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겉으로 드러난 인천국제공항의 위용은 어마어마하다. 영종도와 용유도 2개 섬을 이어 그 사이에 있는 바다를 메워 공항부지로 만든 만큼 ‘상전벽해’라는 고사성어를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공항 전체를 차로 한바퀴 둘러보는 데만 몇십분이 족히 걸릴 정도다.목표도 원대하다. 동북아시아의 관문이자 허브공항, 환승 및 화물기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에서도 최고수준을 지향한다. 곳곳에 고객편의를 고려한 흔적들이 보인다. 2백70개의 체크인 카운터가 김포공항과 같은 ‘일(一)’자 형이 아니라 항공전문용어로 ‘아일랜드(섬)’ 방식인 것도 특이하다. 고객들의 동선을 대폭 줄여 보다 편리하게 체크인 수속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에서다. 화장실을 비롯한 내부 마감재도 한눈에 고급임을 눈치챌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지나치게 화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곳곳에 돈을 덕지덕지 발라 놨다는 것이다.어쨌든 규모나 시설면에서 인천국제공항은 이제 세계적 공항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인프라는 갖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실상 인천국제공항은 김포국제공항이 더 이상 늘어나는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도, 시설을 늘릴 수도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공항이 세계적 공항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춰야 하는데, 김포공항은 더 이상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인천국제공항은 ‘규모의 경제’는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부족한 활주로 및 공항면적 때문에 취항을 꺼려온 외국 항공사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고, 국적기 입장에서도 보다 많은 지역을 개척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규모는 합격점, 실속면에선 고개 ‘갸웃’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비싼 공항이용료와 공항주변 숙소 등 부족한 편의시설, 24시간 근무체제 등으로 항공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단기 실적도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규모 국제공항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명백하지 않겠는가. 이와 관련, 국내 항공정책도 국적기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경쟁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다양한 외국 항공편이 들어오고, 항공편수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목적지가 개척된다면 항공소비자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 지금처럼 유럽을 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파리, 런던 등 제한된 지역에 대한항공이나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일부 항공기만 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항공노선이 개발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중간기착 여부에 따라 다양한 요금을 적용받는 등 선택의 폭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한국을 찾는 외국여행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을 찾는 외국 여행객은 매년 10% 정도씩 늘어나고 있는데, 김포공항에서는 이처럼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이 생김으로써 이들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광업계는 덕을 보는 셈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2001년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이 가장 큰 수혜자다. 물론 이들 ‘빅이벤트’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자체가 입을 혜택도 적지 않다.이제 남은 것은 운영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크기만 한’ 공항으로 전락할 수도, ‘속이 알찬’ 공항으로 길이 남을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공항운영능력이 뛰어나고 또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공항은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킵홀(SchipHol) 공항이다. 이들의 공항운영능력은 바로 뛰어난 마케팅 능력에서 나온다. 인천국제공항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설이나 서비스 수준 등 모든 면에서 ‘최고’를 지향하겠다는 뜻이다.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의 마케팅을 비롯한 운영능력을 보는 주변 전문가들의 시각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심하게 말하면 우려일색이다. 미국의 덴버공항이 화물시스템의 오류로 개항후 1년간이나 운영을 못하고 세워뒀다는 부정적 사례도 들려온다. 인천국제공항으로서는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렇지만 뭔가를 보여주기 전에 건너야 할 걸림돌이 적지 않다. 최대의 걸림돌은 막대한 공사비에 따른 재정위기다. 인천국제공항은 당초 공사비 1조5천억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로 들어간 공사비는 1단계 개항까지 약 7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중간에 수차례 설계를 변경하고 공사규모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내국인 외면하는 공항될수도”이에 따라 애초 요청했던 정부보조금 40% 만으로는 늘어나는 이자를 감당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공항공사측은 정부 출자분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렇다할 묘안은 없다. 정부로서도 당초 공사비 1조5천억원의 40%만 지원해 주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공사비 증가에 따라 지원규모도 늘려왔기 때문이다.이용자 입장에선 비싼 톨게이트 비용과 공항 이용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자칫하면 내국인에게서 버림받는 공항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홍보 및 마케팅에 소홀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이런 여러 가지 문제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들은 공항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희망적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여태수 마케팅팀 과장은 “최대 경쟁공항인 간사이를 비롯해 일본쪽 공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음을 일본 언론의 취재 열기 및 분위기로 감지할 수 있다”고 전한다.인천국제공항은 아직 완전 개항이 아니다. 1단계 시설 완공 및 개항이다. 최종 완공은 2020년으로 잡혀있다.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의 관문이자 세계 최고수준의 공항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공항공사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