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는 시기와 때가 있다고 성경은 말한다. 심을 때가 있고 거둘 때가 있다. 서둘러야 할 때가 있고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채워야 할 때가 있으며 비워야 할 때가 있다. 잡아야 할 때가 있고 버려야 할 때가 있다.한해를 마감하고 정리하는 이 순간은 바로 버릴 때다. 묶은 것, 낡은 것, 잘못된 것, 쓸모없는 것들을 과감히 버릴 때다. 그러나 버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버려야 할 것들을 붙들고 산다.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버려야 할 일에 허망하게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세상 이치는 매우 단순하고 확실해 버리지 않으면 새 것을 가지기 어렵다. 한해를 보내는 고빗길에서 우리가 서둘러 해야 할 일은 쓸모없는 것, 잘못된 것들을 찾아내 빨리 버리는 일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디지털시대엔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쓸모없는 고물로 전락한다. 부지런히 나자신과 주위를 둘러보고 쓸모없이 된 것들을 미련없이 버려야 한다.새로운 환경, 새로운 해에 맞는 새로운 삶을 엮어 나가기 위해선 우리 마음속의 여러가지 낡은 찌꺼기들을 말끔히 버려야 한다. 옛날 방식에 계속 매달리는 안이한 생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원망하고 불평하는 마음, 손쉽게 한목 잡으려는 허황된 생각, 나의 유익만 추구하는 이기심과 욕심, 공연히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마음, 모든 것을 빨리 얻으려는 조급함,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나약한 마음, 편하게만 살려는 게으른 마음 등 모두가 서둘러 버려야 할 것들이다.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버려야 할 것들도 많다. 오랫동안 체질화되고 고질화되어 쉽게 버리기 어려운 낡은 찌꺼기들이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도 서둘러 버려야 할 것들이 쌓여 있다. 구조조정이나 개혁도 따져보면 쓸모없는 것, 즉 잘못되거나 경쟁력이 없는 것들을 과감히 버리는 작업이다. 여러가지 환경변화로 경쟁력이 없어진 분야는 미련없이 버리고 경쟁력이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나서야 한다. 잠시만 머뭇거려도 치열한 경쟁의 낙오자가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지금 우리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따져보면 그동안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을 제대로 버리지 못한 까닭이다. 이미 버렸어야 할 것들, 문을 닫았어야 할 기업들을 버리지 않은 채 귀중한 자원만 낭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경제위기 극복과정에 부실기업을 비롯, 여러가지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쉽게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었다. 우리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위협하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제대로 버리지 못한 것이 오늘의 경제불안을 몰고 온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며 계속 뻗어가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쓸모 없는 것들을 잘 버리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한해 동안에도 수십종의 상품과 서비스를 버리고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또 낡은 조직과 인력도 과감히 정리하고 버린다. 심지어 업종자체도 수시로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꾼다.버리지 않고선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없는 것이 세상원리다. 많이 버리면 새로운 것으로 많이 채울 수 있다. 특히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맞서기 위해선 우리 어깨를 누르는 아날로그 시대의 낡은 짐을 미련없이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쓸모없는 것들을 잘 버리는 사람이 새시대를 앞서갈 수 있으며 지금 많이 버리는 사람이 새해에 많은 것을 새롭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