정리해 보았다.“1/4분기에 바닥 친다”<부동산뱅크 designtimesp=20466>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2월7일 현재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두 달 전에 비해 평당 4만원 떨어졌다. 가을 이사철까지 강세를 유지하던 전세가는 매매가보다 더 떨어져 평당 5만원 이상 하락한 상태. 그래프 상으로도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 매매가의 경우 IMF이후 나타났던 평당 5백만원대로 향하고 있다. 이 회사 김우희 편집장은 “경기 전반의 침체로 인해 부동산시장은 당분간 보합세 또는 약세가 계속될 것이며 특히 내년 1/4분기에 바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도 “내년 1/4분기 중 바닥을 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하지만 봄 이후부터는 중소형 아파트를 필두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특히 “국토연구원이 분석한 바와 같이 준농림지 개발제한 및 규제강화 영향으로 2003년까지 수도권 주택공급량이 연간 4만8천2백가구 정도씩 줄어들 것이어서, 2~3년후 서울·수도권 집값이 다시 폭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 하락폭이 적고 상승세도 가장 먼저 탈 것이라는 의견이다.LMS컨설팅 이문숙 대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내년 부동산시장을 낙관적으로 예상했다. 서울·수도권은 택지부족, 재건축 붐, 전셋값 상승 등으로 경기 불안 속에서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밝게 내다 봤다. “내년 1/4분기쯤 급매물이 늘어나고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이나 수익성과 환금성을 따지는 신중한 부동산투자자의 움직임 등으로 IMF이후와 같은 급락장세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반면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원은 “내년 시장은 올해보다 침체될 것이며,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받는 업종들은 경영악화 또는 퇴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층 비관적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판단은 소비위축, 물가상승 압력,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해 부동산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또 “내년 7월 시행예정인 리츠제도가 시장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시장상황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주택건설업계 “회복 멀다”부동산전문가들이 ‘내년 1/4분기 바닥 후 회복’에 힘을 싣는 것과 달리 직접 사업을 벌이는 당사자인 주택건설업체들은 경기 회복 자체에 비관적인 시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택건설업체들은 내년 중 주택경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나타났다.1백61개 주택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2001년 상반기 주택시장 경기 전망’ 설문조사 분석 결과,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 주택경기를 ‘현재보다 악화’(59.6%)되거나 ‘현재와 비슷할 것’(35.4%)으로 전망했다. 즉 95%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단 5%만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주택건설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12개월 이후’(51.9%)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24개월 이후’(33.3%)였다. 반면 ‘6개월 이내’라는 응답은 5.8%로 극히 적었다. 따라서 주택건설업체들은 적어도 2002년 이후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는 셈이다.한편 부동산 경기 하락기가 오히려 ‘투자 적기’라는데 공감하는 수요자도 상당수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연말과 내년 초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연말연시가 ‘찬스’라는 의견이다. 부동산114가 최근 네티즌 약 2천4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택 구입 및 투자 시기’로 ‘내년 1/4분기’(43%)를 꼽았고 ‘올 연말’(27%)이라는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이를 감안하면 1월 이후 방학 이사철의 수급동향이 이후 부동산경기를 좌우할 전망이다.‘위기가 기회’ 실수요 찬스때문에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은 요즘같은 가격 하락기를 이용, ‘안전한’ 부동산 상품에 투자할 만하다고 권한다. 단 하락기의 ‘실수’는 경기 회복후에도 십중팔구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다.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요즘이 “IMF의 교훈을 되돌아 볼 때”라고 강조한다. 주택구입 계획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위기가 곧 기회’라는 이야기. 98년 반토막 난 집값이 1년여만에 80%이상 회복된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특히 “입지여건이 좋은 중소형 아파트는 경기 하락이 심화돼도 임대를 통해 투자금의 3분의 2를 회수할 수 있어 안정적인 투자상품”이라고 밝혔다.<부동산뱅크 designtimesp=20497> 김우희 편집장은 한강 이남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투자 적정 상품’으로 꼽았다. 재건축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는 반면 잠실, 반포, 강동 등지의 프리미엄은 하락세이기 때문이다. 투자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되면 가격 회복 후 매도를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전략이다.단 중대형 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투자는 신중을 기하라는게 공통된 의견이다. 경기불안 심리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중산층 선호도가 줄어들고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물량이 과잉 공급되었기 때문. 또 섣부른 투매도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무리한 차입금으로 금리부담이 심하다면 별문제지만, 경기 불안 심리에 기인한 매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부동산 중개업소를 중심으로 의도적인 ‘호가 내리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성급한 매도 제스처는 이로울게 없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