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세대 주부들로부터 햇반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리하기가 간편하거니와 밥맛도 직접 지은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햇반’은 지난 97년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이상효(44) 박사팀이 제일제당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개발했다. ‘햇반’ 개발 주역인 그가 지난 8월 쌀 전문 바이오 벤처 라이스텍을 세워 벤처 사장으로 변신했다.이사장이 벤처사업을 하게된 동기는 지난 95년 탈곡된 쌀을 백미로 만드는 일본의 도정라인시스템 개발업체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이 업체가 백미를 알칼리이온수로 씻어 호분층을 없애는 제조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그때 시스템을 우리도 들여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대당 가격이 60억원을 넘어 구매하기가 어려웠죠. 그런데 일본측에서 한국 정부의 보증이 없이는 팔지 않겠다지 뭐예요. 한국인들이 무단 복제를 잘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던지 차리리 자체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서울로 돌아온 이 사장은 농림부를 어렵게 설득해 쌀 씻는 제조시스템 국산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때가 97년 8월. 총 2억6천8백만원이 투자된 이 프로젝트에는 운성기계,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충남대 농기계학과 등이 참여했다. 그리고 3년후인 올 4월에 쌀 씻는 제조 시스템 국산화를 완료하고 시험가동에도 성공했다.“시스템이 개발되고 국내 미곡종합처리장에 공급할 때 즈음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안에서도 벤처 창업 붐이 일어났습니다. 연구원측의 지원도 있고 해서 본격적인 쌀 비즈니스를 하게 됐습니다.”이렇게 해서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벤처 4호로 출발한 이사장은 초기 프로젝트에 빠졌던 쌀뜨물 처리장치 부분을 3개월만에 개발해 냈다. 쌀뜨물 처리 과정은 쌀뜨물을 정화해 방류하는 일본 제품과 달리 1백% 재가공할 수 있도록 차별화했다.‘씻어나온쌀’ 제조시스템 개발 성공제조시스템 완성으로 자신감을 얻은 이사장은 8월에 자본금 20억원을 모아 라이스텍이란 법인을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다. 라이스텍의 주력사업은 씻어나온쌀 판매, 기능성쌀 개발, 쌀뜨물 재가공, 씻어나온쌀 제조시스템 공급 사업 등이다. 씻어나온쌀 판매는 12월 중순부터 3백60g, 1, 3, 7, 10, 20kg 단위로 포장 판매되고 있다. 기능성쌀은 내년 하반기부터 당뇨예방쌀, 혈압강하쌀, 항암쌀 등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쌀뜨물 재가공 판매는 쌀뜨물을 단계별로 농축해 식재료, 비료, 의약품, 화장품 재료로 가공해 판매할 계획이다.“씻어나온 쌀은 표면의 호분층을 씻어내 밥이 차지고 맛있습니다. 또 씻지 않기 때문에 물 소비량을 줄일 수 있지요. 게다가 쌀뜨물을 재가공해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친화적인 제품입니다.” 이사장이 말하는 씻어나온 쌀의 장점이다. 라이스텍은 내년도 국내 전체 쌀 소비량을 4백88만t으로 보고 이 가운데 0.4%인 2만t을 씻어나온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이상효 사장은 91년에 중앙대 대학원에서 식품가공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동안 농수산물유통공사 종합식품연구원을 거쳐 현재까지 한국식품개발연구원 쌀연구팀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쌀관련 43개 연구과제를 수행했고, 무균포장밥 쌀라면 쌀고기 등 5개의 실용화 실적도 갖고 있는 쌀 전문가다.