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탈락, 그룹 위상 휘청 … 정보통신업계 ‘2강체제’ 개막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이 12월15일 IMT-2000 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IMT-2000 사업자로 비동기방식의 SK-IMT(SK컨소시엄)와 한국통신-IMT(한국통신 컨소시엄)가 선정되고 LG글로콤(LG컨소시엄)과 한국IMT-2000(하나로통신 컨소시엄)이 탈락됨에 따라 향후 정보통신업계의 대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정보통신업계의 지각변동은 곧바로 재계 전체의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우선 SK, 한국통신, LG 등으로 이뤄졌던 정보통신 3강 체제는 LG가 비동기 사업권을 따내지 못함에 따라 SK, 한국통신이 주도하는 2강 체제로 바뀌게 됐다.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한 SK와 한국통신은 앞으로 통신시장을 양분하면서 상승의 효과를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SK텔레콤은 사업권 획득에 힘입어 일본 NTT도코모와의 지분 매각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SK는 NTT도코모와 중국 차이나모바일 등 동북아 3국 제1위 사업자들과 로밍, 이를 기반으로 한 세계시장 진출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기존 2세대 시장과 3세대 시장을 동시에 석권한다는 꿈을 이루는 발판을 마련했다.또한 국내 최고의 기간통신사업자로 유선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통신도 무선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국내 통신시장 개방에 발맞춰 NTT, BT 등 세계 거대기업은 물론 SK텔레콤과 한판 승부를 겨룰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 두 업체 가운데 IMT-2000 시장을 누가 선점할 것이냐는 점에서는 SK보다는 한국통신이 한수 위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MT-2000이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이 결합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유선 기간망을 보유한 한국통신이 유선망이 없는 SK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LG 동기식 도전, 판도변화 변수2강 체제로 굳혀지고 있지만 LG의 향방에 따라 2강 1약의 3각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LG는 사업사선정에 실패한 뒤 아직 이렇다할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선택의 여지는 남아있다. 비동기방식을 포기하고 한국 IMT-2000과 다시 컨소시엄을 형성하거나 단독으로 동기식 사업자신청을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가 비동기 사업권 획득 실패로 불리한 측면이 많지만 2GHz대의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기식에 도전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LG의 경우 PCS 즉 LG텔레콤 출범 때부터 반도체를 현대에 넘기면서까지 통신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후에도 데이콤을 계열사로 편입시키고 하나로통신에 대한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등 통신사업에 대한 그룹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사업을 완전히 접는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LG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정부와 협의하겠다. 그렇다고 동기에 재신청하거나 IMT-2000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통신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SK가 IMT-2000 사업권을 따내면서 재계순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LG는 사업권 탈락으로 전자, 화학분야와 함께 그룹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통신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몰린 반면, SK는 에너지 정보통신을 양대축으로 하는 그룹의 장기발전계획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업계에서는 재계 매출순위 4위인 SK가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거머쥐면서 정보통신과 에너지 등을 결집해 대대적인 LG 추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삼성, LG, 현대, SK가 목표하고 있는 매출 추정치는 각각 1백10조원, 83조원, 79조원(자동차계열 제외), 55조원(SKT는 3조5천억원)이다. SK는 IMT-2000사업을 통해 2002년에 약 9백52억원(예상치), 2007년에 1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추세가 보다 빠르게 가시화될 경우 SK는 삼성에 이어 재계 2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SK, 재계 2위 등극 가능성 커져한편 통신 장비시장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기 비동기 장비를 모두 개발하는 장비 업체에는 사업자가 누가 되든 시장규모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동기식을 강력히 주장해온 삼성전자는 LG가 떨어지고 SK나 한국통신이 모두 비동기 사업자가 됨에 따라 장비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비동기 사업자에게 장비를 공급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또 비동기 장비 공급업체로 LG전자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금까지 비동기 장비에 관한 한 삼성보다 먼저 개발해왔기 때문에 비동기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SK 한국통신이 LG의 경쟁 사업자라는 점에서 장비 판매 영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현대전자와 에릭슨, 루슨트 등 외국업체에는 장비 납품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산업연구원 디지털경제실의 이덕희 연구원은 향후 정보통신 시장 구도에 대해 “LG의 향방이 문제이지만 국내 정보통신 시장은 SK와 한국통신이 주도하는 2강 체제로 굳혀질 것”이라며, “LG가 기존 자원활용과 국내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동기식 사업자로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 시장은 LG가 통신사업을 포기하든 동기사업으로 가든 SK와 한국통신이 시장을 주도하는 2강 체제로 굳혀질 것이란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IMT-2000 어떻게 추진되나1조3천억원 출연금 납부해야 사업 진도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성통화는 물론 영상 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통신서비스를 초고속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다.