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고정비용 감당 못한 '최후의 선택' ... 무료회원 중 5%미만 유료전환하면 성공 가능

‘이젠 유료화밖에 없다.’ 온라인 게임업체들이 유료화 깃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동안 이용자와 시장 분위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업체들이 하나 둘 유료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1년 가까이 무료서비스를 해온 업체들이 고정 비용을 해소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로 유료화를 선택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 업체들이 성공할 경우 온라인 게임 업계 전체에 유료화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온라인 게임 업체들의 고정비용은 월 1억원에서 3억원 정도. 여기에 서버 증설, 게임 개발 비용 등까지 합치면 현재의 자금 사정으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료화만 성공하면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다. 운영비용은 물론이고 새로운 게임 개발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월 평균 2억원의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엔포에버의 경우 무료 회원 1백만명 가운데 5%를 유료회원으로 돌리면 사용자당 월 1만원씩 받아 매달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 돈이면 비용을 제하고도 연구개발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반면에 유료화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넥슨의 경우 2000년 중반에 온라인 게임 ‘퀴즈퀴즈’를 유료로 전환했다가 회원 이탈, 안티사이트 등장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 이에 각 업체들은 개인 가입자들의 유료화 저항을 완화하기 위해 게임을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저렴한 요금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또 PC방에는 악화된 수익구조를 보전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고 있다.온라인 ‘삼국지’를 서비스하고 있는 북마크(www.kingwars.com)는 2000년12월12일부터 개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월 9천9백원 이용료를 받고 있다. 1999년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삼국지의 2000년 말 현재 회원은 국내 20만명, 중국 등 해외 30만명이다. 북마크의 월 고정 비용은 1억원 정도. 별다른 수익 없이 이대로 운영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유료화에 나섰다. 북마크는 우선 2001년1월까지 1만명의 유료회원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월 9천9백만원의 수익이 발생해 운영비용은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2월에 새로운 게임을 선보여 유료회원을 더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유영택 팀장은 “기업도 살고 고객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유료화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젠 유료화밖에 없다’2000년12월21일부터 유료서비스에 들어간 엔포에버(game.everland.com)는 개인 정액요금을 월 1만6천5백원으로 책정했다. 학생들에게는 초등 중등으로 나눠 각각 50%, 30% 할인해 준다. 1999년12월 중순 베타버전을 내놓고 1년간 무료 서비스해온 엔포에버의 ‘게임에버랜드’에 등록된 회원은 2000년 말 현재 1백만명이다. 윤태산 사장은 “그래픽 위주의 게임은 서버장비나 회선 임대료가 일반 텍스트 게임보다 몇배가 든다”며 “기업이 살기 위해서, 고객에게 좀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유료화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유료화 배경을 설명했다.엔포에버가 게임에버랜드를 서비스하기 위해 사용하는 고정비용은 한달 동안 약 2억원이다. 회선비만 따지면 큰 기업체 20개사가 쓰는 전용선 비용과 맞먹는다고 윤사장은 덧붙였다. 엔포에버는 유료회원수를 1백만명 가운데 5%인 5만명만 확보하면 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용자 한명당 평균 1만원씩만 잡아도 월 5억원의 수익이 발생해 월 2억원의 고정 비용을 제하고 장비확충, 게임 개발 등 향상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일본의 온라인 게임인 ‘스톤에이지’를 서비스하고 있는 이니엄(www.stoneage.enium.co.kr)은 2000년12월11일부터 개인 월 9천9백원, PC방에는 IP당 2만9천원을 받고 있다. 최요철 사장은 “유료화 전환 10일째인 12월20일에 2만명이 유료회원으로 등록했고 PC방은 2천2백대의 1P를 확보했다”며 “이대로 가면 2001년1월말에는 개인 5만명에 PC방 5천 IP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현재 이니엄에 가입된 무료 회원수는 36만명이다.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지 두달만에 유료화를 단행한 것은 서버 증설 비용 부담과 접속불량에 따른 회원 불만 때문이다. 최사장은 “유료 전환으로 무료 회원을 분리시켜 서버 증설 없이 기존 시스템만으로 최대한의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니엄은 월 고정 비용으로 약 1억5천만원 정도를 쓰고 있다.온라인 게임 ‘포트리스’를 운영하는 게임벤처(www.x2game.com)도 포트리스 차기 버전인 ‘포트리스 2 블루’를 2001년1월부터 PC방 중심으로 유료화한다. 개인 사용자에게는 종전과 같이 무료로 서비스한다. PC방에 제공되는 포트리스 2 블루 가격은 5종류다. 사용 IP개수가 6~40개는 21만7천원, 41~60개는 32만6천원 등이다. 40대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한 IP당 5천4백25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월 3억원의 고정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윤석호 사장은 “사용자 증가에 따른 서버 증설과 서비스 개선차원에서 유료화를 결정했다”며, “PC방과 공존할 수 있도록 요금을 최소화하고 35대 이상의 PC방 전용 서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온라인 게임업체들의 유료화가 어느 정도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료회원을 5%만 확보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도 내심 넥슨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 유료화에 대한 네티즌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유료 회원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포트리스 유료화 가능할까일부 PC방 반발 … 1월초 유료화 실시 예정대로이용자가 6백만명에 이르는 온라인 게임 ‘포트리스2’가 난항을 겪고 있다. 유료화라는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12월15일 포트리스2 유료화 방침이 결정되자 한국인터넷플라자협회 부산지부(지부장 최용창)가 포트리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벤처(GV)를 상대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관한 건’으로 공정거래 위원회에 제소했다. 협회는 GV가 개인이용자에겐 무료로 하고 PC방에만 유료로 하는 것은 부당하게 경쟁업체의 고객을 유인하거나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 23조 1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GV 박주용 팀장은 “협회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협회와 약속한 1년간 무료 서비스도 포트리스 초기 버전에만 해당하며 신제품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트리스의 최대 경쟁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포트리스 유료화로 우리의 고객이 빠져나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가 됐든 고객은 더 좋은 게임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며 “유료화는 기업이 살기 위한 방침인데 이를 두고 법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포트리스 2 유료화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여타의 온라인 게임업체와 마찬가지로 GV도 늘어가는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현재 GV는 월 3억원의 고정비용을 사용하고 있다. 일단 PC방 유료화로 방향을 정했지만 GV의 마케팅 전략이었던 ‘유료 불가론’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았다. GV 박팀장은 “경쟁업체들이 모두 유료화할 때 우리는 차별화 정책으로 무료 서비스를 주장했던 것이 걸림돌이 됐다. 이제 와서 유료화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그러나 행운의 여신은 포트리스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닷컴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수익성 문제, 콘텐츠 유료화 이슈 등이 나오고 ‘기업이 어려운데 유료화는 피할 수 없다’는 여론이 포트리스를 지지한 것. 이런 상승 분위기를 타 유료화 정책을 발표할 즈음 일부 PC방 업체들이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명목으로 발목을 잡은 것이다. GV는 공정위 제소건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예정대로 2001년 1월 2일부터 유료화를 실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PC방 연합체가 GV의 반응에 대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포트리스 유료화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