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의 속도가 최고 14.4Kbps에 불과하지만 IMT-2000은 차량이동 등 고속이동시에는1백44Kbps, 보행중에는 3백84Kbps, 정지시에는 2Mbps의 초고속 전송속도를 구현한다. 또 전세계 어떤 국가나 지역에 있는 사람과도 통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글로벌로밍’기능도 함께 갖고 있다. 따라서 가입자들은 IMT-2000 단말기의 액정화면을 통해 전세계 어느 곳에 있는 가입자와도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고, 장소에 관계없이 이동 중에도 인터넷에 무선으로 접속, 웹서핑, e-메일 송수신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잡기 위한 사업권 쟁탈전은 그만한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SK쪽에서는 2002년에 시장을 46.4% 점유해 9백52억원의 매출를 올리고 2007년에는 47.8%을 점유, 1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한국통신도 시장점유율을 사업초기에 최소 34%대에서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2007년에 최소 38%대로 올리는게 목표다. 예상 매출액은 2002년 1천2백20억원에서 2006년경에는 3조1천9백26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선정된 사업자들은 IMT-2000 법인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간다. 내년 3월까지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1조3천억원의 출연금을 조달하기 위한 자금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부 업체는 3년에 걸친 분할납부 방식을 선택하지만 사업자들은 워낙 거액인 출연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출연금 납부를 확인한 뒤 내년 4월 사업자별로 사업 허가서를 교부한다. 이후에는 통신망 구축과 장비도입 등 본격적인 IMT-2000 사업에 착수한다. 각 사업자는 초기 납입자본금 3천억∼5천억원을 몇차례의 증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투자자금을 마련, 통신장비 및 통신망 구축에 총 3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한다. 이 과정에서 해외 유수 통신사업자들과의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게 된다. 실제 상용화 시기는 2001년 말 또는 2002년 초 시범서비스를 거쳐 월드컵 개막을 앞둔 2002년 6월을 전후해 이뤄질 전망이다.IMT-2000 사업자 선정 탈락 뉴스를 보고 있는 LG직원들.★ 기로에 선 ‘LG’사업 포기냐? 우회냐? “속탄다, 속타”“어찌 하오리까?” LG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LG는 이번 IMT-2000 사업자 탈락을 계기로 ‘통신사업을 아예 접든가’, ‘기술방식을 비동기식에서 동기식으로 바꿔 재신청하든가’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LG가 통신사업을 포기할 경우 아예 그룹사업구조 자체를 새로 짜야 하는 대변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LG내에 강하게 불 수도 있다. LG의 IMT사업단인 LG글로콤은 LG전자, LG텔레콤, 데이콤 등이 주축이 돼 구성됐다. IMT-2000 사업자로 선정이 되면 이를 기반으로 LG는 정보통신 전문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IMT-2000사업의 포기는 전자를 제외한 다른 사업부문의 매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재계 관계자들은 IMT-2000 사업포기에 따른 반사이익도 LG에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IMT-2000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 자금을 재무구조 건실화에 사용한다면 그룹내용은 질적으로 더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LG의 통신사업 포기는 구본무회장의 위상약화와 그룹의 재계순위 추락이라는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져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는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 포기이후 겪은 후유증보다 더한 시련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그룹자체가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런 점에서 재계관계자들은 LG가 통신사업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가 통신사업을 유지키로 할 경우 내년 2월 동기식 사업자 재선정에 나서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비동기 기술의 우수성을 자랑해온 LG가 동기식으로 바꿔 재신청할 경우 비동기사업 경쟁자들의 집중공격을 받을 것이란 부분이다. 재계 일각에선 LG가 내년 동기사업자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자생력을 갖추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기도 한다. LG가 IMT-2000사업을 포기하고 이보다 발전된 차세대 통신사업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는 지적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측은 “비동기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LG가 기술능력 부족으로 판정돼 탈락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사업자 선정과정에 불만을 드러내 보인후 “그룹 통신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고 정부 당국과 협의해 추후 구체적인 통신사업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